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배고픈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는 인간의 호기심을 가장 잘 어루만져주는 이야기. 기발한 트릭과 흥미로운 플롯, 우리의 기대를 200% 충족시켜 주는 명탐정의 존재까지 추리 소설만큼 흥미로운 게 또 있을까..이미 영.미나 일본같은 출판 선진국들 사이에선 팔리는 책의 대부분이 추리 소설이나 추리 소설에서 파생된 소장르가 휩쓸고 있다.

클린턴, 부시같은 미국 대통령들도 인터뷰를 보면 추리 소설을 즐긴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한국같으면-_-;)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큼은 추리 소설이 불모지로 남아 있다. 올해 <다빈치 코드>가 80만부를 넘기기는 했지만, 야심차게 기획된 추리 소설들이 대다수 8000부도 넘기지 못하는 것이 또한 한국 추리 소설계의 현주소이다. 이에 추리 소설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쭉 훑어 보며  읽어 보시면 반드시 추리 소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줄 걸작 20편을 소개하는 바이니,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이 때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추리 소설을 읽는 인생의 참 재미를 발견하게 되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추리 소설의 입문자가 부럽다...이런 걸작들을 한편 한편 새로 읽어가니 얼마나 짜릿하고 신나겠는가...아!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_-;;;)

 

<1> 추리 소설의 탄생.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최초의 추리 소설을 쓴 사람은 미국 문학사에서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이다.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로맨티시즘, 악몽같은 그로테스크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일궈내 세계 문학사에 이름이 남은 천재 작가, 애드거 앨런 포가 최초로 추리 소설을 썼다면 고개를 끄덕이실 분도 많이 것이다. <애너벨 리>같은 주옥같은 시에서...<어셔가의 몰락>같은 고딕 호러, 잊혀지지 않을 <검은 고양이>...포는 최초의 명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창조했다.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단편은 단 3편이지만 이후 추리 소설의 모든 원형이 담겨 있다 할만큼 뛰어난 작품들이다.

 

추천 1. <애드거 앨런 포> 단편집...

 

   

 

국내에 출간된 단편집이 워낙 많기에 번역이 잘된걸로 아무 거나 골라 들기 바란다. 위에 언급한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3작품 중 가장 유명한 <모르그 가의 살인>은 밀실 살인과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 범죄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는 신문 기사의 스크랩만 보고 토막 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마지막 작품인 <도둑맞은 편지>는 아직까지도 단편 추리 소설의 최고 걸작중 한편으로 손꼽히는 작품인데, 끝까지 읽으면 뒤통수를 단단히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그 외에 <황금충>같은 작품은 암호를 풀어내는 암호 미스터리의 효시격인 작품이다

 

 

<2> 추리 소설의 제 1 전성기

 

에드거 앨런 포는 1846년에 사망했다. 그는 추리 소설가라기 보다는 다종다양한 문학의 장르에서 실력을 발휘한 문학인이었기에 향후 추리 소설은 약간의 공백기를 맞게 된다. 포 뒤에 에밀 가보리오라는 작가의 <르콕 탐정>시리즈가 인기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추리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 건 바로 이 작가 때문일 것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말이다...원래 코넌 도일은 의사 출신인데 지지리도 장사가 안되서 남아 도는 시간을 주체 못해 쓴게 바로 셜록 홈즈 의 제 1 장편 <주홍색 연구>이다. 이 때가 1887년이다.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썼다고 알려져 있는데, 자기도 의사면서 왜 못 고치고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_-;; 여튼 다음 작품 <4개의 서명>이 대박을 치면서 돈 안되는 의사는 완전히 접고 소설가로 거듭났다. 당시 영국에서 남성 젠틀맨을 위한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이 창간되면서 편집자는 코넌 도일에게 단편 소설을 의뢰한다.(지금으로 치면 GQ쯤 되나 보다...) 도일은 매호마다 단편 1편씩을 연재하며 그야말로 불멸의 이름을 남긴다...

 

추천 2. <셜록 홈즈>

 

 


청승맞게 부슬부슬 비내리는 런던 거리, 가스등 불빛은 흐릿한데, 4륜 마차는 정신없이 달려간다. 마부석에 앉은 사람은 승마 모자에 쇠장식을 단 지팡이를 들고, 체크 무늬 상의를 입고 있쥐...^^; 셜록 홈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이거일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사건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홈즈의 매력이야말로 이 소설이 100년동안 사랑받은 이유일 것이다. 말이 필요없다. 아직도 안 보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홈즈 이야기는 4편의 장편과 56편의 단편으로 이뤄어져 있다. 장편중에선 <공포의 계곡>을 추천하는 바이고, 단편은 뛰어난 작품들이 워낙 많으니 한편, 한편 읽어보시라(개인적으로는 <얼룩끈>). 비오는 밤, 이보다 더한 오락거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셜록 홈즈가 이처럼 엄청난 인기를 얻자 다른 잡지에서는 경쟁적으로 추리 소설을 쏟아낸다. 홈즈의 라이벌들이 각지에서 튀어나오고, 바야흐로 셜록 홈즈로 촉발된 추리 소설계는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은 것이다. 1900년대 초반 엄청난 양의 추리 소설들이 쏟아졌는데, 셜록 홈즈의 영향을 받아 단편이 많았고, 홈즈가 인기 있었던 가장 큰 이유인 탐정의 개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많았다...

이 시기 탐정들은 홈즈를 능가하는 개성을 갖추기 위해  한 가지씩 이상한 결점들을 가진 온갖 잡놈들이 줄지어 튀어 나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장님 탐정 <맥스 캐러도스>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결점있는 탐정들을 추리 소설 사조에선 라고 한다고 하더라...여튼 이런 홈즈의 라이벌 (<사고 기계 반 두젠 교>, <구석의 노인>, <마틴 휴이트> 등등) 들 중에서 가장 특출난 두 작품을 꼽아 보겠다...

 

추천 3. <브라운 신부의 결백>

 

 이 작품을 쓴 G.K 체스터튼은 원래 추리 소설가가 아니고, 버나드 쇼와 친한 문인이었고, 버트린드 러셀같은 철학자와 논쟁을 벌인 철학자였다. 당대의 석학, 시인으로 손꼽히던 사람으로 추리 소설은 그저 재미로 쓴 건데 후대에는 추리 소설가로만 기억되게 되었다..-_-;; 여튼 철학자요, 문인답게 그의 작품은 회화적인 묘사가 아름답고, 문장이 또한 기막히다. 그는 단편집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5권 썼는데, 제 1권인 <결백>이 최고 걸작으로 보인다. 철학자답게 그의 작품은 인식론이나 인생에 대한 우화를 날카로운 필치로 담은 듯 하다. <결백>에 수록된 <보이지 않는 살인자>는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건만 본다는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추리 단편 중 최고의 걸작이다. 그 외에도 <부러진 검의 의미>, <이즈라엘 가우의 명예>등과 같은 뛰어난 작품  들이 즐비한 걸작 단편집이다. 굽은 허리에 촌로같은 어벙한 탐정 브라운 신부지만 그는 날카롭다. 그에게서는 용서하는 신의 모습이 아닌 단죄하는 신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영엄마 2005-10-25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기서부터 퍼갈께요~~ ^^

jedai2000 2005-10-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얼마든지 퍼가세요.^^;;
과일이 좋아님: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부 다 친구랍니다..^^;;

panda78 2005-10-2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마틴 휴이트는 처음 들어봐요.. 궁금해라..

jedai2000 2005-10-2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마틴 휴이트의 단편집이 국내에 소개된 건 없는걸로 알고 있구요. 유명한
단편 <렌튼관 도난사건>이 동서추리문고 중 어떤 작품의 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jedai2000 2005-11-0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반갑습니다. 하네님..^^;; 제 의도를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추리소설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제가 못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너무 감사드리고 영광입니다. 겨울 방학 때 추리소설 많이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