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장보기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게 우습긴 하지만, 어쨌건 여기서의
장보기는 정말 별로입니다.
땅덩이가 넓어서인지 정말 제 주위 몇 안되는 사람들만 봐도 주말은 장보기에 할애하고 있는 경우가 많
습니다. 한인이 많이 살아서 큰 한인 마트가 있는데 고속도로 타고 1시간 -밀리면 더 걸려요- 은 가야합니
다. 물론 한인마트라서 그런게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는데, 한인마트 아니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
구사는 아이키아는 그 한인마트보다도 더 멀어서 안 밀리고 최고 1시간 반은 가야하고요, 가면 정말 그
엄청난 규모에 그냥 스쳐 보기만 해도 매장을 다 보는데는 2~3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물론 아이키아에서
싼 조립가구 사지 않고 다 조립해주고 배송해주는 -아이키아도 배송은 해 주지요. 따로 돈내면. 거리따라
다르지만 제일 싼 배송비는 9만원- 좋은 가구 사면 좀 다르기는 하겠지만요. 이게 특별한 몇몇 마트에 국
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미국사람들도 많이 가는 월마트나 코스트코도 마찬가지예요. 다 다운타운에 있는
게 아니고 시외로 나가야 있기 때문에 코스트코도 1시간은 가야합니다. 마찬가지로 고속도로를 타고. 대
신 톨비는 없어요. 있는데도 있지만. 장난감 가게도 동네에는 하나밖에 없는데 좀 큰 장난감 가게는 역시
고속도로 타고 1시간은 가야 하고요.
얼마전엔 시카고의 유원지 같은 '네이비피어'에 갔습니다. 신랑이 월미도 같은데야 하길래 별 생각이 없었
는데 가보고 나니 왜 월미도에 비유하는지 정말 딱 와닿더군요. 미시건호수를 끼고 있는 시카고라 - 이 호
수 넓이가 남한 넓이의 거의 2/3라는군요.- 이 네이비피어도 미시건호수옆에 있습니다. 배가 한 4~5척 있
고, 요트로 있습니다. 각종 팝콘이며 추러스를 파는 매점들과 함께 놀이기구는 딱 5개!!! 그리고 이런 저런
샵들이 있습니다. 놀이기구도 회전목마와 이름은 모르는데 왜 원통같은데 들어가서 하늘을 원형으로 크
게 천천히 돌며 주위 경치보는 그런 놀이기구 그런것만 있습니다. 정말 딱 월미도 분위기더군요. 그래서
실망해서 여긴 놀이동산이 없냐고 다른 사람에게 물었더니 있다고 하네요. 한 3시간 가면요. 어이구!!! -그
래도 거기 간다고 하면 미국 애들은 신나서 3시간동안 찍 소리도 안하고 차에서 잘 참으며 간다고 하더
군요-
딸아이의 샌들을 사려고 시내 백화점에 갔더니 겨우 2~3종류밖에 없어서 또 주위사람에게 물었더니 시
외에 여러 백화점이 모여있는 대형 쇼핑몰을 추천해주더군요. 역시 1시간 30분 차로 달려야합니다. 맙소
사!!! 겨우 샌들 좀 사려는데!!! 물론 안 예뻐도 그냥 사면 되긴 하지만 우리나라 백화점과 비교하니 좀 그
렇네요. 시카고는 그 정도면 그래도 미국에서도 매우 큰 대도시인데... -백화점에 어른 브랜드는 한국처럼
거의 다 있습니다. 근데 애들건 좀 그렇네요. 특히 신발은-
제가 투덜대니 남들은 다 그러더군요. 원래 여긴 그렇다고. 그게 노는거라고.
반나절이면 쇼핑이 끝나는 한국이 저는 좋습니다. 정말 장보면 하루가 다 가요. 그리고 그렇게 멀어서인
지 매장들이 장난 아니게 큽니다. 그래서 오가는데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는데다가 그냥 대충 둘러보기
만 하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기름값이 싸다고요? 기름값이 싸면 뭘 합니까? 한국보다 주행거리가
기본 3배는 더 걸리는데. 그런거 따지면 기름값도 마찬가지예요.
정말 겨우 서랍장 하나 사려고 고속도로를 밑도 끝도 없이 달리다보면 그 황량한 주변 경관에도 -번화한
데도 많지만 때로 황량한 곳도 있답니다- 왜 미국 드라마에 외계인이나 이상한 존재들이 많이 나오는지
이해가 갑니다. 그런 존재가 정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멀더와 스칼리 요원이 찾아다닐만
하지요.
땅덩이가 넓어서 우리나라처럼 학원 버스가 아파트 단지마다 다닐 수도 없고, 그러니 엄마들이 다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 하고, 그러자니 한국처럼 아줌마 커뮤니티가 -계모임 같은 - 크게 발달 할 수도 없고-엄
마들이 모여서 놀 시간이 없지요. 자식들 교통수단 뒷바라지하느라- , 그러니 다들 집 꾸미고 퀼트나 요리
하는데 취미를 붙일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아, 또 장을 보러 가야겠군요. 먹을게 없으니. 아~ 귀찮은 장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