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압화와 콜라주
모리노 미사코.하야시 미나코 지음, 고정아 옮김 / 진선아트북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1. 말린 낙엽 속에 든 추억 

 학창시절 네 잎 클로버나 낙엽과 꽃을 잘 말려서 코팅까지 한 정성스런 선물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부터도 나는 꽃이나 나뭇잎을 말리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보고 나면 끝이었고 오래도록 간직하려고 일부러 말리는 것도 싫었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압화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실이다. 허브상점에서 압화 브로치나 여러 작품을 보면서 하나 정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거기까지였다. 살이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죽은 꽃이라는 생각 때문에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다양한 응용과 아름다움의 매력에 빠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다림의 시간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꽃을 꺾기가 싫으면 떨어진 나뭇잎을 주우면 될 것이었다. 예쁜 낙엽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 전까지 길을 걸으면 기분이 상쾌했다. 낙엽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색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고왔다. 마음에 드는 낙엽을 주워서 신문지에 넣는 간단한 방법만으로 압화는 완성된다. 거기다 책에 나오는 응용법을 통해 나만의 작품으로 태어난다. 이런 선물을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면 받는 사람 또한 행복하리라. 이렇게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누고 추억을 쌓아가는 게 아닐까.  

 
2. 이 책의 특징 

 신문지를 이용한 옛날 방식이라서 정말 쉽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관심이 필요하다. 오래전 누군가 장미잎을 따주어서 버릴 수 없어서 오래된 책에 넣어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예쁜 색이 모두 변해있었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물론 퇴색된 색은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지만 다채로운 색을 원한다면 신문지를 잘 갈아 주어야한다.  

 또한, 투명봉투 책갈피나 안부카드는 정말 쉬워서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다. 더 시간을 들여서 바니시를 칠하거나 압화를 컬러복사하는 방법을 비롯해 고급기법을 응용하면 더욱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책의 뒤편에 콜라주 소재와 도안도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일단 쉽고 단순한 설명이지만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서 하나씩 따라 해보아도 좋겠고 그러다 보면 나만의 방법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얇지만 알찬 책이었다. 또한, 이런 관심을 통해 나무와 꽃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생각을 하니 즐겁다.

 
3. 재활용

 생활용품을 재활용하는 일이 많다. 자연을 재활용한다는 일 또한 얼마나 근사한지 압화를 보며 생각했다. 쓰지 않는 큰 단추에 압화작업을 하고 끈만 달면 머리끈이 완성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머리끈이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기다림의 시간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면 마음이 훨씬 풍성해질 텐데 말이다. 

 벌써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도 보인다. 앞으로는 나뭇잎 하나를 보아도 압화 생각이 날 것만 같다. 꽃이 지천으로 많은 곳에 가면 몇 송이 정도는 압화를 위해 가져오고도 싶다. 집 앞에는 다 국화뿐이라 꽃이 두꺼워서 통째 말리기는 어려워 일일이 손으로 꽃잎을 떼어야 하니 아예 꺾지 않을 생각이다.  

 재활용이란 조금 더 생각해서 품을 들이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자연의 선물을 이렇게 이용하는 방법을 보며 압화에 대한 생각이 확실히 달라졌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핸드메이드족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이 서평은 책을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받아서 읽은 후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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