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문라이트
이재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깜깜한 밤에 <미스터 문라이트>를 읽고 있는데, 어느새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창문을 두드립니다. 읽던 것을 잠시 멈추고 창가에 서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니 묘한 생각이 듭니다. 비라는 것은 원래 땅 위에 흐르는 물이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거쳐 비가 내리면 다시 땅을 적셔주고, 그 물이 또 하늘로 오르고...이렇게 비는 영원한 것,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마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먼 옛날에 사랑하는 연인의 몸과 마음을 적셔주던 그 빗물이 오늘날의 연인들에게 또 내리는 거고...

 

연애소설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평소에는 무심하던 것들에서 괜히 낭만적인 뭔가를 찾게 되네요. 매일매일 전투처럼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전하는 연애소설의 한 페이지는 일종의 쉬어갈 수 있는 간이역 같은 기분으로 다가옵니다. <미스터 문라이트> 역시 마침표나 느낌표가 아닌 쉼표의 연애소설입니다. 누가 읽어도 편안함과 감동, 다소나마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설이지요. 

 

대학교 때 한 여자를 짝사랑해서 그녀를 위해 온몸을 바쳐 헌신해 결국 사랑을 얻어내지만, 여자의 죽음으로 안타까운 이별을 맞고...그렇습니다. 뻔하디 뻔한 설정의 모음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희생해 사랑하는 법을 알았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죽은 연인과 꼭 닮은 새로운 여인이 등장하는 후반부를 보면서 아, 이거 정말 심하게 뻔하네 하고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다행히 아주 말랑한 소설은 아니고, 결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 혹은 그럴 듯한 국면의 전환이 있어 힘을 받습니다. 아마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는 그런 결말이예요.

 

작가가 현직 음악방송 프로듀서답게 상황에 맞는 노래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건스 앤 로지스부터 엘튼 존, 김현식, 김광석까지 읽으면서 다 한 번씩 들어보고 싶더군요. 글솜씨도 무난하고, 아니 잘 쓰는 수준이구요. <잃어버린 너>부터 <혼자뜨는 달> 까지 국산 연애소설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옛날 생각도 좀 나더군요. 주인공들의 사랑이 맺어진 곳이 대학교라, 저의 예전 풋풋했던 대학생 시절 짝사랑의 기억도 많이 났습니다. 휴대폰도 없고, 컴퓨터도 없던 시절의 끝물에 대학을 다닌 터라 주인공들의 고풍스런 연애담이 아주 낯설게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요즘 미스터리에만 너무 심취해 연애소설의 이런 재미들을 다 잊고 있었네요. 앞으로도 좋은 연애소설을 틈틈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스터 문라이트는>는 위에도 지적했듯이 클리쉐의 남발과 대책없는 순애 지상주의 등의 단점이 아쉽지만 더 멋진 다음 작품을 위한 일보 후퇴로 생각하렵니다. 건승하시길!

 

p.s/ 작가가 우연히 들은 실화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실제 있었던 일 같지는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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