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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소울 1 블랙 캣(Black Cat) 6
가키네 료스케 지음 / 영림카디널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영림카디널에서 나오는 세계 유수의 추리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들의 모음집인 '블랙캣 시리즈'의 제 6편이다..(헉헉) 추리문학상 수상작 모음이라 일단 기본적인 완성도는 담보가 되므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좋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4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탔다는 <와일드 소울 Wild Soul>은 가키네 료스케라는 낯선 작가의 작품이다. 간단히 말해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의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복수극을 잘 그리려면 꼭 필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복수의 당위성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복수극을 쓴다고 하자. 제목은 <와일드 솔로 Wild Solo>... 서른이 다 되어가도 여자친구가 없는 주인공(결코 필자 본인이 모델은 아니다...처지는 비슷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아닐 거다...아니어야 한다...)이 세상 여자들에게 복수할 마음을 먹는다. 그는 치밀한 작전끝에 상수도 처리장에 잠입해 독극물을 뿌린다. 그 독극물은 'XY유전자' 중 Y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여자만 죽는다는 말이다.

자! 이 책이 팔리겠는가? 절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복수를 하는데 어떤 독자가 감정이입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런 면에서 <와일드 소울>은 강점이 있다. 바로 복수의 당위성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1960년대의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패전 후 일본은 모든 국토가 파괴되고 극도로 피폐해져 있다. 정부에서는 조금이라도 입을 줄이기 위해 4만명의 국민들을 브라질로 이민시킨다. 브라질에 가면 집도 주고, 개간된 땅도 주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주겠다며 달콤한 말로 국민들을 유혹한 것이다. 이 말에 속아 브라질로 도착한 에토 가족. 그러나 그들 눈앞에 펼쳐진 건 생지옥에 다름아니었다.

아마존 정글 한복판에서 그들은 살아가야 했다. 집은 당연히 없고, 개간된 땅은 커녕 강산성이라 작물이 자라지 않는 땅이다.그나마 어렵게 키운 야채도 우기 때마다 홍수로 떠내려 간다. 사람들은 원시인처럼 사냥을 하고, 과일을 따 먹으며 살았다. 말라리아와 황열병으로 한명씩 죽어가는 사람들...가난과 고생에 찌들어 이역만리 아마존 오지에서 죽어간 사람들...아내와 동생까지 잃은 에토는 피를 토하듯 오열한다...허울뿐인 나라에 속아 모든 것을 잃었다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재. 아마존에서 살아남은 에토 이하 동지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복수전을 계획한다.  

이상이 줄거리이다. 읽다 보면 정말 복수심이 팍팍 ™“구친다. 총5부로 나뉜 이 작품은 1부에서 에토의 과거를 그리는데 정말 눈물없이는 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 남은 에토가 복수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따라서 독자들은 복수를 계획하는 주인공들에게 동지의식을 느끼고 강한 응원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독자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복수자들은 치밀한 계획을 꾸민다. 이 과정들이 옆에서 취재하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자연스레 빨려들어가게 된다. 다만 생각보다 복수의 스케일이 작고, 눈치빠른 독자들은 이들이 어떤 복수를 꿈꾸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는 것이 약점이다. 나라를 상대로 일개인들이 전쟁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 정도면 통쾌한 복수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분량이 많은데 비해 금방 읽히는 재미있고 박력있는 작품이다. 1년간의 브라질 및 일본 취재를 거쳐 쓰여졌다는데 작가가 많이 공부한 티도 팍팍 탄다. 다만 너무 꼼꼼하게 복수의 과정들을 서술해서인지 지명이 지나치게 많이등장한다.
"니시신주쿠를 지나 아키하바라를 거쳐 레인보우 브릿지가 어쩌고..." 등등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그 사실성에 더욱 재미를 느끼겠지만 본인은 어쩔 수 없이 약간은 지루했다. 책 앞에 도쿄 지도가 있으므로 주인공들의 행적을 꼼꼼히 대조해보면 일본 도쿄 사람만은 못해도 적당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 딱 어울리는 시원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추천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나라도 1960년대에 독일 등으로 이민을 많이 보냈다고 하던데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왜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들도 타국에서 고초를 많이 겪었을텐데 말이다.항상 일본 작가들이 한발쯤 앞서가는 것 같아 얄밉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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