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철학> 서평단 알림
와인의 철학 포즈 필로 시리즈 3
티에리 타옹 지음, 김병욱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많은 와인을 접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혀를 채워줄 와인을 계속 찾는다. 그것이 와인을 조금씩이
나마 만나려고 노력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마치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나고자 영화를 지속적으로 찾는
것과 같다. 아직도 나는 감동적으로 본 영화를 꼽으라면 다소 주저한다. 좋은 영화는 많지만 그 영화가
아니면 안될 만큼 미치게 하는 영화는 다소 적기 때문이다. 그에 비한다면 와인은 아직 내게 미개척인
황무지나 마찬가지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저자의 와인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철학을 가르치는 이라 그런지 철학자의 이야기
도 간간이 들려온다.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원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이미 시중에는 그런 책들이
여러 권 나와있으니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 책의 특징은 와인의 철학을 풀어내며 인간의 내면, 즉
와인에 대한 욕망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와인의 라벨읽기, 와인분류 등은 일체 언
급하지 않으며 그야말로 와인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여과 없이 주관적으로 설파한다. 그래서 철학적이
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와인은 언제나 욕망이지 결코 필요가 아니다. (145쪽)


 모든 기호 식품이 그렇듯 욕망이란 지극히 개인적이며 상대적이다. 다시 말해 보편적이지 않으며 절대
적이지 않다. 욕망이란 애태움과 기다림 그리고 상상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동반하는데 그 논점이 여기
서는 와인일 뿐이다. 이런 공식을 적용시켜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와인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
게 된다. 내게 있어 아직은 와인이 삶의 이유에 들어가지 않지만 무엇이건 제대로 만나봐야 알 일이다.

 이름난 와인을 들먹이며 자신의 와인취미를 과시하는 것을 경계하고 진정으로 즐기고자 고뇌하는 모
습이 인상적이며 나 또한 지향하는 바이다. 유명와인부터 시작해도 괜찮겠지만 일단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는 와인부터 마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의 예이다. 집에 있는 와인, 주변인의 추천,
마트나 와인매장에서 만나는 그런 흔한 와인 속에도 내 혀를 간지르는 와인이 있을 것이다. 나와 주파
수가 맞는 친구를 만나듯 그런 귀한 나만의 와인을 만날 것이라는 예감만으로 매우 즐거운 일이다.

 와인을 그저 음료처럼 입으로 가져가 마시는 행위를 저자는 용납할 수 없었다. 와인병을 바라보는 일부
터 와인잔, 따르는 소리, 색깔과 향을 충분히 음미하고 상상한 후에야 맛을 보는 것이다. 또한 맛을 볼
때도 그냥 넘기지 않고 입안의 모든 기관을 이용하며 오감을 총동원하는 방법으로 느낀다. 차 한 잔을
마주할 때 느끼는 그 행복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와인초보자인 내게 유용한 책이었지만 와인을 즐기는 이에게도 괜찮을 거 같다. 역시나 모든 물질에 속
하는 무의미한 것을 나만의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려면 노력과 관심이 필요함을 거듭 느낀다. 그것
이 열정이란 이름으로 드러날 때 또 다른 삶의 의미가 될 것이다.


* 이 책은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