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민주주의 내란의 끝 - 역사학자 전우용과 앵커 최지은의 대담 K민주주의 다시만난세계
전우용.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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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 한국의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시도, 그리고 군을 동원한 내란 기도. 누군가는 결국 실패했잖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과연 정말로 끝난 걸까?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은 이 사건을 단지 한 차례의 해프닝으로 보지 않는다. 이 책은 지금도 진행 중인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싸움으로 바라본다. 역사학자 전우용과 정치인 최지은이 나눈 대담 형식의 책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와 구조, 현재의 위기까지 촘촘하게 짚는다.

 

민주정치는 잠든 사람을 엉뚱한 곳에 데려다 놓곤 해요.”

 

책을 읽다 이 문장에서 멈췄다. 민주주의는 제도로만 유지되는 게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감시가 없으면, 어느새 기차는 엉뚱한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투표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촛불을 들었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전우용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왕당파와 공화파의 싸움으로 설명한다. 법과 제도보다 권력자의 뜻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 국가는 그저 자신들이 지지하는 권력자를 위한 도구라고 믿는 사고방식. 이런 생각이 결국 12·3 내란 시도 같은 폭력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민이 주인인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책은 ()’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깊이 파고든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 왜 이 들어갔는지, 백정 출신 박성춘이 개막 연설을 했던 장면을 통해 가장 낮은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는 세상이 민주주의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12·3 사태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계엄령을 선포하려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계엄이 한 번 발동되면, 그 순간부터 작동원리가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점 때문이다. 법은 무력화되고, 헌법은 멈추며, 인권은 짓밟힌다.

한국은 세계에서 계엄령이 가장 많이 선포된 나라다. 이런 통계는 우리 민주주의의 취약한 뿌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이 책은 절망 대신 희망을 말한다

가장 마음에 남은 구절이 있다.

이 추운 날에 응원봉 하나 들고 거리로 나선 젊은 여성 한 명 한 명이 다 옛날의 유관순이에요.”

19876월 항쟁에서 2024년 응원봉 집회까지, 민주주의는 그렇게 시민들의 용기로 이어져 왔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진짜 주체는 언제나 평범한 시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우용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는 그냥 현재를 도와주지 않아요. 기억하는 사람들이 도와달라 부탁해야 도와줘요.”

역사는 스스로 우리를 돕지 않는다. 우리가 기억하고, 불러낼 때에만 역사는 우리를 도울 수 있다. K민주주의 내란의 끝은 바로 그런 기억의 정치, 현재를 위한 과거의 소환이다.

 

민주주의는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책은 단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시민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민주주의는 가만히 두면 작동을 멈춘다.

지금의 각성, 지금의 행동, 지금의 기억이 내일의 민주주의를 만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K민주주의내란의끝 #전우용 #최지은 #K민주주의 #123내란 #민주주의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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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의 힘 꿈꾸는돌 42
이선주 지음 / 돌베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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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의 검지의 힘은 평범한 손가락 하나에 깃든 비범한 능력을 통해 청소년들의 성장과 우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하지가 얻게 된 검지의 힘은 연필을 부러뜨리고, 숟가락을 휘게 만드는 애매하고도 당황스러운 능력이다. 처음에는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만, 이 힘은 점차 하지의 내면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처음 하지의 세계는 둘만 있는 섬같은 단짝 영인과의 관계로 충분했다. 하지만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외면할 수 없게 되면서, 하지의 시야는 점차 넓어진다. 과거 비슷한 장면을 목격하고도 침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깨닫는다. "용기를 내야 할 순간에 용기를 내지 않으면 상처받는 건 그들만이 아니다." 이 깨달음은 하지를 에서 우리로 나아가게 만든다. 작고 쓸모없어 보이던 검지의 힘이 친구를 향한 용기와 연결되며 더 큰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다.

 

검지의 힘은 외적으로는 판타지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청소년의 정체성과 관계, 상처와 성장 같은 깊은 주제가 담겨 있다. 특히 "서로를 일으켜 주는 덴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검지의 힘 정도만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좀 더 보듬고 아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의 목소리다.

하지가 자신의 검지 능력을 친구들과 나누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다. “! 라고 간절하게 말해. 그럼 내가 줄게, 라고 할게. 중요한 건 간절한 마음이야. 하나, , !” 이렇게 시작되는 힘의 공유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서로를 연결하는 우정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슬정아, 호여준, 정영인, 유익표 같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하지의 세계는 확장되고, 검지는 특별함이 아닌 함께함의 상징이 된다.

 

작품 속 구절 나는 사실 영웅보다 소시민이 좋다. 영웅들은 지구를 구하지만 소시민은 이웃을 구한다는 말은, 거창한 서사보다 일상 속 작은 용기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검지의 힘은 거대한 싸움이나 대단한 사명이 아닌, 곁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는 소영웅의 이야기다. 이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작은 영웅의 자세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내면 성장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하지의 고백, "근사한 삶을 살고 싶다. 내가 나여도 좋은 삶. 내가 나여서 좋은 삶"이라는 말은 자아를 찾아가는 모든 청소년의 내면을 대변한다. "단단한 자아 같은 건, 아직은 무리"라고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존재가 자극이 되고 거울이 되어 주며 성장해가는 과정은 진실하고 따뜻하다.

여름은 식물을 자라게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항상 여름에 자랐던 것 같다라는 대목은, 견디기 힘든 순간 이후에 찾아오는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작동하는 점도 인상 깊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하지가 검지야, 너의 힘을 보여 줘!”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제 더는 이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용기와 나눔의 표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손가락 중 가장 작고 평범한 검지를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다정한 손짓 하나로도 서로를 살릴 수 있다.“

 

검지의 힘은 엄지가 아닌 검지에 주목함으로써,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이를 향해 손을 내미는 힘, 즉 다정함의 가치를 전한다. 이 책은 평범한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고 아끼며 각자의 여름을 지나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청소년뿐 아니라, 일상에서 용기를 내야 하는 모든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어 줄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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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정치공부 - 가장 현명하게 정치를 배우는 방법
추동훈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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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당신을 피해가지 않는다. - 나를 위한 정치 공부의 시작

학생들에게 사회를 가르치며 늘 느낀다. 교과서에 담긴 정치 개념과 실제 정치 현실 사이엔 꽤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을. 최소한의 정치공부는 그 간극을 메워주는 책이다.

 

나는 고등학생들에게 사회를 가르치며 정치는 교과서 밖에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책은 교사인 나에게도, 청소년이나 일반 시민에게도 유익한 정치 입문서다. 정치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내 월급, 내 집값, 내 삶과 직결되는 현실임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듯 누구의 편도 아닌, 나를 위한 정치공부가 절실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다. 수능 공부 이전에, 인생 공부로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누군가 내 삶을 대신 결정하게 두는 일이다.

추동훈의 최소한의 정치공부는 바로 이 경고에서 출발한다. 정치부 기자 출신인 저자는 복잡하고 멀게 느껴지는 정치가 실은 우리 일상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뉴스와 현실 사례를 통해 쉽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정치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시대에, 시민이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상식부터 정치의 작동 원리까지 균형 있게 짚는다.

 

저자는 정치를 '생물처럼 움직이는 유기체'로 묘사하며, 헌법·국회·정당·행정부·사법부·참정권 등 정치의 전체 구조를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설명한다. 예컨대 총리제와 대통령제를 함께 채택한 독특한 체제라는 한국 정치의 특성과, 정당의 색깔과 이름이 과거와 정반대로 뒤바뀐 사연은 독자에게 정치의 역동성을 흥미롭게 전한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이면에도 전략과 구조가 숨어 있다. 저자는 "국회에서의 싸움은 감정싸움이 아니라 전략과 이해관계의 충돌"이라 말하며, ‘방탄 국회라 불리는 불체포특권이 정부의 부당한 수사를 견제하는 장치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치와 경제의 관계도 짚으며, 헌법 속 경제 조항이 단지 법률적 상징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원리임을 보여준다.

 

책은 청년층 정치 무관심의 현실도 날카롭게 짚는다. “선거철마다 청년 정책이 쏟아지지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는 지적은 우리가 정치에 더 깊이 개입해야 할 이유를 말해준다. 특히 투표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문장은,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다.

 

정치의 실제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현실적 설명도 이 책의 강점이다. ‘숨은 실세로 불리는 보좌관의 역할, 법안 통과의 메커니즘, 정당 내부 권력 구조 등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살아있는 정치의 세계다. 마지막에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는 이미 당신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말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이자 결론이다.

 

정치는 거창한 이념 싸움이 아니라, 내 아이의 교육, 우리 가족의 주거, 내가 받는 복지와 연결된 아주 실질적인 삶의 문제다. 최소한의 정치공부는 그 사실을 차분하고 명쾌하게, 무엇보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말해준다. 누구보다 정치가 궁금한 요즘, 이 책이 여러분의 정치 감각을 일깨우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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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 국가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비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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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창조물인 국가. 그 압도적인 괴력 앞에서 우리는 묻는다. "국가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가?" 윤비 교수의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는 바로 이 본질적인 질문에 맞선다. 국가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파헤치고, 시민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국가를 통제해야 할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국가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창조한 가장 강력하고 복잡하며 거대한 창조물이다." 이 문장에서 시작하는 저자의 통찰은 현재 국가권력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경고로 이어진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대통령과 수상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폭력을 동원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고.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더 이상 철학의 개념이 아니다. 바로 오늘날의 국가가, 우리가 올라탄 이 권력의 괴물이 그 실체다.

 

이 책의 강점은 민주주의를 단지 이상향이 아닌 국가라는 괴물을 길들이기 위한 실용적 도구로 제시한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는 국가가 괴물이 되지 않고 시민들의 삶에 봉사하도록 잡아두는 고삐와 같다." 저자의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그리고 그 고삐가 느슨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베네수엘라·이탈리아·칠레 등 구체적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12·3 계엄 사건을 분석한 부분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통찰이 깊다. "법의 문구를 늘이고 비틀어서라도 정당화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권력자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어떤 일을 경험했는가? 그 결과는 단지 한 지도자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단지 계엄령의 책임자만 처벌하면 앞으로 무사하게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사로서 나는 이 대목에서 멈춰 섰다. 우리는 그동안 민주주의를 교과서적 개념으로 가르쳐오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민주주의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괴물을 제어하는 유일한 기술이며, 그것을 배우고 훈련하는 것이 곧 시민 교육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저자는 제안한다. "보수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존중하고, 다른 지향과 의견을 가진 정파들과 공존할 수 있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은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사회에 강력한 합의가 있다는 데 있다.

 

결국 "국가가 괴물이 될지, 선한 수호신이 될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모두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탄 존재이며, 민주주의라는 고삐를 끝까지 놓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책은 민주주의에 대한 감상적 찬사가 아니라, 위험한 국가를 길들이기 위한 지적이고 실천적인 교본이다.

 

"민주주의는 여전히 우리의 피와 땀을 투자할 멋지고 매력적인 대상"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위대한 민주주의를 통해 위험한 국가를 통제할 마지막 기회를 살고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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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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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레비츠키와 지블랫이 돌아왔다. 그들은 이번 책에서 민주주의 붕괴의 최신 버전을 다룬다. 과거에는 탱크와 총칼이 필요했다면, 오늘날의 민주주의 파괴는 더욱 은밀하고, 더 합법적으로 진행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은폐된 붕괴의 프로세스를 드러낸다.

 

서두는 202116,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이다. 다수 시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패배를 부정하며 국회를 공격한 그날은, 미국 민주주의에 남은 최소한의 경계마저 위협한 날이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이 사태의 방관자들이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경고는 바로 이 지점이다.

 

민주주의는 세 가지 기본 원칙이 지켜질 때 유지된다.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

권력 쟁취를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말 것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지 말 것

표면적으로는 이 세 가지를 지키는 듯 보이는 정치인들이-넥타이를 맨 정중한 말투의 주류 정치인들이-사실은 이 중 세 번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들은 극단주의 세력과 은밀히 공생하거나, 노골적인 폭력을 묵인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바닥을 무너뜨린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존재다.

 

두 저자는 "어떻게 그들은 시스템 안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제도의 허점과 역사적 전례를 짚어간다. 미국의 선거인단 제도, 필리버스터, 각종 소수 보호 장치들이 실제로는 특권층의 이익을 고착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이는 단지 미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제도가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경직되고,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역사적 사례 분석도 이 책의 강점이다.

1930년대 프랑스와 이탈리아, 남부의 흑인 참정권을 무력화시킨 미국의 과거, 그리고 현대의 헝가리와 터키까지. 모두 합법이라는 명분 아래 소수가 체제를 점유한 방식은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다.

붉은 셔츠단은 말을 타고 거리를 활보했다.

집 밖을 나선 흑인은 거의 없었다.

용감하게 투표소로 향한 흑인들 대부분은 총구의 위협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처럼 공포와 침묵이 민주주의를 마비시키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오늘의 극단주의는 총 대신 유튜브 알고리즘과 가짜뉴스, 혐오 담론을 쥐고 있다. 무기가 바뀌었을 뿐, 목적은 같고, 방식은 더 교묘해졌다.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지키기 위해선 단순한 제도 복원이 아닌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수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와, 소수 특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 경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선거를 앞둔 시민에게도, 공적 책임을 지닌 정치인에게도 필독서다.

민주주의는 '투표'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윤리와 원칙, 그리고 용기 있는 거부의 자세가 뿌리내려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의 시즌,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질문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은, 진짜 민주주의자인가?”

그는 단지 넥타이를 맨 채 극단주의를 방조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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