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특집 추리 드라마 <극한추리 콜로세움>입니다. 1회당 30분씩 총 4회로 이뤄져 있어서 2시간만 가볍게 투자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어제 밤에 가벼운 기분으로 봤는데, 역시 가벼운 작품이었습니다. 감독은 오카모토 코이치라는 처음 듣는 사람이고, 주연은 카시와바라 타카시, 여주인공은 아야세 하루카라고 하네요. 둘 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낯이 익더군요. 카시와바라 타카시는 그 유명한 이와이 슌지의 그 유명한 <러브레터>에서 소년 후지이 이츠키로 나왔던 인물입니다. 당시에도 샤방 냉미남이었는데 조금 나이를 먹은 요즘도 꽃미남이더군요. 사실 저도 꽃미남은 못 되도 꼰미남이기는 한데...(다리를 꼰 미남, 허리를 꼰 미남..-_-;;) 여주인공 아야세 하루카는 히가시노 게이고씨의 대표작 <백야행>에서 유키호 역을 맡았던 배우였습니다.

 

내용은 꼭 <튜브>를 연상케 합니다. 편의점에서 프리터로 근무하며 하루하루를 생각없이 보내는 화가지망생 남주인공, 어느날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기묘한 공간에 와 있습니다. 무지무지 더운 집에 자신을 포함한 일곱 명의 사람과 함께 머물게 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 역시 이 집에 와 있는 이유도 모른채 끌려왔고, 서로 안면도 없습니다. 그들은 컴퓨터를 발견하고, 주최자의 메시지를 듣습니다.

 

"당신들은 추리게임에 초대되어 왔다. 일곱 명의 사람 중 매일 밤 한 명씩 죽을 것인데 범인을 맞추기 전까지 살인은 계속된다. 범인을 맞춘 사람들에게는 각 1천만엔씩이 지급될 것이지만, 틀린 답을 입력할 경우에는 모두 죽게 된다. 현재 당신들이 머물고 있는 더운 집은 여름별장인데, 다른 곳에 겨울별장도 있다. 이 곳에도 일곱 명의 사람이 와 있고, 역시 매일 사람이 죽을 예정이다. 당신들은 여름별장과 겨울별장의 살인자 두 명을 맞춰야 하는데, 범인을 늦게 맞추는 쪽 역시 전멸이다. 행운을빈다."

 

뭐 이런 식입니다. 여름별장의 사람들은 겨울별장의 사람들과 화상채팅을 통해 교신하게 되는데, 그쪽은 무지 추운 방입니다. 개인적으로 추위를 싫어해서 저 같으면 여름별장으로 가겠습니다. 어쨌든 하룻밤이 지나고 여름과 겨울의 방에서 각각 한 명씩 죽어 나갑니다. 게임이 진짜였다는 걸 깨닫게 된 사람들은 전력으로 사건을 추리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경쟁 체제에 돌입한 여름과 겨울의 방 사람들은 유일하게 정보를 교류해나가는 화상 채팅에서 서로 틀린 정보를 가르쳐주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듭니다. 과연 범인은누구일까요?

 

   이 작품의 재미는 특이한 설정에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가 한 명씩 죽어나가는 대강의 내용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류의 고전 추리물의 변주입니다. 무엇보다 여름과 겨울의 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 방보다 먼저 사건을 풀어야하기 때문에 틀린 정보를 비롯해 온갖 협잡이 난무합니다.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 머리를 살포시 굴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예요.

 

그러나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살짝 시시합니다. 진지하게 머리를 굴려 추리해보고 싶은 분도 계실텐데, 일본어 단어에 관한 일종의 암호풀이가 주된 트릭이기 때문에 일어를 못 하시는 분들은 맞출 수 없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단서는 우연에 의해 주어지고, 등장인물들의 비상식적인 행동도 걸립니다. 솔직히 한 방에 모여 있으면 아무도 안 죽을텐데,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데도 각방을 고집하는 등장인물을 보고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러나 뭐 다 모여 있으면 이야기가 안되겠지요. 짧은 만큼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이지만 별점을 주라면 두개, 많이 줘도 세개 정도에 그칠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궁극의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는 메피스토 상 수상작 야노 류오 씨의 <극한추리 콜로세움>을 원작으로 했다는데, 원작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드라마보다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국내에 소개되긴 힘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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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5-1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추리를 좋아하시는군요!
전 김전일이 한계에요. 무서운건 절대 못봐요 ㅠ_ㅠ
기묘한 이야기도 어느 순간부터 손이 안가더라는;;
카시와바라군은 저도 좋아해요~ 꽃꽃꽃미남 ^^

jedai2000 2006-05-16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좋아하죠. ^^;; 키티님도 더 많이 읽어보세요. 분명히 매력을 발견하실 겁니다.
<극한추리 콜로세움>은 별로 무섭진 않아요. 김전일보다 덜 무서울 것 같은데요.
<기묘한 이야기>에 무서운 이야기도 있나 보죠. 전 극장판 DVD를 가지고 있는데 아직 안 봤거든요. 친구가 그 중 한 이야기가 엄청 무섭다고 하대요. 카시와바라 군을 좋아하시는군요. 역시 미녀는 꽃미남을 좋아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