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 자녀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려는가? 도대체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면 하나는 보인다. 바로 "남보다 나은 사람"으로 키우려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남보다 나은 사람? 아니 도대체 남보다 나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낫다' 는 기준은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남보다 나은 사람의 '나은' 의 뜻은 경제력이거나 학벌이기 쉽다 . 그럼 남보다 돈을 잘 벌거나 학벌이 좋으면 더 행복한가? 그건 아닐것인데 요즘 다른 사람들을 보면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 기준으로 어느 학교 정도는 나와야...  이런 직업은 가져야.... 하는 잣대를 세우고 자녀를 거기에 맞추려는 것 같다. 그러면서 말한다. 조기교육이니 적기교육이니 맞춤교육이니를.

물론 자녀에게 훌륭한 교육을 받게 해 줘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인데 요즘은 그것을 부모가 대신 판별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아무 어려움 없이 크게 하려고 하고,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하게 하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돈타령이다. 어려움 없이 크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해 좋은가? 남들 가진 것을 다 가져야만 하는가? 누군가 어학연수를 초등학교때부터 간다고 해서 꼭 내 자녀도 그렇게 보내야 하는가?

난 절대 반대다. 난 어려움을 겪어보게 하고 싶다. 남들이 다 가진 것을 못 가져보는 경험도 해 봐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어려움에 기인하건, 교육철학에 기인하건-  고 생각한다. 결핍을 요즘 부모들은 싫어하는 것 같은데 나는 결핍이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소위 '헝그리 정신' 말이다. 그리고 박완서씨 말대로 배가 고파야 음식이 맛있는 것을 알듯이 결핍이 있어야 충족의 기쁨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공연을 몹시 보고싶었다. 근데 내가 학창시절에 내 부모는 내게 그런 걸 해 줄 여유가 없었다. 이제 나는 자주는 아니어도 정말 생활비를 아껴 가끔이나마 내가 보고픈 공연을 본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 과연 어려서부터 부모가 여러 공연을 보여준 아이가 내가 느끼는 만큼의 행복을 공연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나보다 문화적 소양은 많을 지 몰라도 나만큼의 벅찬 기쁨을 느끼기는 아마도 힘들 수 있다. 그게 당연하니까 . 그리고 만약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좌절을 느끼고 불행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내 아이가 잘 되길 바란다. 부족함이 많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건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그 아이의 인생이고 팔자이다. 부자와 결혼한다고 해서 일평생 부자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좌절이 왔을 때 헤쳐나갈 힘을 키워줘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안되는게 없는 부잣집 공주, 왕자로 키울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안되는게 있다는 것도 알게 해야하고 부모가 해 줄 수 없으면 내가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해야 한다.

이즈음 주위를 돌아보니 짜증이 난다. 다들 내 아이를 최고로 키우려는 극심한 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다. 아이의 소질을 닦아주고 아이가 행복하게 자립할 수 있게 하라는 교육서보다는, 어떻게 하면 특목고에 갈 수 있고 소위 명문대에 갈 수 있는 지를 알려주겠다는 교육서(?-이게 교육인가)가 판치고 있다.  예전엔 입시지옥을 벗어나게 하려고 외국에 갔다면 이즈음엔 영어를 배워와 여기서 남보다 더 잘하라고 외국에 간다. 부모가 보여주는 세상이 전부라며 아이가 뭘 알겠냐며 자기 입맛대로 아이를 휘두른다. 자신은 일찍 자면서 아이보고는 벌써 자면 어쩌냐고 더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물론 공부하게 하려고 같이 안 자면서 있는 부모도 꼴불견이지만)

말세다. 다른게 말세가 아니라 이게 바로 말세다. 예전엔 다 저 먹을건 타고 난다고 믿었다. 근데 이젠 저 먹을걸 부모가 염려하며 이거 먹고 살라고 한다. 자녀는 내 소유물이 아니다. 내 맘대로 절대 되지 않는다. 잠시 내게 머물러 있다 가는 존재다. 내가 잠시 맡아 있는 것이다. 아~ 머리 아프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이상한 친구 사귀면 주관도 없이 이리 저리 흔들리고 남과의 비교만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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