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시집 범우문고 57
피천득 지음 / 범우사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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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 위에
던졌어요



<편지>라는 시의 일부분이 아닌 전부이다. 올해 타계한 피천득 시인의 시를 읽으면 운율을 살려 낭독
하고 싶어진다. 군더더기 없는 말끔함 그리고 아이처럼 맑은 순수함. 그래서 그의 시에는 불편함이 없
으며 자연스럽게 정감을 자아낸다.

시인보다 수필가(대표작, 인연)로 더 유명하지만 영문학자로도 활동했으며 샘터출판사에서 나온 <셰익
스피어 소네트 詩集>
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금아라는 그의 호도 잊을 수 없으며 자그마한 체구와 옆집
할아버지 같던 얼굴도 생생하다. 물론 직접 뵌 적은 없이 글로써 마음으로만 만났지만 올해 5월 타계했
을 때 몹시도 마음이 저렸다.

새삼 그의 시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보다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 계간지 <시와 시학>에서는
2007 가을호에 [피천득 특집]이 들어 있으니 그것도 참고하면 좋겠다. 끝으로 그의 시에 찬사를 보내며
<찬사>를 적어 본다.


그대의 詩는
온실이나 화원에서 자라나지 않았다
그대의 시는
거친 광야의 비애를 겪고
삭풍에 피어나는 강렬한 꽃

솔로몬의 영화보다 화려한
야생 백합
그대의 시는
펑펑 솟아 넘쳐흐르는 샘물
뛰며 떨어지는 걷잡을 수 없는 폭포
푸른 산 기슭으로 굽이치는 시내
때로는 바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내 그대의 시를 읽고
무지개 쳐다보며 소리치는 아이와 같이
높이 이른 아침 긴 나팔을 들어
공주의 탄생을 알리는 늙은 전령과 같이
이 나라의 복음을 전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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