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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비밀편지
신아연 지음 / 책과나무 / 2016년 12월
평점 :
사임당의 일생을 그린 책인 줄 알고 내 인생과 비교하고 싶어 읽기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픽션과 논픽션이 혼합된 장편소설이었다.장편 소설이란 것을 알고나니 실존인물의 실화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처음엔 책을 접할 때 실망감이 있었다.
사임당과 작가가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사임당과 인선이 500년이라는 시대를 초월한 방식의 아낙네들의 대화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무언가 소설도 아니고 자서전도 아니고 읽는데 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책장을 한장 넘길때마다 처음에 가졌던 불만은 사라지고 내가 그녀들과 커피숍에서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시작했다.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읽으며
프랑스 음식을 다룬 미국영화 [줄리 앤 줄리아]가 생각났다.
영화에서는 시대가 다른 두 여자가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둘이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구인냥 재미있게 음식을 만들며 현실의 줄리가 과거의 줄리아를 따라가는 방식이였다.
프랑스에서의 줄리와 뉴욕에서의 줄리아의 삶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가슴속의 열정과 그녀들이 겪는 고통과 극복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줄리 앤 줄리아]였는데 신아연 장편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 또한 이 방식으로 교차되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책과 나무, 사임당의 비밀편지는 이것보다 더 진일보하여 사임당이 저자에게 컴퓨터 워드로 직접 말을 건네며 율곡어머니로 과대포장된 사임당의 직접적인 본인평가와 사회가 현모양처를 요구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저자에게 폭로한다.
본인은 현모양처도 아니고 그런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시기의 인물이라는것과 후에 본인에게 생긴 현모양처라는 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임당 자신은 누구의 여자나 엄마가 아닌 사임당 자신으로 살기 위해 조선이라는 유교주의속에서 끈질기게 살아간 여성이라는것이 사임당의 주장이었다.
이 책의 내용에 역사적 고증이 모두 사실이라면 난 사임당을 롤모델로 선택하지 않겠다.
너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사임당 그녀 자체는 행복한 시간이 별로 없어보였기 때문에 나에게는 가장 본받지 말아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신사임당이 결혼한 후에 육아와 무능력한 남편,시어머니 모시는 갈등.
거기다 남편의 외도까지 너무나 그녀의 인생을 힘들게 했던 것들때문에 심장홧병으로 요절할 수 밖에 없었던
사임당이 불쌍하고 아직도 가부장적인 결혼생활이 미치게 싫어 나 또한 화가 났다.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에 축복을 느끼며 지금 내 삶을 정검해 본다.
나는 나를 사랑하나?
나도 율곡같은 자식 얻고 싶은가?
남편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나?
여자와 남자의 삶의 그릇의 크기가 다르면 특히 여자쪽이 더 사이즈가 크면 결혼생활은 행복할 수 없는것인가?
질문이 꼬리를 문다.
지식을 얻기위해 읽은 책이라기보다는 내 자신과 과거의 어머니들의 삶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책인거 같다.
사임당도 이랬는데 지금의 내가 훨씬 행복하지.
라는 식의 안도감도 생기는 책이다.
책은 장편소설이기 때문에 사임당의 일생을 바탕으로 하며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작되어있다고 씌여있다.
내가 책을 읽으며 더 분노했던 것은 작가의 상상력 때문에 가해자인 이원수(사임당의 남편)가 너무 미웠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사임당이 여자로서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500년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자인 나는 사임당의 인생이 말도 안되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지 모르겠다.
작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책 한권 읽고 정신적으로 승화작용이 일어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