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투스 - 베스타 무녀의 샘
장 프랑수아 나미아 지음, 도화진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다빈치 코드>이후, 역사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이런저런 '썰'들을 내세우고 있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은 것이 아니고, 그 후손이 현재도 살아 있네,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음모론과 온갖 확인되지 않는(확인될 수 없는) '썰'들만을 풀어놓는데 여념이 없다. 정말로 제대로 역사를 다룬 지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은 없는가 하는 회의가 들 시점에서 마치 보물과도 같은 <티투스>를 발견했다.

 

<티투스>의 작가는 장 프랑수아 나미아라는 사람으로 이름에서 대충 눈치챌 수 있듯이 프랑스 사람이란다. 국내에는 생소한 작가지만, 프랑스에서는 꽤 많은 독자를 보유한 대표적인 역사소설가라고 한단다.

 

<티투스>의 배경은 BC59년, 세계의 중심인 로마이다. 세계사 시간에 익히 들어본 당대 로마의 명사들이 다수 실명 출연한다. 그 유명한 세계사의 슈퍼스타, 카이사르와 그의 정치적 동지인 삼두정치의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도 등장한다. 심지어 카이사르를 나중에 암살하게 되는 브루투스는 주인공 티투스의 절친한 친구다. 이런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한결 친숙한 느낌이 드는 이 작품은 그럼에도, 딱딱한 역사소설이 아닌 짜릿한 추리소설이다.

 

로마의 귀족 티투스는 대대로 명가의 후손으로 명석한 머리와 많은 재산을 물려받고는 사냥으로 소일하는 팔자 좋은 청년이다. 사냥은 사냥인데, 대상이 주로 여자라는 게 좀 눈살이 찌푸려질 뿐...그러나 모두들 들떠 있는 축제날, 그의 어머니가 그의 방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단서는 그의 방에서 발견된,글씨를 쓰는 점토판 조각에 적힌 'LICI(리키)'라는 글자뿐...

 

어머니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티투스가 나선다. 그의 동지는 매력적인 연극 배우, 플로루스 단 한 명 뿐이다. 플로루스는 빈민가 태생의 미천한 신분이지만 변장의 귀재이며 용감하고 무엇보다 티투스에게 헌신적이다. 티투스와 플로루스 두 콤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빈민가, 화장터, 카이사르의 대저택 레기아를 비롯한 로마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당대 로마의 생활상을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그것 만큼이나 자세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대 로마의 사회상을 잘 그렸다고 해도 중심이 되는 사건 해결 과정이 재미가 없다면 절름발이에 그칠 터...<티투스>는 그런 함정을 정말 잘 피해갔다. 티투스 어머니의 죽음에서 출발해 3명의 사람이 더 죽는데, 티투스 콤비의 조사는 치밀하고 마침내 진범을 알게 되는 순간의 추리도 논리적이다. 그렇게 발견된 진범의 정체 역시 대단히 충격적이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그리고 최후의 최후에도 한 번의 반전이 더 기다리고 있음도 슬며시 조언하련다.

 

이런 책이야말로 정말 지적이고 재미있는 역사추리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으로 고대 로마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재미있는 추리게임,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가 골고루 배합된 영양 만점의 작품이다. 비교적 짧은 분량에 글씨도 과장 조금 섞어 호떡만해서 가볍게 읽기 좋은 소품이다. 물론 재미는 소품을 훨씬 뛰어넘지만 말이다. 작품 앞에 수록되어 있는 로마 시내 지도도 이쁘게 그려져 있어 주인공들의 행적을 짚어 가면서 읽으면 훨씬 재미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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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1-16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회사 있으면서 이런 얘기들을 못 들었을까요ㅎㅎ

jedai2000 2006-01-1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나오시면서 한 권 들고 나오셨겠죠? ㅋㅋ
재미있습니다. 꼭 읽어 보세요.

한솔로 2006-01-1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집에 없는 거 같아요. 담당자가 별로 재미없다고 해서 누구 준 거 같기도 하고... 그 회사 나오기 전에 챙겨야 할 책들이 제법 있었는데 나갈 때 애매하게 나가다보니 다 못챙겼어요. 흑흑

jedai2000 2006-01-1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담당자 분께서 본인이 만든 책을 재미없다니요? ㅋㅋ 보기 좋게 편집 잘 되어 있던데요. 지도도 이쁘고, 문장도 괜찮았어요 오타도 별로 없구요 ^^;; 그나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다 챙기셨길 바랍니다.

bono 2006-07-22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 제게 주셨습니다...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