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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 ㅣ 최인호 연작 소설 가족 1
최인호 지음 / 샘터사 / 1984년 5월
평점 :
절판
친구가 권해주어 읽은 책이다. 신혼일기부터 견습부부, 이웃등 여러 제목으로 이어져 나오는 일기이다. 주인공은 최인호씨와 그의 가족이고 그의 내밀한 가정사가 속속들이 공개되어 있어 웃음과 따뜻함을 전해주는 책이다. 언제 다시 집어들고 봐도 재밌고 훈훈해 내 주위 사람 여럿이 나와 같이 최인호씨의 가정사 엿보기에 동참했다.
부인과 연애할 때의 이야기,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누나와 형들과 지낸 이야기, 의협심에 가득찬 어머니 이야기, 그의 보배로운 딸 다혜와 아들 도단이의 이야기가 정말 우리네 가정사와 하나 다를 바 없는 소설가 최인호씨의 가정사의 주된 이야기 재료로 등장한다. 19세 관람불가라고 아들에게 답한 결혼 전 부인과의 여행이야기며 설악산에 놀러갔을 때의 이야기들은 정말 "이런걸 써도 부인이 가만히 있나? 그 부인 참 대단하네"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최인호씨 말마따나 변변찮은(?) 소설가 남편과 아버지를 두어 매번 이야기의 소재로 제공되는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감추고 싶어하는, 그러나 모두가 겪고 행하는 치부마저도 다 드러내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다 읽었지만 나는 신혼때와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일기들이 더 맘에 든다. 알콩달콩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크고 최인호씨가 나이를 먹어가며 쓰는 일기는 사건위주보다는 사색위주가 되고, 재미난 이야기의 소재가 되었던 아이들이 시험에 절어 있거나 시집가고 취직해 더 이상은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 발견한 부인의 영화보기 취미와 그 부인만의 고유한 평점 방식에는 깊이 공감한다.
권해 준 친구가 권해주며 말했다. 아마도 자기 생각엔 이 것이 최인호씨 여러 작품 중 최고인 것 같다고. 최인호씨의 작품을 모두는 커녕 대부분 읽지 못한 나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것을 많이 보았어도 친구의 평가에 동의하리라 여겨질 만큼 이 시리즈는 재밌다. 좋다. 감동을 의도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