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추리 소설의 황금기 - 2 -
영국에선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의 여왕' 칭호를 들으며 승승장구하고, 미국에선 반 다인이 퍼즐 추리소설로 베스트 셀러를 석권하며 인기를 끌자 뉴욕에 살던 두 사촌 형제는 이에 자극받아 자신들도 추리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들의 이름은 맨프레드 리와 프레드릭 더네이...두 사람은 1928년, 추리 소설 현상 공모에 응모를 해 처녀작 <로마 모자의 비밀>을 발표한다.
두 사람은 합동 필명으로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을 창조했고, 자신들의 소설 속 탐정 이름도 엘러리 퀸이라고 붙였다. 그 뒤 두 사람은 제목에 나라 이름이 들어가는 '국명 시리즈' 9편을 발표해 일약 유명해진다. <그리스 관의 비밀>,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중국 오렌지의 비밀>등의 작품이 있다.
그들은 철저하게 논리와 트릭, 퍼즐의 요소를 중시한 본격 지향주의였는데,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나 범인을 맞출 수 있는 장면에 '독자에의 도전'이라는 편지를 삽입했다. 이 부분을 꼼꼼히 읽어 보면 범인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은 트릭을 만들 때 있어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했다. 냉철한 이성과 논리, 집중력, 관찰력을 가지고 작가에게 도전할 것을 촉구했던 것이다.
한편 그들은 추리 소설 역사에 남을 또 하나의 불후의 시리즈를 발표했다. <X의 비극>,<Y의 비극>,<Z의 비극>, <최후의 비극>의 4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극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들은 이 책들을 '버나비 로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는데, 추리 소설 작가다운 재미있는 장난을 친다. 어느 파티 석상에서 맨프레드 리가 엘러리 퀸으로, 프레드릭 더네이가 버나비 로스로 서로의 작품을 혹평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엘러리 퀸이 두 명의 사촌 형제의 공동 필명인 줄 사람들은 몰랐다.) 사실은 두 사람이 같이 쓴 작품인데 말이다. ^^;;
추천 9. <Y의 비극>...

발표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본격 추리 소설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정수를 모두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이 조사한다. 단서와 복선들이 상당히 꼼꼼하고 지능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머리를 열심히 굴려 보면 범인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범인의 정체는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지만 단서가 충분히 있다. 씁쓸한 마무리가 주는 여운이 좋은 작품으로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 세계는 대략 3기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1기는 '국명 시리즈'와 '비극 시리즈'를 집필했던 때로, 퍼즐과 트릭에 몰두하던 시기이다. 2기는 소설이 많은 인기를 끌자 헐리웃으로 스카우트되어 영화 각본을 집필하던 시기인데, 영화 각본가로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 일 외에 짬짬이 집필하던 추리 소설들은 아무래도 수준이 떨어진다.
헐리웃 생활을 마감한 엘러리 퀸이 다시 추리 소설로 돌아온 3기의 작품이 바로 '라이츠빌 시리즈'이다. <재앙의 거리>,<폭스가의 살인사건>,<열흘간의 불가사의>,<더블, 더블>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시기의 특징은 가열차게 새로운 트릭과 퍼즐에만 몰두하던 퀸이 인간에게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파고 드는 심리적인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퀸은 그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다.
추천 10.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에게 익숙해져 있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라이츠빌'시리즈의 제 1편이다. 라이츠빌이란 가공의 도시인데, 결혼식 다음날 사라졌던 신랑이 10년만에 신부곁에 돌아온다. 곧 신랑은 살해되고, 때마침 라이츠빌에 있던 탐정 엘러리 퀸은 사건을 조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추리 소설 중 한편이다. 위에도 언급했던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줄기차게 파고드는 작품이지만 본격 추리 소설적인 퍼즐의 요소도 일급이다. 훌륭한 트릭으로 독자를 감탄하게 하고 문학적 향취로 여운도 길게 남는 좋은 작품이다.
엘러리 퀸의 작품 중에서는 <X의 비극>과 <Y의 비극>,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그리스 관의 비밀>,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재앙의 거리>와 <열흘간의 불가사의>를 꼭 권하고 싶다. 단편집 <신의 등불>에 수록된 중편 소설 <신의 등불>도 명작으로 많은 추앙을 받고 있다.
엘러리 퀸은 6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20권을 조금 넘게 만나볼 수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더불어 쌍벽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크리스티 여사처럼 정말 좋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한편 그들은 <엘러리 퀸스 미스터리 매거진>이라는 추리 소설 전문 잡지를 만들어내 스텐리 엘린등의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잡지는 두 사촌 형제가 모두 사망한 지금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