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kimji 2004-07-07  

똑똑
당신의 개인홈은 열리질 않는다는구나. 꼭 그러지, 일기라도 써 볼까 하고 접속하면 그런 날에는 꼭 점검시간. 휘적이다가 이 곳에 왔다.
퇴근무렵,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다. 오늘은 명동에서 엄마와 진만군과 조우를 했다. 이미 둘이 골라놓은 옷을 확인하고 구입하고(뭐랄까, 자 이거다. 어떠냐? 네 좋아요- 뭐 이런 당연한 코스가 되어버리는 이상한 쇼핑이었던 듯), 돌아오는 길에는 버섯불고기를 먹었다.
사람, 참 많더구나. 동네 마트나, 서울 끄트머리에 있는 백화점을 이용하는 나는 시내 복판에 있는 대형 백화점에서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무척 생경스러웠더랬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예쁘고 세련되었고, 남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어쩌면 그리 미끈한지. 하다못해 중년의 아주머니들도 모두 우아해보였더랬다.
그래, 그래서 내가 오늘의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었구나. 볼레로,라고 하더냐? 그 허리에서 댕강 잘리는 이상한 카디건. 그걸 구입했고나. 엄마가, 그리고 진만군이 골랐으니(우리집은 진만군이 고르면 무조건 예쁜 옷, 혹은 성공할 옷,이라는 선입관이 있지) 예쁜 옷이기는 할 것이다. 언제 만날 때 입고 나가야 할텐데. 새로 산 흰색 원피스도 자랑하고 싶고나.
아, 그래, 사람 참 많더구나. 나는 약간의 공황장애가 있었던 듯 싶다. 나는 너무 조용히 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분명 너무 조용히 살고 있나보다. 그리 많지도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휘적이며 걸었던 30분이 그런 피로를 만들어내다니.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부적절한 시간에 그만 잠이 깨어 이러고 있단다.
그래도 더 조용하게 살 일을 꿈꾼다. 더 조용히, 존재 자체의 의문을 품을 수 있게, 아니, 그 존재자체마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객체로 살 수 있는 일 말이지.

숨책은 다음 주로 미루자꾸나. 금요일부터 바쁘다고 했는데, 어떤지 모르겠고나. 파주로 가는 일은 이번주부터 였던가? 요즈음 나의 일상이란 나 외의 것에는 너무 소원하고나. 7월에는 조금 분주할테고, 8월에는 한가해질 것 같다. 8월이 되면, 당신의 방에도 놀러가고, 맛난 것도 먹고 그러자.
마음 먹고 당신에게 노크하면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이 안 자고 있다고 화를 내는 덕분에 당신과 담소를 나눈 것도 꽤 오래 전 일처럼 가물거리니.
그래도 우리 '잘 지내? 잘 지냈어? 잘 지내고 있었지?' 라는 질문은 던지고 살지는 말자. 그러면 조금 슬플 것 같다. 그러니, 자주 보고 자주 이야기하자.

오즈마, 잘 자-
 
 
코코죠 2004-07-07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다시피 나는 비를 싫어해요. 나는 날씨를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장마가 끝날 때까지 나는 이런 흐느적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요. 나는 조금 다운되고, 조금은 불안하고 좋지 않은 기분으로 바닥으로 바닥으로 엎드려만 있어요. 의욕상실. 별로 재미있는 일이 없는 요즘이에요.

나는 8월부터 바빠질 것 같아요.
9월에는 아예 파주에서 먹고 자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일주일에 사흘, 나흘이니까. 젊은 년이 어딜 가서 밥 굶을까, 걱정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런 저런 생각, 잘 안해요. 요즘은 생각 없이 그냥 살아요. 그냥 줏어먹고, 그냥 자고, 그냥 책 보고, 그냥 웃지요.
일 욕심도 없고, 그냥 그래요.

당신이 써준 고마운 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답장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이해해 줘요, 하긴 나는 이미 당신에게 너무 많은 이해를 바라는 것 같지만 :)

비가 아직도 많이 와요.
어제는 혼자 영화를 봤어요.

다음주라고 했나요? 그래요 우리 그때 만나요. 커다란 가방을 메고 책 사러 가요. 좋은 사람들까리 차도 한잔 마셔요. 그때를 위해서 나는 웃음을 아껴둘게요 :)
 


깍두기 2004-07-04  

귀여우신 분이네요^^
첨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고 화내시진 않겠죠?
오즈마님의 마이리스트를 보다가 거칠것 없고 깜찍한(그리고 정곡을 찌르는) 코멘트에 반해서 서재로 찾아와 봤어요.
잠시 들를 생각이었는데 한시간이 넘게 죽치고 있네요.
앞으로 저는 여기 자주 오게 될 것 같아요.

1시간 동안 살짝 엿본 소감:
인생을 아주 푹 빠져서 온 몸으로 느끼시는 분인것 같아요.
항상 한쪽 발만 담그고 '들어갈까 말까, 차가울까 뜨거울까' 이러고 있는 나는 부럽기도 하네요.
 
 
코코죠 2004-07-0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반가와라, 아이고 좋아라. 어서오세요 님(뭐라고 읽어야 할지 아아 저는 우가챠챠우가우가어는 강한데(이건 또 뭔소린지) 영어에는 영 약해서, 칵...두...기...까, 깍두기? 설마... 깍두기님이라고는;; 그게 맞다면 이건 정말이지 너무 멋지쟌아욧)
님의 소중한 한 시간을 기꺼이 저에게 내어주시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래요. 저도 참 많은 서재를 돌아다니지만, 실제로 목소리 내어 인사하는 일은 거의 없어서. 그 일을 해주신 님에게 어찌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그리고 이렇게 이쁜 글을 주시면 저는 어떡해요. 너무 좋아죽겠쟌아욧욧욧
자주 오신다면, 그래요, 저는 너무 기쁠 거에요. 맨발로 허둥지둥 나가 두 손 맞잡으며 반기겠어요 :)

추신: 님과 저는 비슷한 책을 많이 읽었더라구요. 우왕좌왕하는 제 리뷰에 비해, 차분하고 냉철하신 리뷰 읽으며 배가 살살 아팠답니다. 아유 질투나 :)

깍두기 2004-07-0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 깍두기 맞고요. 아이디 땜에 오해 많이 받았답니다. 남자다, 조폭이다 등등.... 전 조폭을 깍두기라 하는 줄 몰랐거든요. 이 깍두기는 공기나 고무줄 등 아이들이 놀이를 할때 못하는 애들을 끼워주는 방법이지요. 아이들은 항상 너무 현명하지 않나요?^^ 저는 항상 깍두기였다우. 굼떠서 말이지요.
요즘은 조폭이라는 오해도 즐기고 있답니다. 나같이 예쁜 여자가 돌아다니기에는 인터넷은 너무 위험한 곳이어서 말이에요. 오호호홋.

코코죠 2004-07-0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깍두기님 깍두기님. 이제부터 깍두기님이라고 부르겠어요. 모든 놀이에 항상 없으면 허전한 깍두기 말이지요. 잘해도 못해도 특별히 손해나는 것 없으니 얼마나 근사한가요. 저는 뭔가 굉장한 걸 배워버린 기분인데요! 정말 멋진 이름이에요. 저는 깍두기님 이름이 마음에 쏙 들어버렸어요. 그리고, 그 클림트의 그림도요 :)
 


mannerist 2004-07-01  

공간박스를 주문하셨다면서요.
안녕하세요. 가끔 와서 즐겁게 글 읽고, 재미없는 코멘트만 남기고 가는 매너입니다. ^_^;;;

공간박스. 드라이버를 찾으시는 걸 보니 볼트로 조립하는 걸 사셨나보네요. 꼭! 장갑 끼고 하세요. 고운 손 물집 잡힙니다. 그리고 처음 ㄱ자 모양에서 볼트 집어넣을때 별 생각없이 하다 보면 어그러지니 똑바로 맞추기 위해서 계속 줄 맞나 확인하시면서 드라이버 쓰세요. 적당한 크기의 상자에 기대어 작업하시는 것도 좋구요. 좌우간 즐겁게 조립하시고 깔끔하고 아름다운 서재 꾸미세요!
 
 
코코죠 2004-07-02 0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매너님, 사실은요, 저 감동받았답니다.
자상하게 일러주셔서, 다행히 큰 사고 없이 공간박스 열 개를 조립했답니다. 시간은 두시간이 소요되었고요^ ^; 장갑이 잘 맞지 않는 곰손이라 어찌어찌 하다가 물집 두개 잡히고요, 무릎 긁히고요, 도라이바(라고 써야 제맛)에 발바닥 찔리는 경미한 사고 외엔 뭐 큰 일 없었답니다. 엄마는 꼼지락거리고 있는 저를 도와줄 생각은 안 하신채 "내가 낳은 건 목수의 자식" 이라고 하시더군요. 엣헴, 그건 그렇고, 제 방은 아주 예쁘게 꾸며졌답니다. 매너님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에요!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 메너님께 무진장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가끔 오지 마시고 자주 오셔서 즐겁게 글 읽으시고 재미없지 않은 코멘트도 남겨 주시고요, 또 오시면 단골손님 안 오시면 남이랍니다(이건 또 뭔 소린지) 꼭이요 :) 매너님, (사랑의 총알을 쏜다) 고맙습니다. 매너님은 참 멋진 분 같아요.
 


나락 2004-07-01  

그래. 너, 참 이쁘구나?

가끔 오즈마를 보면,
어떻게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지 의아해.
(가끔 상식밖의 행동을 하는 몇몇 사람에겐 지독하게 굴기도 하지만)

전에 오즈마에게 말하기도 했었지만,
오즈마 당신은 정말이지 애교와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사람.
그러니까, 오즈마는 달콤한 설탕으로 만들어진 사람같아.
그래. 너, 참 이쁘구나.
사람들이 서재만 둘러보고도 이쁘다는 걸 눈치챌 정도로, 이쁘구나.

아픔과 슬픔을 안고도 오즈마처럼 밝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아.
충분히 아팠고 견뎌냈기에, 더욱 이뻐질 수 있었구나.
우리 오즈마는 물기를 머금고 봉긋 꽃망울을 터뜨린 살구꽃보다, 더 이쁘구나.


(추신_1) 전에 사적인 이야기는 비공개로 하라고 해서,
비공개로 하려 했으나- 비공개 아이콘이 보이지를 않는구나.

(추신_2) 특별히 너의 누드를 그려줄께. 이건 정말 흔하지 않은 기회야.
그럼 보문동의 스튜디오에서 보자고!
 
 
코코죠 2004-07-02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스무살 적이었어요.
나느 그때 내가 설탕으로 만든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죠(스무살이었쟌아요)
당신이 나를 툭, 치면서 아는 척을 하길래
오마낫, 설탕 떨어져욧! 그랬더랬죠.
당신은 흠칫 놀라면서, 뭐냐 너 핫도그냐? 그랬쟌아요^ ^

나보고 이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이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에요.
자기들이 너무 너무 이쁜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 눈에 비친 나마저도 이뻐보이는 그런 분들인 거죠.
당신처럼.

내게는 당신이 더 예쁜 걸요.
우리 나락님은 얼음 위에서 맨발로 피어난 꽃보다 더, 더, 이쁘고 아름답습니다.

추신 1: 방명록엔 비공개 아이콘이 없지요, 그리고 이런 글은 동네방네 소문내면서 쓰느 겁니다 우핫핫

추신 2: 제발 그러지 마세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쟌아요!

panda78 2004-07-07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냐, 너 핫도그냐? 넘어졌습니다. ㅡ..ㅡ;;
 


두심이 2004-06-29  

당신은..참 예쁜 사람이군요.
많은 서재들이 있었습니다. 늘 서재의 이켠에서 저켠으로 많은 사람들을 기웃거렸죠. 때로는 재미난 일들도 많았고, 때로는 조금 새침해질 일도 있었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안에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하~ 참 오늘 이밤이 좋군요. 어디서 달콤한 냄새가 솔솔 나네요..
정말 예쁜 분이라는 걸 또 느끼며 오늘 즐거운 잠을 청 해볼까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코코죠 2004-06-30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까지 잠을 이루시지 못하고, 두심이님, 저에게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예쁜 글을 받다니, 오늘은 참 좋은 날인가 봅니다^ ^
저는 별로 예쁜 사람이 아니지만, 두심이님이 이쁘다 해주시니 어쩐지 정말 이쁜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래야 할 것 같고, 착한 마음도 생기고, 그렇습니다. 수줍기도 하고, 그런데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런 퀼트천같이 알록달록한 마음.
늘 건강하라는 기원이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잘 받고 저도 돌려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언제나요. 그리고 자주 뵈어요 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