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제겐 한국나이 6살 된 딸과 4살 된 아들이 있습니다.

여태까지 키우면서 보니 어쩜 그리도 다른지, 딸은 정말 거의 범생이입니다. 착한 신랑의 성격을 닮아서 유순하고 불같은 성격을 가진 엄마밑에서 태어난 탓에 엄마 눈치도 잘 보고 알아서 기고 있지요. 밥도 좀 늦게 먹으면 바로 화내는 엄마를 가져서 밥 먹을때 딴 짓 않고 잘 먹고, 아파도 이도 잘 닦고 -아이들은 이닦기를 싫어하잖아요- 하라는 대로 잘 하는 편입니다. 지금뿐만 아니라 어릴때도 어찌나 순했는지, 그 땐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 우리 딸 얘기를 하니 다들 그렇게 순한 애가 있냐며 놀랐습니다. 우선 밤에 자면 거의 깨지 않고 잘 잤고, 깨도 젖 물리면 바로 잤습니다. 낮잠도 기본 2시간에서 4시간까지도 잤고, 별로 보채지도 않고 혼자서 잘 뒹굴거리며 놀아 한번도 업어준 적도 없습니다. 그게 순한 애인지도 모르고 저는 어렸을 때 딸이 유모차 타기를 싫어한 것을 가지고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모른답니다..

아들? 말도 마세요. 백일이 되면서부터 약간의 아토피증세가 나타나더니 그때부터 새벽에 하루에도 기본 3번은 깨는 겁니다. 딸과 마찬가지로 아들도 모유를 먹였는데 딸과는 달리 자다 깨서 젖을 물리면 다시 먹다 자기는 커녕 두 발을 힘껏 차면서 울어대는 통에 그때마다 업어야했습니다.  10나 되어서 자서 겨우 아침 7시에 일어나는데 그 사이에 3번을 깬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한 1시쯤 깨고, 3시쯤 깨고 5시쯤 깨는 겁니다. 업으면 다냐고요? 천만의 말씀!!! 집에서 업고 있으면 다리를 역시 힘껏 차면서 보챕니다. 나가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여름이고, 한겨울이고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자다 깨서 바로 업고는 그 위에 망토같은 것을 둘둘 동여매고 말이지요. 나가서 30분여 걸어다니면 다시 잠이 들곤 했습니다. 그러면 집에 와서 내려놓고 자다가 또 깨면 또 나가서 돌아다니기를 하루에 3번씩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낮잠은 잘 잤냐고요? 천만의 말씀! 이런 애가 낮이라고 잘 잘리가 있습니까? 겨우 1~2시간 자지요. 밤에도 그렇게 깨면서 잘 안 자놓고.

그럼 잠 트러블만 있냐고요? 역시 속 편한 소리. 크면서 무슨 고집은 그리 센지, 도대체가 제 고집대로 안되면 바로 발 구르고 난리가 나는 겁니다. 이 고집불통 때문에 식당에서도 시끄럽다고 쫓겨나고, 심지어 미국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승무원이 뒷자리에 가 있으라고 제 좌석에서 쫓아(?)내더군요. 여기 와서 미술수업을 하나 듣고 있는데 거기서도 풀이나 그런 것의 사용이 제 뜻대로 안되면 바로 찡얼거리며 화내고 고집을 피워서 제가 밖으로 데려가기 일수입니다. 집에서는 어떠냐고요? 뺀질거리면서 밥을 안씹고 우물대며 한시간이나 걸려 먹고, 이빨을 안 닦으려고 도망다니고 도대체 그 기행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고집 피우는 것이야 솔직히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고집은 좀 있으니까요. 하나 그 뺀질거림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네요. 얼굴에 착함이라고 써 있는 신랑과는 전혀 멀고 먼 얘기이고, 저도 부모나 선생 말에 바로 순종하는 권위복종형의 인간인데 말예요. 그러니 매일 큰 소리가 나고 화를 내게 되고 저도 결국은 울게 되고 이렇게 언해피엔딩으로 끝나고야 만답니다. 그러나 그 기억이 도시 안중에 없는듯 바로 다시 뺀질 모드로 돌아가는데는 정말이지 두 손, 두 발 다 들겠습니다. 제 신랑은 얘를 정치인을 시켜야 한다고 매일 그럽니다. 제가 봐도 정말 딱입니다. 변덕도 죽끓듯 해서 먹는다고 했다가 안 먹는다고 하고, 다시 먹는다고 하며 제 약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말입니다. 특별한 태교를 한 것도 없지만 이렇게 뺀질거리는 애가 나올만큼 잘 못한 것도 없는데 말예요. 상품이라야 반품을 하든, 리콜을 하든 하지요.

다들 아들 키우기가 딸 키우기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뭔가요? 아들들은 이렇게 다들 엄마 말을 잘 안듣는 존재인가요? 누구는 또 그러더라고요. 5살만 넘으면 의젓하고 점잖아지니 좀 참고 기다리라고. 그러나 뺀질거림은 더해진다고. 정말인가요? 종족의 문제인가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요? 일반화시키면 안되는 제 아들만의 문제인가요? 아들 좋아하는 사람은 왜 아들을 좋아한답니까? 아들때문에 안그래도 성질 더러운 제 성질이 더 더러워지고 있습니다. 저란 인간이 성찰이 안되는 인간이라 수양이 되는 대신 더 나쁜 성질만 갖게 되네요. 아, 알겠습니다. 모든건 수양이 모자란 제 탓인가 보네요. 여하튼 엄마 노릇은 정말 힘듭니다. 남들에겐 모르겠지만 제게는 정말이지 눈물나게 힘든 일입니다. 다 덮어버리고 앙앙 아기처럼 울고만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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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4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리 2007-05-0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우준이가 이 글보면 말 잘 들을거야! ㅋㅋ

미즈행복 2007-05-09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닉네임을 보니 누군지 모르겠네. 누군지 알려주세요. 언닌가? 글쎄, 그런 날이 올까?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집에서 자꾸 누나는 어쩌고 하는 식으로 비교의 말이 나오곤 하고, 매일 혼나도 캔디처럼 씩씩하고 꿋꿋하게 뺀질거리는걸! 하긴 그런 캔디근성이라도 없으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나의 구박에도 저렇게 의연하게 뺀질댈 수는 없겠지. 이 글을 보고 말을 잘 듣는 대신 어려서부터 엄마는 누나랑 나를 차별했군 하면서 반항하려나? 차별은 아니고 그저 좀 힘들다는건데, 쩝~ 그리고 제 누나는 27개월에는 기저귀를 완전히 뗐는데 아직 29개월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도 못 떼고 있어. 말 하자면 하나 둘이 아니라 입만 아프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