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즐무어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장말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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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첨 올려 보네요... 얼마전에 봤습니다. 숨은 걸작이라는 말들이 많아서 굉장히 기대했는데, 역시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네요... 크리스티의 작품이라면 언제나 기본은 하니까여...(<빅포>는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네여..^^;)

<헤이즐무어 살인>은 시타포드라는 저택에 모인 몇 명의 사람들이 테이블 터닝이라는 유령을 불러내는 초현실적 놀이를 하는걸루 시작됩니다. 이거 먼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는데 분신사마랑 비슷한 거 같아요...그런데
테이블 터닝의 결과 진짜 유령이 나타났는지, 시타포드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집에서 지금 사람이 죽었다는 겁니다.  현재 시간은 5시 25분...테이블 터닝을 하던 대령은 죽었다는 사람이 자기 친구라는 걸 알고 걱정스런 맘에 찾아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진짜 자기 친구가 죽은 겁니다. 그것도 5시 25분경에 말입니다...

긴장을 불러 일으키고 흥미를 돋우는 도입부가 아주 좋습니다. 이 유령이니,도플갱어니 하는 초현실적인 설정은 작가가 독자들의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해 독자의 논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연막으로 사용됩니다. 크리스티의 특기라면 특기죠...<창백한 말>같은 작품에서도 한번 쓰이잖아여...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오싹오싹 소름끼치는 분위기 조성으로 읽는 내내 이거 진짜 뭔가 있는 거 아냐? 유령이 있긴 있나? 이런 생각이 들게 함으로써 독자의 이성적인 추리를 막는다는 거져..

그러나 진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합리적이고 그럴 듯 합니다. 초현실적인 요소는 단 한군데도 없습니다. 아니 꼼꼼이 읽어보면 대번에 맞힐 수 있는
소박하고 단순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진상을 알고 나서 저는 저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했답니다.-_-;  여러분도 만약 읽게 된다면 최대한 자신감을 갖고 꼼꼼이 읽어 보세요...절대로 맞출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 작품의 또 하나의 강점...요란 뻑적지근하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트릭이 아니라,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트릭을 최대한 맞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또 부수적으로 크리스티 여사만의 로맨틱 플롯 역시 작품에 잘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로맨스야말로 크리스티 작품의 백미죠...원래 남녀상열지사에 사람들은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 크리스티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바로 그걸 제공합니다... 크리스티 여사의 뛰어난 장점들이 잘 살아 있는 작품으로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쓰다 보니 좀 짧은 거 같아 몇 자 더 적습니다. 일전에 어떤 평론가가 크리스티 소설을 뢴트겐 사진으로 찍어보면 추리 소설의 뼈대가 나온다고 했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기대하는 추리 소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작가가 바로 크리스티라고 생각합니다. 불세출의 추리 소설가져..
그녀보다 더 뛰어난 후배가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그녀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아직까지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좋아하는 크리스티 추리소설 베스트 10 !!!

10위: 장례식을 마치고........여사의 작품 중 최고의 본격 추리물 중 한 편이 아닐까요.

9위: 비뚤어진 집........ 엘러리 퀸과 반 다인의 어떤 작품들과 상당히 유사한
범인이 나옵니다. 비뚤어진 집에서 비뚤어지게 성장한 비뚤어진 사람의 이야기죠... 의외의 범인과 그 범인이 주는 충격, 여운이 길게 남는 좋은 작품입니다.

8위: 0시를 향하여........ 중학교 때 읽었을 때는 정말 지루했었는데, 최근에 다시 읽어 보니 좋은 작품이더군요... 구조적으로 완벽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의외의 범인이나 트릭보다는 웬지 탄탄한 작품이라는 느낌과 함께 벽돌처럼 견고한 구성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져...좋은 작품입니다...

7위: 창백한 말.......... 이 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연막이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범죄가 등장합니다. <헤이즐무어 살인>과 웬지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창백한 말>이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6위: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중학교 때 읽었는데 그 때는 끝까지 읽고 나서 이게 뭐야! 했던 작품입니다. 언페어의 입장이었던 거죠..최근에 다시 읽어 보니 이 작품 역시 진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도는 정말 크리스티 여사만이 가능했겠죠... 그러나 지금에 와서도 저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언페어입니다. 다만 작품의 가치는 인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지는 않지만 걸작입니다.!

5위: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이 책 역시 트릭이 좋습니다.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하는 과정들이 너무 잼있고,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오싹한 분위기도 너무 좋습니다. 배경도 좋져...크리스티 작품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 좋은 거 같아여....

4위: 예고 살인............... 마플 양이 나오는 작품이네여... 아주 소박하고 흥미로운 소품입니다. 그러나 기품있는 작품이예요. 크리스티의 센스가 절정에 다달아 있음이 느껴집니다.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작품!

3위: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옛날에 읽었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솔직히 옛날에 읽었던 <장례식을 마치고>,<13인의 만찬>이런 작품들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그래서 다시 샀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만큼은 생생합니다. 눈으로 고립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상...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작품의 세세한 설정 하나하나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2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것도 예전에 읽었던건데, 읽는 내내 어린 마음에 어찌나 무섭고 두근두근한지..그러나 무서우면서도 도저히 손을 책에서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책이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입니다. 최고의 작품!

1위: 나일 강의 죽음.......................... 제가 좀 오버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 너무 좋아합니다.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정수가 모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릭의 기발함, 사건 수사의 아기자기한 재미, 3각 관계라는 최대의 로맨스 등 크리스티 추리 소설이 사랑받는 모든 요소를 갖춘 최대의 걸작입니다. 밀실 추리 소설의 대가 딕슨 카도 이 작품을 최고로 쳤다고 하는데 동의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먼 후세에게 한 권의 추리 소설을 남기라고 한다면 이걸 고르겠습니다. 이 것이 추리 소설이다! 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거든여....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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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0-29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포는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 애거서 크리스티의 로맨스 소설(?)이라고 나왔던 책을 한 권 읽어봤는데,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맛이라 재밌더군요.

jedai2000 2005-10-2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빅포는 정말 최악이죠..크리스티 여사의 완전 범작은 흔치 않은데, 실패작이예요. 로맨스 소설은 별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크리스티가 쓴 거면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