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컨택트(arrival)의 원작 소설로 작년에 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빌려서 읽었던 책이다. 영화에서는 극적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좀 다르게 각색되었었는데 영상미와 연기가 뛰어났을 뿐 내용은 어딘가 살짝 지루했고 좀 모호했었다.

장편 소설인줄 알았었는데 여러 단편을 묶어서 출간한 단편집의 제목이자 그 속의 단편 제목이었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독특한 소재의 신선함과 매혹적인 이야기에 폭 빠졌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 같다고 할까. 테드 창의 소설은 SF물이면서 철학책 같은 느낌이었다. 첫번째 단편 '이해'는 약물에 의해 궁극까지 강화된 두 지성의 충돌을 다뤘는데 궁극의 지성을 갖게 되었을 때 과연 무엇을 추구하게 될까, 그리고 그 두 지성이 맞부딪치게 된다면 결과보다는 어떤 전개로 싸움이 진행될지를 사고실험처럼 다루고 있다. 사실 '래리 니븐'의 소설 <<링월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궁극의 진화체인 '수호자'가 살짝 연상됐었는데, <<링월드>>의 수호자 역시 배타적이어서 수호자끼리는 공존이 불가능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류츠 신'의 소설 <<삼체>>에서도 외계의 지성간 만남은 어느 한 쪽의 멸망으로 결론이 나리라는 전제로 외계인의 침략 위기를 풀어가는 내용이 나온다.

영화로 그려진 'Story of your life'의 경우 언어(정확히는 문자)의 힘에 의해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평행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언어학자의 이야기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중력이 고차원의 세계로 진입해 선형적 시간의 흐름을 깨뜨리지만, 테드 창의 단편에서는 '언어(문자)'가 고차원의 시간 흐름을 인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면에서 분명 과학적이라기 보다는 형이상학적인 철학적 면모가 깊게 깔려 있다.


'바빌론의 탑'과 '지옥은 신의 부재'의 경우 성경의 이야기에서 차용을 해왔는데, '지옥은 신의 부재'의 경우 '욥의 고난'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되는건 너무 비약인가?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에서는 차별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단순히 차별을 없애는 것으로 선에 이르게 되는 것인가라는 색다른 성찰도 하게된다.

이 밖에도 흥미롭고 재미있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책. 바로 '당신의 이야기'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그만 메모수첩 2018-06-20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빌론의 탑, 네 인생의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딸의 죽음이란 미래를 ‘기억’하고도 딸을 낳을 결심을 저라면 할 수 있었을까, 미래를 안다는 것은 삶에 책임감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