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추리 소설의 황금기 - 1 -

 

 1910년대 후반까지 추리 소설은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추리 소설의 역사에서 1920년 이전의 모든 시간은 진정한 황금기의 준비 기간에 다름 아니었다. 1919년 사람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처녀작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감히 비유하자면 하느님은 일주일 만에 세상을 창조했고, 크리스티는 펜을 들어 추리 소설을 창조했다고나 할까... 1919년에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으로 추리 소설 창작 활동을 시작했던 그녀는 1975년까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 60여년을 추리 소설과 함께 보내왔다. 장편이 66편, 단편집이 20편..그렇게 많은 작품을 썼지만 과히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작품이 없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칭하면 그녀에겐 실례다. 남녀 통틀어서 최고였기 때문에...

 

추천 6.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외딴 섬...남에게 말할 수 없는 과거를 지닌 10명의 남녀가 모여든다. 섬의 저택에는 인디언 인형이 10개 놓여져 있는데, 한 명씩 살해당할때마다 불길하게 인형이 파괴된다. 말할 수 없이 공포스럽고, 독자를 몰입시키게 하는 작품. 정말 교묘하게 안배되어 있는 상황 설정과 놀라운 진상이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추리 소설중 한 편으로 꼽으며 이 책을 읽으면 크리스티의 다른 책을 찾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될 것이다.

 

 

 

 

추천 7.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한편. 비교적 초기작인데 이 작품으로 크리스티는 명성의 정점에 올랐다.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 씨를 살해했을까? 추리 소설 사상 가장 충격적인 범인을 명탐정 포와로가 밝혀 낸다. 이 작품의 범인은 너무도 의외의 인물이라 출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고, 영국과 미국의 추리 소설가들로부터 페어, 언페어 논쟁을 낳았다. 크리스티의 모국인 영국에서는 페어를 미국에서는 언페어를 주장했는데, 이는 아직까지도 추리 소설 애호가들에겐 즐거운 논쟁거리다. 반드시 읽어야 할 추리 소설의 명편이다.

 

 

 

 크리스티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나일 강의 죽음> 등에서 보여주듯 트릭의 정교함과 기발함이 뛰어났다. 퍼즐 푸는 형식의 추리 소설에서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티의 작품은 거의 모두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 베스트 10을 뽑아 보겠다. <장례식을 마치고>- <비뚤어진 집> - <0시를 향하여> - <창백한 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 <예고 살인> - <오리엔트 특급 살인>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나일 강의 죽음>의 순으로 적어 보았는데 여기 10편 모두 수준작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한편 영국의 애거서 크리스티 이후로 미국에서도 뛰어난 작가들이 배출되었다. S.S 반 다인이라는 작가가 미국 추리 소설 황금기 작가의 효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 다인은 원래 저명한 미술 비평가였는데 병이 나서 입원을 했다고 한다. 의사는 그에게 독서를 금지시켰는데 다만 심심풀이로 읽는 추리소설만큼은 허용했다. 그동안 출간된 거의 모든 추리 소설을 다 읽은 그는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지 퇴원하고 추리 소설을 쓴다.

 

1926년의 <벤슨 살인 사건>이 바로 그 작품이다. 반 다인 작품의 주인공 탐정은 파일로 밴스라는 남자이다. 이 친구는 갑부에, 잘 생겼고, 운동도 만능이고, 무엇보다 온갖 분야에 지식이 엄청나게 많다. 작가인 반 다인이 미술 평론가로 지식인이었던 게 소설속에 투영된 듯 입만 열면 온갖 현학적인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반 다인 작품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이 현학적인 이야기들을 어떻게 참고 넘기느냐에 달려 있다.

 

반 다인은 6이라는 숫자를 완벽한 숫자로 생각했다. 전 작품의 제목이 전부 6자로 구성되어 있다. <벤슨 살인 사건 BENSON MURDER CASE>, <비숍 살인 사건 VISHOP MURDER CASE>, <드래곤 살인 사건 DRAGON MURDER CASE>, <카나리아 살인 사건 CANARY MURDER CASE>등처럼 말이다. 작품도 6편외에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독자들의 사랑으로 그것만큼은 지키지 못했다. 총 12편을 남겼다. 반 다인은 역시 좋은 트릭을 구사했고, 흥미로운 퍼즐을 만들었고, 논리적인 글을 쓸 줄 알았다. 그의 바로 뒤에 등장하는 엘러리 퀸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추천 8. <그린 살인 사건>

 

 

 
12편의 반 다인의 작품 중 <비숍 살인 사건>과 더불어 가장 뛰어나다고 흔히들 말해지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린 살인 사건>을 더 높이 평가하기에 이 작품을 골랐다. 음습한 분위기가 감도는 대 가족 내의 살인 사건...가족들은 한명씩 피살되고, 파일로 밴스는 역시나 잘난 체를 멈추지 못한다..ㅋㅋ

 가족안에서의 살인이라는 추리 소설의 오랜 테마를 다룬 작품으로 가정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애증이 넘치는 공간이기에 이렇게나 많은 추리 소설들이 홈 머더물(HOME MURDER)물을 배경으로 할까 생각해 보게 한다. 으스스한 맛이 매우 뛰어난 작품으로 공교롭게도 엘러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도 이 작품과 거의 유사한 범인이 나오는 작품들을 한 편씩 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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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 다인 작품 중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게 [그린 살인사건]이에요. 가장 최근에 읽은 [드래곤 살인사건]은 좀 지루하더라구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어렸을 때 축약본으로 읽은 듯한 케늘 살인사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