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라지고 있습니다
마쓰오 유미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책장을 모두 넘기고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랑, 사라지고 있습니다>의 울림이 제법 컸던 모양이예요. 비오는 날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지난 여름 비오는 날들이 계속 생각나더군요. 빨리 이 겨울이 지나고 촉촉한 비가 내리는 계절이 찾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 날의 미스터리 러브 스토리라는 홍보 문구를 달았는데 정말 그대로였습니다. 어느 비오는 날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면서도 미스터리 구조의 짜임새도 탄탄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주인공 남성은 해외로 떠난 이모네 집에서 살면서 고양이 두 마리와 동거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거인(?)은 고양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집에는 24살의 젊은 나이로 죽음을 맞게 된 유령도 살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모습이 보이지 않는 유령의 존재와 맞닥뜨린 주인공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신은 샴페인에 독을 넣고 자살을 하려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포기했다, 하지만 뜻밖의 사고로 정신을 잃고 있었는데, 누군가 집에 침입해 자신의 입에 독이 든 샴페인을 흘려 넣었다는 거지요. 유령은 그녀가 죽은 비오는 날에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유령 여인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사건 조사에 나섭니다. 그는 탐정도 형사도 아니었지만 직접 살해를 당한 피해자의 증언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물론 그 증언은 완벽한 것이 아닌 일정 부분이 비어 있는 불완전한 것이긴 하지만요. 주인공은 여러 용의자를 만나 그 날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사건이 점점 풀려갈수록 모습이 보이지 않던 유령 여인도 자신의 죽음을 납득하게 되고, 점점 형태를 갖춰갑니다. 아마 사건이 완전이 풀리면 완벽한 모습을 갖추겠지만, 그러면 죽은 자가 가는 세상으로 완전히 떠나가야 합니다. 

 

자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는 이야기가 한 축이고,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또 다른 축입니다. 물론 비오는 날의 러브 스토리답게 두 이야기 모두 배후에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쓸쓸한 과거가 밝혀지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주인공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물론 미스터리 구조도 제법 탄탄합니다. 단서도 용의주도하게 배치되어 있고, 여러 용의자들의 증언이 모여 그날밤의 진실이 재구성되는 과정들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도저히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들어요. 물론 최후에 드러나는 진실 또한 그동안 수집했던 단서들에 의거해 논리적으로 전개됩니다. 유령이 등장하는 판타지적인 설정과는 다르게 이 작품의 미스터리는 진짜입니다.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작가 마쓰오 유미는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 약력을 살펴보니 <블룸 타운의 살인>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고, 작품 중에 <안락의자 탐정 아치>라는 작품도 있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미스터리인 것 같습니다. 이런 소프트한 러브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작가가 아닐까 추측을 해봅니다. 만약 본격 미스터리를 쓴다 해도 잘 쓸 것 같은 역량을 보여주더군요.

 

사건은 완전히 풀리면 사랑하는 여인은 떠나야 한다, 안타까운 딜레마에 빠져 버린 주인공의 최후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요...이 작품을 보고는 정말로 사랑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사랑한다 해도 함께 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슬픈 이야기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사랑한도 해도 결코 영원할 수는 없으니 지금 곁에 있는 분께 사랑을 표현하시길...그가 떠나가면, 그녀가 사라지면 반드시 후회할테니 그가, 그녀가 없는 아침을 맞이하게 되면 반드시 후회할테니 사랑 한다는 한 마디 말을 아끼지 마시길...다시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날이 올 때 후회할 일은 하지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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