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기도 - 길 잃은 모든 영혼에게 내미는 손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지음, 송경용.진영종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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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도, 명상, 수행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미국 목회자들이 뽑은 최고의 설교자 10인에 선정될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녀는 작은 시골교회의 성공회 신부이며 지금은 교수직을 맡고 있다. 설교자라니 말을 잘하는 이니 글도 잘 쓸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러나 직접 책을 읽으며 만난 느낌은 정말로 소박하며 섬세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종교의 유무에 상관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구별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기도, 명상, 수행하면 자연스레 종교와 연관 짓게 될지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했다. 그러나 나는 오래전부터 나 같은 비종교인에게도 전혀 낯선 게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다가 이제는 종교인이 되었다. 어쩌면 아직은 그 경계 어딘가에서 종교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는 점이다. 

 더는 기도나 명상, 수행이 종교 안에 포함된 것이 아님을 안다. 방식의 차이겠지만 궁극적인 것은 같다. 내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를 찾으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동적이기보다 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물론 수행 중 고행도 있지만)은 편견이었고 일상 속에서 얼마든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의견은 거의 내가 생각했던 바와 일치했다. 

2. 생각에 갇혀 있지 않기 


 듀크대학교 신학부 교수인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영적인 것에만 너무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을 보고 이렇게 지적했다. "기독교의 교리와 믿음은 한 사람을 신자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는 한 사람의 육신을 제대로 만들고, 나쁜 버릇들을 고쳐 하느님을 향한 예배를 하도록 만드는 종교이다." 우리의 구체화된 삶 속에서, 우리의 교리 속 단어들은 육신을 빌린다. 만약 우리 종교의 믿음들에 육체적인 가치가 없다면, 구체화된 삶의 결과를 하나도 모른다면, 우리는 신앙생활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62쪽, 부분발췌.)

  종교생활을 하는 이들도 자신의 신앙생활을 늘 돌아봐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혹은 성경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은 시야를 가리게 될 것이다. 떠올려보라. 하느님은 그곳에 기거하지 않으시고 어디에나 존재함을 알면서도 일정한 교리나 틀에만 갇혀 있다면 당연히 편협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틀을 깨는데 이 책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영적인 것에만 치중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균형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저자가 말하는 경험들을 해본 적이 없다면 지금부터 나를 둘러싼 모든 공간과 사람들, 자연 등을 통해 느끼도록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언젠가 아파서 쉴 때 자연의 모습을 바라만 봤는데 상당한 치유 효과를 얻었던 경험이 되살아났다. 바로 이런 경험에서 얻었던 소중한 느낌들이 결국은 삶을 이끌어 간다. 

 삶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 내면을 돌아보는 것, 상대를 배려하는 것, 기도와 명상, 수행. 이런 것들을 잘 조율해갈 때 비로소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다. 나도 솔직히 화장실 청소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빨래를 너는 일은 좋아해도 말이다. 그래서 변기 닦는 연습부터 좀 해야겠다. 저자는 노숙자를 위한 보호소 화장실을 닦으며 현실에 화를 내거나 짜증 내지 않았다. 그저 기억할 만한 아침이었으며 육체노동을 즐겼다고 말한다. 
 

3. 세상의 모든 기도 그리고 

 결국 책장을 덮고 의미 없는 책읽기로 남지 않으려면 일상에서의 연습을 부단히 해야겠다. 여러 가지 연습할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이미 경험한 일들이 나를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이끈다. 우리의 생각만큼이나 행동 또한 많은 것을 이루어내기에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발아래 돋아난 작은 풀과 뒹구는 낙엽, 밤하늘의 별 등 그간 짬을 내지 못해 놓쳤던 것들과 소소하게 만나야겠다.


 너무 도덕적이지 말라. 살면서 자신을 무척이나 속이게 될 것이다.

 도덕을 초월한 지점을 향해라. 유능하지도 말라.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위해 유능해져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132쪽, 부분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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