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인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띄어쓰기에 조심하여 '법의 관' 이런 식으로 오해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스카페타 시리즈는 한국에 약 6,7권 정도가 출간된 바 있지만 다른 나라와는 달리 묻혀 버린 아픔이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전에 출간된 작품으로 2권 정도를 읽은 바 있지만 첫 작품부터 차근차근 읽어 나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용어부터 생소한 '법의관'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현장 단서를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직업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아니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CSI 과학 수사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CSI 처럼 이 작품에도 DNA감별기, 지문 판독용 레이저 등의 전문 장비가 나와 독자의 흥미를 돋우나 독자들이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작품의 출간 연도는 1990년, 분명히 CSI보다 먼저 나온 시리즈라는 것이다. CSI의 성공을 등에 업은 모방적으로 오해하는 일은 행여 없길 바란다.

 

 작품의 도입부는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시에서 벌어지는 연쇄 강간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끔찍한 방법으로 여자를 교살한 후 강간까지 하는 악랄한 악당이 4명째의 희생자를 찾아낸 것이다. 리치몬드시의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박사는 자신도 여성으로서 범인에게 분노를 느끼고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범인은 지능이 매우 뛰어난 놈이라 쉽사리 꼬리를 밟히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 남아 있는 건 정체모를 반짝이는 가루 분말과 들척지근한 냄새뿐....

 

 보시다시피 시작부터 흥미롭다. 스카페타 박사의 투철한 직업 의식과 여성으로서의 피해자와의 동질감, 범인의 악랄함 등이 시작부터 빠르게 제시되어 작품의 불을 당긴다. 또 스카페타 박사의 주변 인물들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과학 수사를 담당하는 스카페타 박사와 한 팀을 이루는 두 명의 남자, 냉철한 프로파일러 벤슨 웨슬리, 현장 수사를 담당하는 경사 피트 마리노, 게다가 스카페타의 조카인 천재 꼬마 루시, 범죄 심리학자 스파이로 박사등 한 사람도 대충 묘사하지 않는다. 작가는 섬세하고 유려한 필치로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의 성격, 행동, 심리 등을 묘사한다. 특히 거칠고 전형적인 형사 타입인 피트 마리노와 사사건건 반목하던 스카페타가 화해(?)하는 장면이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걷도는 루시와 스카페타의 새로운 유사-모녀 관계 형성 등 인물들간의 관계에 얽힌 이야기에 작가는 힘을 집중한다.

 

 이는 1장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2장에서 추격이 벌어지고 3장에서 액션이 벌어지는...기계적인 게임같은 스릴러가 아닌 작품에 문학적인 향취를 가져다 주는 좋은 장치이다. 작가의 이력을 읽어보니 흥미롭다. 기자와 컴퓨터 분석관을 거쳐 실제로 검시에도 600회 이상 참여했다고 한다. 기자 생활을 한 덕분이지 글에는 다큐멘터리적인 사실감이 있고, 컴퓨터 분석관 생활을 한 덕분이지 작품에 컴퓨터 해킹에 관한 지식을 풀어 놓기도 한다...(개인적으로는 컴퓨터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라 이 부분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검시 장면에도 물론 사실감이 보인다.

 

 전개가 빠르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500쪽 가까운 페이지지만 하루만에 모두 읽었다. 스릴러로써 최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전개도 좋았고, 분명 작품 중간 중간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단서가 제시되어 추리물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여성인 스카페타를 압박하는 남성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입증하는 스카페타의 이야기는 여성들이 감정 이입하기도 좋을 듯 하다. 특히 요즘 강간같은 강력 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에 스카페타 같은 법의관 우리 나라에는 없나 생각하게 만든다.

 

 책은 아주 가벼워 누워서 보기에 좋았다..-_-; 디자인도 이쁘고...개인적으로 여전히 제목은 <검시관>이 더 낫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자 후기에 보니 제목을 <법의관>으로 정한 이유가 충실히 설명되어 있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다음 작이 궁금한 멋진 시리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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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5-10-2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블하우스와 관계없기 전에 쓴 글이라 올립니다.

panda78 2005-11-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다 두 권으로 나와서 아쉬워요.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는 다 한 권으로 나왔는데...
8권부터는 사 볼 예정인데,.. 쩝. 분권만 아니었더라도 더 기뻤을 텐데 말이에요. ^^;

jedai2000 2005-11-03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분권을 싫어하시는 분이 많죠.^^;;
유감스럽지만 스카페타나 링컨 라임은 계속 분권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못 드려서 죄송하네요.

시리즈 8편이 인쇄, 제작 중입니다. 9편은 내년 초쯤 나올 거예요. 저도 9편까지 봤는데, 9편은 스카페타 최고작 중 하나있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panda78 2005-11-0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계속 두 권으로 나오다가 한 권으로 나오긴 어렵겠죠. ^^; 투정 좀 해 봤사와요.
으흐흐- 9편 얼른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는데요? ^^ 기대기대-

jedai2000 2005-11-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저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 분권은 싫죠. 여기 알라딘 님들은 특히 책을 엄청 많이 사시니까 부담도 많이 되실테고...저도 <밀약>사고 피눈물 흘렸어요.
그런데 또 사람마다 의견이 다 틀려서, 장사하신다고 밝히는 어떤 독자분께서는 본인이 연세도 있으시고 또 무거운 책 읽으며 장사하면서 보기 버거웠는데, 분권해 줘 고맙다고 쓰신 분도 있구요. 참, 책이라는 게 사람마다 욕구가 다 다르니 만들기 어려운 것 같아요.

8권 <죽음의 닥터>는 오늘 가제본한 걸 받았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어 곧 제작 공정을 끝마치고 출간될 예정입니다. 재미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9편이 더 잼있지만요..^^;)

panda78 2005-11-0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기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