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종기 시인을 알게 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종기 시인의 시를 알게 된 후, 나는 그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다른 시인들도 읽었지만 나의 정서에 가장 와닿는 사람은 마종기 시인이었다. 나는 아마도 그의 외로움을, 그의 그리움을, 그의 고독을 사랑한 것 같다.

[낚시질]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 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그는 내가 알기로 평생을 고국을 그리워했다. 그의 시집에서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그런데 왜? 그는 귀국했다가 얼마 있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갔을까? 그가 그리워한 고국은 이제 이미지상의 고국이었을까? 상상속의 고국이었을까? 아니면 처음 외국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듯이 이제는 고국이 외국이 되어버린걸까? 정붙이고 사는 곳이 고국이라고 생각했을까? 부동산값과 펀드에 열광하며 모두가 하나의 방향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천박한 고국의 사람들에 질렸을까? 공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이 사는 모습에 진절머리가 났을까? 시골 사람 서울오면 정신이 휘황하듯, 한적한 동네에 있다가 오니 정신이 시끄럽고 어지러웠을까? 남겨둔 가족이 그리웠을까?

그렇담 나는? 나는 어떨까? 나도 매몰될까? 나도 이제 지금의 불편과 낯섬을 극복하고 나면 여기가 좋아질까? 되돌아가기 싫어할까? 애들 교육 핑계를 대며, 경제적 여유를 들며 그냥 여기서 늙어갈까? 좋아하는 책은 항공으로 받아보면 되지 뭐 하면서 눌러앉을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지만 나는 너무 궁금하다. 마종기 시인이. 일면 짐작이 가면서도 궁금하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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