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친구 부인이 어버이날 선물을 산다고 해서 뭘 사냐고 했더니 아울렛 매장에서 옷도 사고 신발도 산

니다. 크기를 잘 모르지 않냐고 했더니 슬리퍼나 샌들은 조금 치수에 차이가 나도 상관없고, 또 미소니나

센존 -아시나요?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꿈의 상표- 옷은 어차피 고무줄 치마, 바지여서 사이즈가 조금 틀

려도 상관없다며 아울렛 매장에서 사면 한 벌은 없어도 치마나 자켓등 단품으로는 살 수 있어서 그런걸

사서 보낸다고 합니다. -참고로 센존은 한국서는 한 벌에 거의 300만원 정도이고, 미국에서는 거의 200만

원에 육박한답니다. 그런데 아울렛 매장에서 한 벌이 아니고 자켓이나 치마 혹은 바지만 따로 돌아다니는

옷들은 10만원정도면 산다고 합니다. 정가에 비하면 완전 껌깞 된 것 아닙니까? 근데 제가 보니 솔직히

그렇게 보여서 그런지 좀 별로더군요. 너무 오래 된 것 같기도 하고. 하긴 값을 보면. 원래 옷들이 매장에

서 신상품으로 잘 걸려있어야 좋아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게 사이즈에 관련된 상품은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 별로라고 했더니 이베이에서 지갑 같은것

을 이월상품을 싸게 판다고 그것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어버이날이 얼마 남지 않은고로 백화

점에서 사기 보다 한번 싸게 사볼까 생각하고 이베이에 들어갔지요. 근데 우리나라 옥션은 새 물건이 많

잖아요? 근데 이베이는 중고가 많더라고요. 같은 경매싸이트인데 말예요. 그래서 검색 조건에 선물용을

달아 지갑으로 검색했는데 글쎄 또 한국여자들이 엄청 좋아하는 루이비통 지갑과 가방이 나와있는 것입

니다. 그것도 경매 마감시간이 12시간 정도 남았는데 겨우 지갑은 16불, 가방은 30불에 경매되어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게 왠 떡이지 하며 경매를 신청했지요. -평소라면 그 비싼 상표를 어찌 어버이날

선물로 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신랑에게 호들갑을 떨며 경매 마감시간이 밤 11시 30분정도여서

만약 제가 그 전에 자면 꼭 11시에 깨우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오후에 다시 경매 들어가서 잘 보니 아까와는 달리 의심이 드는것이예요. 다른 상표들을 보니 구찌

지갑 같은것은 내놓은 사람이  첫 가격을 150불정도로 제시했는데 제가 경매 신청한 루이비통 가방과 지

갑은 그런게 없는 것입니다. 수상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다시 잘 문구를 봤더니 다른 소위 명품들은 이것

의 진위를 논하지 말라고, 보증한다고 나와있는데 제가 신청한 물건들은 진품이란 얘기는 없고 marked

이런 단어로 표현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제서야 아까의 흥분과는 달리 좀 수상하다고 여겨 신랑에게 다

시 진위가 의심된다고 말하고 애들을 돌보다가 잤습니다.

 

11시가 되어 신랑이 깨워 일어났더니 신랑의 첫마디 - 그거 가짜야!-

 

어떻게 알았어? 저도 의심은 했으나 심증만 있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너무 싸다니 좀

이상하죠? 신랑이 말하기를 제가 안 본 단락 중에 -설명 단락중 빠뜨린게 있었나봐요. 안빠뜨렸어도 영어

실력이 딸려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몰랐겠죠- inspired 라는 단어가 있답니다. 한마디로 영감을 받아 만든

가짜라는 것이지요.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빨리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이것을 경매신청했는지 살펴

봤더니 글쎄 다행히도 가방은 누군가가 50불에 신청했고, 불행히도 지갑은 제가 20불에 경매신청해 놓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 비싼 상표를 어찌 이런 껌값에 내 놓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미쳤

지, 그걸 조금이나마 진짜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니 말예요. 사기 당하는 사람은 그럴 기질이 있어서 -

공것을 바래서- 사기당한다는 말이 제게 적용될 줄이야!!!

 

그래도 가방은 다른 사람이 신청해서 제 돈이 굳었으니 피해액이 20불임에 만족해야 하나요? 여기는 한

국과는 달리 물건 사면 배송비가 엄청난데 -세일한대서 딸 수영샌들 하나 샀더니 샌들 10불에 배송비가

4.5불이더군요. 많이 산다고 배송 무료인 것도 아닙니다. 그런 싸이트도 있고 아닌데가 더 많아요. 애들

부피 큰 리틀 타익스 장난감은 가격 200불에 배송비 100불 이런것도 있어요. 그리고 한 매장에서 두개

사면 당연 배송비는 한번만 받아야지 않습니까? 근데 아니예요. 물건 갯수대로 배송비를 받아요. 웃기죠?

아닌 싸이트도 있겠지만요- 이 짝퉁 지갑은 배송비도 없네요.

 

이 짝퉁 지갑의 생산지는 어디일까요? 미국에서도 이런 짝퉁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공장이 지하조직에 숨

어있나요? 아님 판매자가 어디 동남아나 중국에서 헐값에 사다가 다시 파는 것일까요? 한국산은 짝퉁도

비싼데 이 가격에 파는걸 보면 한국산 짝퉁은 아닌듯도 하고...-사진 올린것을 보면 정말 진품같거든요. -

 

여하튼 이날의 소동이 저는 정말 너무 웃겼습니다. 제 바보같은 행동도 그렇지만 미국서도 짝퉁을 이렇게

버젓이 경매싸이트에서 사게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한국서도 평소 돈 없으면 말지 왜 짝퉁을 사면서

까지 있는척하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평범한 소시민인 제가 이렇게 명품에 환장한 사람처럼 짝퉁

을 사게 되다니요? 더구나 선물용으로!!! 그리고 웃기지 않습니까? 제가 검색어에 조건을 gift로 넣었는데

도 이게 버젓이 올라오다니요. 그럼 새것이기만 하면 다 선물용이 된다는 말입니까? 짝퉁도? 한국서도 옥

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옥션에서 사 보지 않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평소 흉보던 그 사람이 바로 제가 되어 바보처럼 끝난 이날의 해프닝!!!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도

그저 너무 제가 웃겨서 배꼽을 잡고 웃었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베이에는 접속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지

요. 어버이날 선물요? 그냥 백화점에 가서 제 수준에 맞는 적당한 가격의 물건으로 사서 보내야지요. -속

옷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가볍고 크게 비싸지 않고 파손의 위험도 없고 -신랑 친구 부인의 말에 너무

혹해버려 마치 여기서는 모든게 헐값인양 착각한 제 어리석음이라니!!!

웃기시나요? 아님 제 속물 근성을 비웃으시나요? 어쨌건 웃으셨음 그만입니다.

다음에도 제 좌충우돌 시카고 기행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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