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1
데니스 루헤인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들어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미스틱 리버>의 원작 소설이다. 작가 데니스 루헤인은 일곱 편 정도 쓴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작가가 2003년도에 쓴 <살인자들의 섬>이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국내 출간된 작품은 <살인자들의 섬>과 <미스틱 리버> 단 두 작품에 불과하다. 

 

<살인자들의 섬>이 가장 최근작으로 신작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94년에 데뷔해 현재까지 일곱 편이니 작가 경력에 비해 비교적 과작으로 그만큼 신중하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쓴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 <미스틱 리버>도 평이 대단히 좋았지만 영화를 보지 못해 다만 소설에 대해서만 말을 할 수 밖에 없어 유감이다. 주연진은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이라는 명배우들의 조합이었다. 영화도 꼭 구해 봐야겠다.

 

지미 마커스와 숀 디바인, 데이브 보일...세 사람은 어렸을 때 친구였다. 특히 지미와 숀은 아버지가 같은 회사를 다녀 그만큼 더 절친했다. 데이브는 항상 같이 있긴 했지만 얌전하고 존재감이 별로 없는 그런 친구였고...  숀의 아버지가 관리자인데 반해 지미의 아버지는 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였다.

 

지미의 아버지가 해고를 당하고 아버지 사이의 골은 자식들에게 이어진다. 지미와 숀은 별다른 이유없이 멀어지게 되는데 어느날 거리에서 주먹다짐을 하다 차에 타고 있던 경찰들을 만나게 된다. 경찰은 아이들이 거리에서 싸우면 체포해야 한다며 차에 태우려 한다. 영리한 지미와 숀은 차에 타지 않지만 데이브는 차에 타고 만다. 데이브가 울면서 차 뒤유리를 통해 두 사람을 바라보던 장면은 두 사람에게 지우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그 때 데이브를 차에 타게 하지 못했어야 한다고 두 사람은 내내 후회하는 것이다.

 

당연히 데이브를 데려간 사람들은 경찰이 아니었다. 그들은 유아 성학대범이었고, 데이브는 4일만에 그들에게서 빠져 나온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억지로 봉합해 둔 채 세 사람은 성장하게 된다. 지미 마커스는 17살에 갱단을 조직한 건달이었지만 교도소에서 첫 아내를 잃고 재혼을 하면서 손을 씻는다. 숀 디바인은 형사가 되었는데 아내 로렌과 별거중이다. 데이브 보일은 고교 야구 스타 출신이었지만 현재는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머리 속에는 늘 어린 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안고...

 

어린 시절의 친구이지만 별다른 인연없이 각자 살아가던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운명의 수레바퀴 속으로 굴러 들어가고 만다. 지미의 딸, 케이티가 공원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지미는 자신의 손을 씻게 만든 첫 아내와의 유일한 딸, 목숨보다 사랑한 케이티를 죽인 자에게 피의 복수를 하려 한다. 숀은 케이티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다. 그런데 수사 중 데이브가 케이티가 죽어가던 장소에 비슷한 시점에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읽는 내내 세 사람의 결말을 조종하는 잔인한 운명의 실이 어떻게 풀려 나갈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2권 분량에 거의 700쪽 가까운 이야기지만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세 사람의 운명이 엇갈리는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여운이 굉장하다.

 

대단한 작품이다. 데니스 루헤인은 정말 천재적인 작가이고, 그의 작품들은 마술적인 강렬함이 있다. <미스틱 리버>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지미의 딸 케이티가 죽고 나서의 순간부터이다. 다른 스릴러나 미스터리 책에서도 피해자가 죽으면 형사나 탐정이 등장해 수사를 개시한다.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같은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는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농으로 '사람이 죽지 않는 책은 재미가 없어' 라든지, '책에는 사람이 50페이지에 한번씩 죽어야 집중이 유지돼..'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그러나 <미스틱 리버>에서는 거의 300쪽 가까운 분량을 케이티의 장례식 준비 장면에 할애한다. 이야기 전개 상으로는 사실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장면에서 지미의 딸에 대한 사랑, 후회, 그리움 등의 감정이 절절하게 그려진다. 살인 미스터리 물에 등장하는 잦은 죽음으로 인해 죽음이 주는 무게감을 잊고 사는 독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고나 할까...

 

언제나 죽은 사람들보다는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슬픔이 더 큰 것 같다. 가족을 잃은 채 하루하루 슬픔속에 살아가야 하는 사람을 이토록 잘 묘사하는, 진실한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통찰력 있게 그려내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아직 본 적이 없다.  

 

물론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수사물다운 재미도 있다. 뜻밖의 단서로 범인을 잡아내는 숀의 추리 장면은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성장해 온 세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이 가장 비통하고, 애잔하게 다가온다.

 

<살인자들의 섬>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지만, 재미를 위해 약간의 쇼크 효과를 노린 작품이라면 <미스틱 리버>는 더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작품이다. 2000년대 이후를 이끌어갈 작가로 데니스 루헤인은 그 선봉에 서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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