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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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이던가. TV를 통해 효재의 삶을 본 기억이 있다. 당시 타샤 튜더를 좋아하던 내게는 한국에는 이효재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계기였다. 더구나 그녀는 한복 디자이너였다. 전통적이고 자연적이며 바지런하고 살림을 잘하는 사람. 단아하고 순박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두루 갖추고 사는 삶을 보여주는 여자였다. 보자기로 멋지게 선물포장을 하고 음식 하나를 대접해도 정성을 다하며 한시도 손을 가만두지 않는 사람.
 
 육아를 하다 보면 지쳐서 살림은 누가 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전부는 아니어도 청소만이라도 아니면 음식만이라도. 그래서 힘들고 짜증이 나서 살림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순간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그럴 때 이 책은 많은 안식을 준다고 할까. 효재의 살림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가짐 또한 어찌나 아름다운지 말이다. 물론 효재는 자식이 없고 남편도 자유영혼이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니 그녀만큼 아름답게 살림하고 가꿀 수는 없겠다. 그러나 사실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도 이렇게나 바지런하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선물하기를 좋아해서 조카에게 첫 해외여행을 선물한 사람. 여름에는 부채를 만들어 선물하고 온갖 나물도 말려보내고 곽티슈를 보자기로 싸서 보내는 등. 쉴 새 없이 무언가를 선물하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사서 보내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이 모두 직접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정성이 들어간다. 이런 선물이니 받는 사람도 얼마나 기쁠까.

 
 그녀의 고독은 슬프거나 불행한 것이 아니었다. 그 시간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변모시킨 효재의 긍정 에너지와 여유 있는 마음이 돋보였다. '나는 나를 충분히 산다.' (38쪽)고 자신 있게 말할만하다. 사람에게 참으로 잘하는 사람. 날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그녀는 값비싼 부담 가는 선물은 주지 않으면서 소소하고 부담 없지만 마음에 남는 행복을 선물한다. 얼마나 현명한 판단인가. 아마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인 거 같다.
 

 

 생일이나 특별한 날은 기억하지 못한다. 매일매일, 그때그때, 지금이 다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드니 매 순간이 선물이다. 삶 자체가 선물이더라.

 육아로 지친 요즘 다시 만난 효재는 내게도 선물을 주었다. 일상의 소중함과 살림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을 위해 외식을 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힘들어서 하는 일이 있었는데 주말을 제외하고는 평일은 꼭 내 손으로 차려주기. 그 시간이 피곤에 쩔어서 하는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다 아는 사실이 내가 비로소 받아들였을 때에야 진실이 된다.
 
 예쁜 책으로 만든 효재의 이야기였다. 사진이 많지만 난 왜 그 많은 사진 속에서 시원하게 발을 씻는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맨발의 자유로움이 시원해 보였나 보다. 살림 속에서 아니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 속에서 자유의 순간이 있다면 아마도 저 사진으로 대변될 수 있지 않을까. 바쁜 가운데의 휴식이야말로 달콤하지 않은가. 그러고자 나도 나로 충분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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