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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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를 배경으로 한 듯한 겨울 눈보라 속을 두 주인공인 테라(지구)인 <겐리 아이>와 게센인 <에스트라벤>이 설매를 끌고 빙원을 가로지는 장면은 마치  <댄 시몬스>의 작품인 <테러호의 악몽>속 선원들이 보트를 설매 삼아 끌며 북극을 횡단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된다. 실제로 작가는 서문을 통해 겨울이라는 주제를 두고 남극에서 비극적 최후를 마친 <제임스 스콧> 대령의 자료를 참고했다고 한다. <테러호의 악몽>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북극 빙원의 설매 끌기는 역시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두 이야기의 배경이 쉽게 겹쳐져서 떠올랐나보다.

<어둠의 왼손>은 겨울 행성이라는 독특한 공간에 게센인의 특징인 자웅동체라는 설정을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의 주요 논쟁거리인 <양성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간접적으로 들춰낸다. 혹시 페미니즘 논쟁이 잔뜩 묻어난 소설이 아닐까 싶은 우려와 달리 성평등의 논쟁적 설정은 유지하지만 여성과 남성을 오가는 게센인의 특징을 통해 성평등의 갈등요인인 양성적 시각을 날려버린다. 만약 게센인만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면 성평등과 관련한 작가의 문제 의식은 희석되어 버리고 자칫 밋밋한 구조로 흘러갈 뻔했겠지만 양성인인 테라(지구)인을 등장시켜 작품내내 갈등 구조 없이 양성적 시각에서 성평등에 대한 논쟁적 문제 의식을 팽팽하게 유지시키는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슐러 K. 르 귄>의 소설들은 한결 같이 아름다움과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하면서도 현학적 문제 의식을 하나씩 던져준다. 이런 점이 그녀의 작품을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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