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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곡 1
차미언 허시 지음, 크리스토퍼 크럼프 그림, 김시현 옮김 / 평사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비밀의 계곡>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동화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쓰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리 포터>같이 요란뻑적지근한 마법이 등장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지는, 잊고 있었던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작가 차미언 허시는 원래 고고학 학위를 받았는데, 영국의 유명한 고고학자 맥스 말로완의 초대를 받고 집을 방문해서는 그의 아내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아내란 바로 그 유명한 애거서 크리스티! 여기서 차미언 허시는 큰 감명을 받고 언젠가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고 <비밀의 계곡>을 통해 마침내 꿈을 이뤄냈습니다. 이 작품에 약간의 추리적 기법이 있는 것이 완전히 우연은 아닌가 봅니다.

왼쪽 그림은 <비밀의 계곡>에 수록된 삽화 중의 한 장입니다. 이 작품이 위에 소개한 차미언 허시 만의 노력으로 탄생한 것은 아닙니다. 세밀한 펜화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스케치해낸 삽화가 크리스토퍼 크럼프의 땀도 아울러 스며들어가 있습니다. 약 80여장의 삽화가 각 챕터의 앞장에 그려져 있어 앞으로 진행될 내용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삽화가 나오면 이 그림은 앞으로 나올 어떤 내용과 연관이 있을까 추측하면서 보았답니다.
영국의 고아 소년, 스티븐은 뜻밖에 유언장을 받습니다. 그 내용은 바로 영국 남부 콘월 지방에 있는 랜즈베리 홀이라는 거대한 저택의 유일한 상속인이 자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니 자신의 큰할아버지 테오도르가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스티븐에게 랜즈베리 홀을 남겨준 것이었습니다. 스티븐은 혹시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을까 싶어 랜즈베리 홀로 향합니다. 가난한 고아 소년, 스티븐이 하루 아침에 랜즈베리 홀의 왕이 된 것입니다!
스티븐이 랜즈베리 홀까지 가는 여정도 참으로 흐뭇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대기오염과 자연 파괴로 얼룩진 런던을 떠나 호젓한 시골길을 걷는 스티븐의 신나는 발걸음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염이 됩니다. 이 작가는 정말 시골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어릴 적에 시골에 살았었는데, 이 책은 제 기억 속의 어느 때 자연이 가장 아름다웠는지 떠올리게끔 만들어주더군요.
보슬비가 내리는 숲 속에 들어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촉촉한 빗방울이 나뭇잎 아래로 똑똑 떨어집니다. 비를 맞아 한층 더 푸르른 생기에 가득찬 숲의 모든 생명들은 참으로 눈부시기 이를 데 없지요. 이 작품에는 그런 장면들이 많습니다. 자연을 오래 관찰하고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랜즈베리 홀에 도착한 스티븐은 영지를 탐험하기 시작합니다. 이 랜즈베리 홀이 얼마나 넓은지 빅토리아 시대의 대저택, 숲과 밭, 호수, 동굴, 바다가 모두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랜즈베리 홀을 홀로 탐험하는 스티븐이 부럽습니다. 모든 복잡한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사람이 보기에는 말예요. 하지만 스티븐은 랜즈베리 홀에서 이상하게 자신을 몰래 훔쳐보는 시선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의 눈을 말예요. 묘한 기분을 느낀 스티븐은 테오도르 할아버지가 남긴 일기를 보고 랜즈베리 홀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스티븐이 보는 콘월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과 테오도르 할아버지의 일기에서 그리는 아마존 강의 장엄한 자연에 대한 찬가가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산으로, 바다로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라고나 할까요.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것인지를 가르쳐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팍팍한 일상을 잠시 잊고, 어린 시절 뛰놀았던 자연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고요. 동화이다 보니 곡절이 비교적 적고 단선적으로 흘러가는 약점이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딱 적절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테어도르 할아버지의 아마존 여행기가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그 부분만큼은 누구나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술같은 책이라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맺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