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소설가 박완서를 찾아서
박완서 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박완서씨 작품을 많이 봤다. 한창 대학시절 정말 장, 단편 할 것 없이 많이 읽었다. 어쩜 그렇게 수다를 잘 떨 수 있는지, 책을 읽는게 아니라 옆에 수다장이 아줌마를 하나 두고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 도시의 흉년같이 싸한 느낌을 가져다 주던 책도 있었고, 나목같이 아스라한 아쉬움을 주던 책도 있었다.  여성문제를 담은 소설도, 부끄러움을 가르쳐준단 소설도 모두 와닿았다.

내가 산 건 아니지만 우언히 내게 오게 된 이책은 그런 박완서씨의 모든 소설보다 내게 박완서씨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게 너무 슬펐다. 아니. 그의 잘나가던 (?) 생에 닥친 너무도 인간적인 불행들이 나로 하여금 박완서씨를 더욱 잘 느끼게 해 주었다. 딸의 교통사고, 남편을 잃은것, 그리고 아들의 앞세움... 그 과정에서 박완서씨가 느꼈을 모든 인간적인 고뇌와 고통이 내게 칼날같이 아려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더욱 크게 우뚝 선 박완서씨가 정말이지 와닿았다. 자신의 세계에 분신같은 자식들도 들이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말은 숙명같은 그의 글쓰기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박완서씨가 소설을 잘 쓰건,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건 않건 나는 이제 소설가로서의 박완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박완서씨를 본다. 그녀가 산 삶에 대해 누가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누가 이해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픔도, 치부도 드러내고 그냥 한 자연인으로서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너무 의연하다. 나는 박완서씨에 관한 모든 책 중 이 책이 제일 좋다. 심지어는 박완서씨의 작품보다도 좋다. 그녀의 작품보다도 그녀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 좋아졌다. 그리고 그냥 아프다. 같이 아프다. 그녀는 아프지 않아도 나는 아직도 아프다.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진다. 언제 이 먹먹함이 풀릴까? 아마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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