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트인 과학자 - 데이터 조각 따위는 흥미롭지 않아요. 특히 숫자!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전직 해양 과학자이자 현직 영화 감독·제작가 겸 과학 해설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가 아닌 소통(communication)에 대한 이야기. 이것이『말문트인 과학자』가 들려주는 핵심이자 이 책을 쓴 이유였다.
 

 이 책은 '과학'이라는 알맹이를 갖고 과학자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책이다. 과학이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때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0쪽.)

 

 늦깎이 나이에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할리우드로 가서 영화공부를 한 랜디 올슨. 그리고 그가 과학자에게 보내는 말은 제발 소통할 수 있게 노력 좀 하라는 이야기는 자칫 눈물겹다. 그만큼 애정이 가득하기 때문으로 본인도 그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기만의 선에서 살짝 비켜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법이다. 과학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딱딱한 통계와 수치 논문만을 발표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전문가들조차 발표장에서 핵심을 찾지 못하고 소통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하물며 일반인은 어떠하겠는가. 이런 점이 답답했던 저자는 목소리 높여 대중과의 소통을 짚어간다.

 

 물론 예외로 대중에게 인기 있는 과학자도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출판 경향을 보면 과학, 인문 등 대중에게 크게 호감을 사는 저자가 존재하니까. 그러나 아직도 과학계 하면 따분하고 별세계라는 인식이 크다. 이것은 대중의 수준이 높아져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과학자 스스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함께 읽은『빗물과 당신』의 한무영 교수를 예로 든다면 인터뷰에 응할 때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 여러 부분이 정말이지 간단했다. 한무영 교수도 평생을 논문만 쓰고 사느니 모두에게 유익한 빗물에 눈을 돌려 그야말로 활기차게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누구나 알게 되는 멘델을 또 예로 들어보자면(책에서도 나왔듯) 그의 발견은 획기적이었고 도움될만했지만, 워낙 내성적이라 35년 정도를 묻혀 있다가 후에 다른 이들이 찾아내었다고 한다. 멘델이 조금 더 당당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아마 이 분야의 판도는 훨씬 앞서 갔을 것이다. 이렇듯 빛에 가려진 과학자가 지금도 많을 것 같다. 더 값진 연구결과를 알리지 못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과학자에게 소통의 부재에 대해 경고했지만, 이는 모두에게 통하는 이야기이다. 사람 사이에는 소통이 꼭 필요한 부분이며 특히 이공계 등 감성과는 상반된다고 여겨지는 분야의 모든 이들은 더욱 기억해야만 하겠다. 개인적으로 나와 주변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어떤 분야에서 특출난 사람이 인간관계에 있어 서툰 일은 흔하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와 전혀 노력하지 않을 때는 천지 차겠다. 역시 나만의 빗금 속에서 살다 갈 것인지 그 밖으로 한 발 내디딜 것인지부터 인식하고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두 권의 과학관계자 책을 읽으며 수치, 데이터, 통계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옛날부터 조작까지 동원되었으며 모든 상황에 딱 맞는 통계란 사실상 어렵다. 앞으로는 참고만 하되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수치의 완벽함을 사람들이 원해서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형태는 앞으로 변화해야한다.

 

 어디에나 빠질 수 없는 소통의 문제에 대해 유쾌하게 들려준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과학과 삶 사이의 경계를 더욱 말랑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충고 한마디, "제발 그런 고리타분한 과학자는 되지 말란 말이야!" 모든 과학자가 변화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몇 %의 마음만 돌려도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과학과 친근한 환경에서 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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