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의 기억이 커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특히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엄마의 눈에 들려고 아이들이 애쓰는 것이 커서도 기억의 왜곡을 가져와 성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정말 욱하는 성격을 못 고치는 나쁜 엄마다.

나의 큰 딸은 이제 6살이 되었는데 편식을 한다. 편식을 하는 애들이 다 그렇듯이 먹기 싫으면 입에 넣고 10분이고 20분이고 계속 우물대며 씹기만 한다. 삼키기를 안하는 것이다. 한 5분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지켜보고 있지만 10분을 향해 가면 오만 짜증과 화가 폭발 직전 수준으로 가서는 급기야는 소리를 지르고 만다. " 유치원 안 갈거야? 도대체 밥 한 숟가락을 10분씩 먹는 애가 어딨어?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제부터 아무것도 안준다. "  그리고 씩씩대며 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난다. 그럼 착하디 착한 우리 딸은 울면서 나를 쫒아온다. 며칠전에는 나를 따라와서는 두손을 모아 비는 흉내를 내며 -정말 놀랐다. 난 그런걸 가르친 적이 없는데-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그런다고 껴안고 다독여주는 착한 엄마가 못 되는 나는 감정 수습이 아직도 안되어 그냥 외면하며 내 할 일을 하긴 했지만 그 날의 일은 정말 충격이었다. 엄마를 대하는게 아니라 남 대하듯 말하는 그 태도가 너무 안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고 한마디로 적응이 안 되었다. 나중에 손을 비는 행동을 어디서 배웠냐니까 유치원에서 누구가 그렇게 한다고 했다. 어휴...

여태까진 남이 혹시 볼까 창피해 안했는데 이제 남 생각할 겨를이 없고 나와 우리 아이를 위해 집의 모든 벽에 써 붙여야겠다.

"화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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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7 1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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