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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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꽤 놀라운 책이다.

책 소개만 보고, 말기암 환자의 구구절절한 투병기 일 줄 알았다.

혹은 삶의 미련을 뚝뚝 흘리면서 살고 싶다 쏟아내는 눈물 제조기일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 책은 참 덤덤한 이야기였고, 놀랍게도 젋은 작가의 마지막 여정 치고 지나치게 인생을 많이 살고 떠나는 사람처럼 상황을 받아들이고 준비를 한다.

그 준비가 참 애처롭고 안쓰럽지만 한 편으로는 참 대견하다 싶다.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작가는 마지막 조차도 자신에게 주어진 당연한 과제마냥 잘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세상에 내가 가장 안쓰러운 사람인데, 작가의 책을 보다보니 내가 가진 문제들이 참 어처구니 없이 사소했다.

누군가의 아픔으로 내가 가진 문제를 작게 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책을 보면 당연 그렇게 된다. 내가 가진 숙제들은 대부분 생과 즉결되지 않으니까.

 

두 번의 암수술, 다른 사람이었으면 두려움에 하던 일을 멈추고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겠지만 작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한 번에 졸업하기 힘들다던, 런던 정경대를 바로 졸업하고 런던대 박사까지 합격한 작가의 성실함과 근면함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의지에 놀라웠다. 너무 애를 써서 였을까? 밤 새 과제를 하고, 제 몸을 돌보지 않았던 작가는 끝내 다발성전이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책을 보다보면 작가는 항상 무엇이 되고 싶었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 세상을 위한 사람, 세상을 구하는 사람.

증명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먼 유학길에서 쓸쓸한 새벽을 웅크린 채 잠이 들었던 작가를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이미 당시는 '무엇' 이상의 사람이라고, 증명하기도 전에 증명되었고,

이미 당신의 생은 모든 순간이 '아주 훌륭한 존재'로서 주변에게,

세상에게 이롭게 존재했다고.

 

우리는 습관적으로, 혹은 장난처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금만 괴롭다고, 힘들다고 아니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리고 그런 괴로움에 생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한 번 쯤, 지금 순간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마지막 시간 조차도 아주 성실하게 보내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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