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워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26
세르게이 루키야넨코 지음, 이수연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는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추리소설도 가장 좋아하는건 사회 병리 현상을 심각하게 다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이고, 일반소설도 개인 내면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책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현실과는 좀 동떨어지는 느낌이 나는 판타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히 러시아 판타지 소설 <나이트 워치>를 읽게 됐다.

 

좋은 판타지의 필수요건이란 무엇일까? 아무래도 판타지라 함은 환상세계를 그리는 거니까 현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상을 그럴듯하게 창조하는 게 가장 우선시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50년대에 나온 톨킨과 루이스의 '중간계'나 '나니아'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가 많은 사랑을 받는 걸 보면 과연 그런 것 같다.

 

세르게이 루키야넨코라는 길고 긴 이름을 가진 러시아 작가가 창조한 세상은 '어스름의 세계'다.

위에 언급한 작가들만큼이나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어스름 세계에는 마법사와 변신자, 흡혈귀, 마녀 등이 산다. 하지만 배경은 현대다. 자본주의 유입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현재 러시아에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다른 존재'들이 사는 것이다. 그들은 밝은 세력과 어두운 세력으로 나뉘어 유사 이래 긴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기나긴 전쟁으로 지친 측은 협정을 맺고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밝음의 편에 선 다른 존재들은 나이트 워치(야간 경비대)라는 이름으로 밤에 돌아다니며 불법으로 인간을 사냥하는 흡혈귀나 마녀, 주술사 등을 물리치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일정수의 인간들은 협정에 따라 정당하게 흡혈귀들의 먹이가 되야 한다.)

 

그러나 어둠의 편에도 데이 워치(주간 경비대)가 있다. 그들 역시 야간 경비대들이 협정을 위반하면 공격할 권리가 있다. 이 외에 주간 경비대와 야간 경비대의 분쟁에 재판을 해주는 심문관 들이 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시스템이지 않나?

 

다른 존재들은 현실 세계를 뛰어넘는 어스름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 어스름 세계는 일종의 영혼계로 인간들은 실체가 아닌 영기로 보이고, 그 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왜곡되어 빠른 이동도 가능하고 잠긴 문도 무사 통과할 수 있다.

 

참으로 흥미로운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작품은 시작된다. 주인공은 야간 경비대의 안톤. 그는 우연히 온 러시아를 폭발시킬 수도 있는 강한 저주를 받고 있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여인을 둘러싸고 벌이는 야간 경비대와 주간 경비대의 두뇌싸움이 치밀하게 펼쳐진다. 총3개의 장, <나만의 운명> <아군 속의 아군> <오직 내 사랑을 위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로 분류되지만 사실 첩보소설의 향수를 안겨주는 작품이다. 요즘 첩보소설이 거의 쓰이지 않게 된게,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양강 체제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공작들이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밝은 세력과 어두운 세력은 여전히 냉전 체제다. 이 작품엔 두 강대한 세력이 서로를 꺾어 누르려 끝없이 물밑 작업과 신경전을 벌이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거대한 힘을 가진 여인을 서로 빼앗기 위해 계략을 쓰는 내용은, 옛날 첩보소설에서 핵무기 제조 공식을 빼앗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그것으로 치환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주인공 안톤은 상대 조직에 의해 살인(사람은 아닌데..ㅋㅋ) 누명을 쓰기도 한다. 완전 CIA와 FBI의 첩보전 아닌가.

 

정말 잘된 첩보소설처럼 주인공 안톤은 배신과 음모에 휘말리기도 하며, 심지어 같은 편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도 봉착한다. 첩보소설의 영원한 고전 존 르 까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주인공처럼 안톤 역시 회의에 빠진다. 우리는 빛의 편인데 거짓말과 음모로 점철된 공작을 펼치고 있는 것에 말이다.

 

그러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처럼 이 작품 역시 그 모든 거짓들을 뛰어넘는 인간(?)의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하며 끝을 맺는다. 최종장에서 안톤과 그가 사랑하는 스베타, 나이트 워치 수장 헤세르와 데이 워치 수장 자불론은 모두 각자의 사랑을 선택하며 음모와 배신으로 점철된 세계를 벗어난다. 좋은 결말이다.

 

끊임없이 암투와 음모, 반전과 역전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는 한 편의 첩보소설이자 흥미로운 세계관을 보여주는 잘된 판타지 소설이다.

 

별점: ★★★★

 

p.s/ 자국에서 300만부나 팔리며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보는 내내 <퇴마록> 생각을 했다. <퇴마록>도 그쯤 팔렸을텐데 말이다. 국내 판타지 소설 중 아직 <퇴마록> 만 한 게 안나오는 것 같다. 아쉬운 일이다.

 

p.s의 p.s/ 영화화되서 현재 개봉중이다. 영화는 액션을 더 강조했다고 들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은 평은 아니다. 그래도 러시아에서는 꽤 히트했다고 알고 있다.

 

p.s의 p.s의 p.s/ 속편 <데이 워치>와 <더스크 워치>도 출간된다고 한다.

 

 

 

 

 

 

<영화 사진들. 그다지 재미있어보이지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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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더라구요, 영화 orz

jedai2000 2005-12-1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재미없어 보이더라구요..^^;; 보지 말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