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있는 침대
김경원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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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소재로 한 한국문학 최초의 본격소설. 이 말만으로도 소설이 궁금했다. 그래서 읽어본 바에 의하면 일단은 와인정보가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과 책의 주인공 그녀는 치즈가 되고, 그녀의 그는 와인이었다는 것. 와인과 성, 사랑을 조합한 빛깔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내게 이 책은 곳곳에서 들려주는 와인의 이름과 맛 등의 이야기가 더 솔깃했다. 와인 정보지는 아니지만, 소설 안에서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아무튼, 와인 초보자에게는 그랬다. 그 와인들을 다 마셔보기만 해도 황홀할 거 같은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소설은 어떠했던가. 주인공 여자는 프리랜서이며 개인적인 아픔이 있고, 자유연애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뷰차 만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상대는 와인애호가였다. 그와 가까워지면서 와인에 대해 눈을 뜬 주인공 그리고 이들 연애의 행방과 끝. 대충 이런 내용이다. 현대시대를 잘 포착해서 표현한 연애방식과 성에 대한 이야기는 개방적이지만 동조할 수는 없었다. 어찌 보면 통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와인과 사랑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숙성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후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에 맞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 바꿔서 말하자면 상대에게 기꺼이 동조하여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사랑이 이루어지고, 와인의 맛이 더 빛날 것이란 의미이다. 와인의 품종처럼 맛과 향은 수없이 많고 사랑 또한 마찬가지니 말이다. 결국, 와인 초보자인 내가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고자 야금야금 와인을 마시는 이유처럼 사랑도 처음에 한방에 찾을 수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찾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인 김춘수는 <꽃>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와인 한 잔을 넘기고, 사랑 한 모금도 넘기고, 절망과 상처도 넘겨버릴 수 있는 그런 겨울이면 좋겠다.  

 

난 왜 그처럼 감정의 표현을 아껴두었는지 조금은 후회스럽다. 지금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들. 진실한 것은 항상 순간에만 머문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침대에서 칩거만 하고 있을 수 없다고 느낀다. 슬픔이 아무리 깊다해도 목숨이 있는 한 삶의 시간이 계속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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