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번째 주검 캐드펠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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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여...제가 그동안 본의아니게 일본 소설만 연속 3편 품평했는데, 사실 일본 추리 소설에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습니당. 제가 머 아주 하드한 매니아가 아니다 보니, 구하기 힘든 책 손에 넣기 위해 발품파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쉽게 구할 수 있고 손에 쉽게 잡히는 책 위주로 읽고 있습죠...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미네트 월터스의 <냉동 창고>, <여류조각가>라는 책을 먼저 읽었었는데 뛰어난 솜씨의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별루 주목을 받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오늘 품평할 작품은 앨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중 두번째 책인 <99번째 주검>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무직이기 때문에 가끔 삶이 팍팍할 때가 많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12시까지 자고 있을 때, 엄마의 압박, 아버지의 한숨소리 등...-_-; 이렇게 삶이 힘들 때 캐드펠은 달콤한 마약과도 같이 나를 유혹합니다.  중세 영국하면 떠오르는 풍경들. 너른 들판에 초록빛 잔디, 위에 귀여운 양떼들, 산들바람 불어오면 나뭇잎이 일제히 흔들리며 노래를 부르고, 새들은 지저귑니다. (가본 적도 없는데 생각이 이다지도 잘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파랗게 익어가는 완두콩 밭에서 건강한 땀에 흠뻑 젖은 지단 머리의 수도사들...바람이 불어오자 잠시 허리를 펴 땀을 식히고 꿀같은 휴식을 취합니다. 바람은 땅 위라면 어디든지 공평하게 불기에 언덕 너머 풍차를 돌려주기도 하네여...(확실히 가본 적이 없기에 이미지가 네덜란드하고 짬뽕이 됩니다.-_-;)

어쨌든 이렇게 평화롭고 한가로운 중세 유럽의 이미지가 캐드펠을 읽을때면 저를 사로잡습니다. 현실이 힘들고 괴로울 때 이런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며 캐드펠을 놓치 못하는 거져... 그나저나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오호 강적이겠는데...99명이나 죽는다는 거지' 이거 <불연속 살인 사건>이후 첨 만나는 강적이구나 생각했드렸져...그러나 다행히도 99명이 연쇄 살인을 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책으로 한 10권 분량이 되겠져. 글구 내용도 중세의  수도원 강의실에서 수도사 100명 중 99명이 죽고, 마지막 남은 한 명이 자동적으로 범인이 되는 건가여...-_-;

이 이야기는 전란이 휩쓸고 간 중세 영국, 자세히 말해 왕의 편과 황후의 편으로 나뉘어 세력 다툼을 벌이던 때를 배경으로 합니다. 왕의 군대는 황후의 편의 성을 함락해 황후의 군사 98명을 참수합니다...요즘 미국군처럼 고문은 안했으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98명의 시체 속의 한 명의 정체불명의 시체가 나옵니다. 시체의 숲 속에 하나의 나뭇가지를 몰래버린 셈인거져... 캐드펠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최악의 범죄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악을 찾아 내기 위해 분투합니다.

캐드펠 시리즈가 늘 그렇듯, 추리적 요소는 보잘 것 없습니다. 변변하게 추리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없습니다.  이 책의 재미는 중세 영국이라는 흥미진진한 역사적 배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손에 잡힐 듯 현실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을 섬기지만 인간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티 가득한 캐드펠 개인의 매력, 작품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로맨스, 거기다 양념처럼 첨가된 추리, 이 정도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최대 재미는 금과 여인의 안전을 위해 캐드팰 수사와 휴 버링거 청년이 벌이는  지력 대결일 것입니다.  캐드팰 수사가 타고난 머리와 후천적인 노련함으로 승부한다면 버링거 역시 못지 않습니다. 젊지만 그의 심계 역시 치밀하며 날카롭습니다. 더군다나 초반부엔 버링거 청년이 선인지 악인지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고 의뭉스럽게 굴기에 독자들의 궁금증은 더욱 커집니다. 결국 치열한 대결은 캐드팰의 한판승으로 끝나지만 버링거 역시 지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캐드펠과 버링거는 서로 나이를 초월한 우정으로 맺어 지기에 아무도 지지는 않은거죠...삼국지로 치면 캐드팰은 공명, 버링거는 강유같네여...

<99번째 주검>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역시 클라이맥스의 버링거와 범인의 결투 장면일 것입니다.  머리만 잘 쓰는줄 알았던 왜소한 버링거가 정의를 위해 검을 빼들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입니다. 신의 말씀을 수호하기 위해, 세상의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검을 치켜 들었던 기사들을 찬미한 중세의 기사 문학이 여기서 그대로 재현되는 겁니다. 멋집니다. 휴 버링거....개인적으로 올해의 소설 캐릭터상을 제정한다면 그에게 바칩니다.

추리적 측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떨어지지만, (중요한 증거도 우연에 의해서 발견됩니다..) 한 마리 고고한 학처럼 신의 말씀만 지키고 세상일에 초연한 성직자의 모습이 아닌, 인간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티 가득한 캐드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 좋은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앨리스 피터스 추모 단편집이 나온걸로 알고 있는데 저두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배경은 조선시대, 공명을 세워 노비신분을 벗어나기 위해임진왜란에 참전한 노비 개두팔 (開斗八)...그러나 너무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회의에 빠진 그는 왜란 후, 도산서원에서 밭을 갈며 마당을 쓰는 종복이 됩니다. 도산서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개두팔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조사에 나서는데..........죄송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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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두팔! ㅎㅎㅎ

jedai2000 2005-10-2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쓰겠습니다! '개두팔시리즈 - 최후의 문방사우'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