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추리 소설의 황금기 - 3 -

 

 추리 소설의 대가인 애거서 크리스티와 엘러리 퀸에 버금가는 존재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소개가 잘 되지 않았던 작가가 바로 미국의 존 딕슨 카이다. 존 딕슨 카는 미국인이지만 영국에서 주로 살았고 스스로 영국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영국을 사랑했다. 작품의 배경도 거의 전부 영국이다. 하지만 작품 속의 경쾌한 유머나 으스스하지만 유쾌한 분위기가 천상 미국 작가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존 딕슨 카의 주요 특징은 3가지이다. 밀실과 불가능 범죄에 대한 집착이 첫 번째다. 그의 작품 60편은 거의 전부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밀실에서의 살인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게 그의 작품의 대부분이다.

 

두 번째는 오컬트에 대한 관심이다. 그의 작품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오컬트적인 배경에서 일어난다. 마녀라던지, 목없는 시체, 늑대 인간, 요괴 등의 전설이 있는 배경에서 사건이 일어나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물론 오컬트는 작품을 더욱 맛있게 해주는 양념일 뿐이지 사건의 해결은 항상 명탐정에 의해 논리적으로 이루어진다.

 

세 번째는 유머 감각이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지만 분위기는 경쾌한 게 딕슨 카 작품의 특징이다. 끔찍한 사건의 내용을 조금은 중화시키기 위해 유머를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추천 11.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의 밀실과 불가능 범죄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밀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다 벌어진다. 어떤 교수를 과거에 은원 관계가 있던 인물이 살해할 거라고 공언한다. 그 교수는 결국 살해당한다. 도저히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밀실에서 말이다. 명탐정 기디온 펠 박사는 사건의 비밀을 풀어 낸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밀실 강의'. 작가 딕슨 카가 정리한 모든 밀실 트릭을 기디온 펠 박사의 입을 빌어 강의를 하는 장면인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기계적인 밀실 트릭의 수법에서는 정점에 달한 작품.

 

 

추천 12.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

 

 

  딕슨 카의 최고 걸작 중 한편이며, 세계적인 걸작이다. 개인적으로 아주 높이 평가하는 작품으로 트릭의 기발함과 논리적인 해명의 수준에서 정점에 달해 있는 작품이다. 추리 소설에 입문하실 분들은 반드시 읽으셔야 할 고전이자 최고 중의 최고 작품. 이혼녀 이브가 재혼 이야기가 오가는 집의 창문으로 시아버지 될 사람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이브 곁에는 전 남편이 방안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스캔들이 날까 우려한 그녀로서는 전 남편을 돌려 보낸다. 하지만 뜻 밖의 증거로 그녀가 살해 용의자로 몰리자, 알리바이를 대기 위해 전 남편을 찾아보지만 전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식물 인간이 되어 있다. <세 개의 관>이 기계적 트릭의 정점이라면, <황제의 코담배 케이스>는 의표를 찌르는 심리적 트릭의 정점에 달해 있는 작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탄복했다는 작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영국에서 '추리 소설의 여왕' 칭호를 들었지만, 그 칭호는 곧 또 다른 여성 작가에게 공유되어야 했다. 그녀의 이름은 도로시 세이어즈. 도로시 세이어즈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활동한 작가로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다만 현재는 도로시 세이어즈의 명성이 조금 떨어지는 데 이는 그녀가 12편이라는 과작의 작가라는 이유가 크다.

 

  그녀는 간호사 출신인 애거서 크리스티만큼 독약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독특한 방법의 살인을 고안해 냈다. 대표작인 <나인 테일러스>의 살인 방법은 기가 막힌다. 또한 독학으로 글을 쓴 크리스티에 비해 명문 옥스퍼드에서 문학을 공부해 문장이 좀 더 근사하다는 차이점도 있다. 물론 트릭의 기발함에서는 크리스티가 한 수 위지만 말이다. 하지만 작품에서의 불길한 분위기 묘사나 배경 묘사, 대사들은 솔직히 세이어즈가 더 잘 쓰는 것 같다. 그러나 세이어즈는 12편의 작품을 남기고는 말년에 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등 종교적인 글쓰기로 완전히 전향하고 만다.

 

세이어즈 작품의 인기 비결은 바로 탐정 피터 윔지 경의 매력 때문이다. 피터 윔지 경은 귀족답게 젠틀하면서도 젠체하지 않는 소탈한 매력이 있다. 여자 분들이 아주 좋아하는 탐정이다..^^;; 한국에서 출간된 작품은 장편 <나인 테일러스>와 단편집 <의혹>뿐이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추천 13. <나인 테일러스>

 

 



  피터 윔지 경은 여행 중 명종술을 하는 교회에 머무르게 된다. 명종술이란 영국의 전통 음악으로 몇 개의 커다란 종을 여러 사람이 울려 화음을 만다는 것을 말한다. 명종술이 끝나고 시체가 발견되는데 신기하게도 전혀 외상 흔적이 없다. 작품 내내 비와 홍수의 우울함, 교회와 교회 음악의 짓누르는 듯한 장엄함, 인간의 연약함, 그런 인간을 비웃는 듯한 신의 단죄 등의 심각한 주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딱딱하고 무겁지만 충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는 걸작이다.     

  

 

 

 

 영국과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독특한 대가가 나타났다. 추리 소설가라기 보다는 문학가적인 향취가 나는 작품을 썼던 그의 이름은 조르주 시므농. 그는 벨기에 태생이었는데 프랑스에서 명성을 날렸다. 프랑스 최고 영예 훈장 '레종 도뇌르'도 받았다. 그는 심각한 성격의 메그레 경감이 나오는 이야기를 100편 이상 썼다. 장편이 100편이라지만 한글로 옮겨보면 150-200쪽 정도의 작품이니 중편이라는게 맞겠다. 작가 생활동안 400편을 썼다고 한다.

 

 그의 책은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닌 1930년대 당대의 풍속도를 잘 드러내며,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풍을 보여준다.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는 칭호도 들었던 작가다.

 

추천 14. <사나이의 목>

 

 

  

 <사나이의 목>과 <황색 개>라는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다. 두 편 다 메그레 경감이 등장한다. <사나이의 목>은 시므농이 추구했던 심리적인 방법을 이용한 추리 소설을 보여준다. 범인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청년을 집요한 메그레 경감이 굴복시키는 내용이다. 메그레 경감의 심리 전술이 압권이다. <황색 개>는 <몽떼크리스토 백작>의 알렉산드르 뒤마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항구 도시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 사건. 범인을 체포해 보니 그의 사연은 구구절절한데... 추리 소설에서 만나기 힘든 감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시므농의 작품은 트릭이나 미스터리의 요소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심리의 해부, 현실 세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 등의 요소로 인해 문학성을 획득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영엄마 2005-10-2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확실히 책 그림이 나오니 좋긴 하군요.^^;; <황제의 코담배갑> 이랑 <나인 테일러스>는 읽었어요.

아영엄마 2005-10-2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에서 책이미지 복사해서 붙여넣기해 놓았어요. ^^

jedai2000 2005-10-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하셨어요. ^^;; 다른 작품들도 꼭 보세요. 그런데 재미없어서 저 혼나면 어쩌죠? ^^;;

panda78 2005-10-2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20선은 거의 다 읽었는데 좋던걸요. 멋진 리스트, 잘 봤습니다. <(_ _)> 꾸벅. ^^

jedai2000 2005-10-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고맙네요. 그런데 아직 20개를 다 못 채웠어요. 쓰다가 만거라 14선에서 끝났죠. 조만간 20선을 완간하겠습니다.

jedai2000 2005-10-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테일러스> 아주 좋아요. 너무 진중한 분위기라 읽기 힘든 면도 있는데 읽고 나면 도로시 세이어즈에 대한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들 거예요.

panda78 2005-11-0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소머 살인사건이라고, 홀마크채널에서 가끔 해 주는 영국 드라마가 있는데, 거기에 이 종 치는 게 나오더라구요. (이름이 뭐더라,,, 하여튼 그 어려운 타종법)
그거 보고 난 다음에 읽었더니 훨씬 재밌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