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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의 힘 ㅣ 꿈꾸는돌 42
이선주 지음 / 돌베개 / 2025년 4월
평점 :

이선주의 《검지의 힘》은 평범한 손가락 하나에 깃든 비범한 능력을 통해 청소년들의 성장과 우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하지가 얻게 된 ‘검지의 힘’은 연필을 부러뜨리고, 숟가락을 휘게 만드는 애매하고도 당황스러운 능력이다. 처음에는 불편함으로 다가오지만, 이 힘은 점차 하지의 내면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처음 하지의 세계는 “둘만 있는 섬” 같은 단짝 영인과의 관계로 충분했다. 하지만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외면할 수 없게 되면서, 하지의 시야는 점차 넓어진다. 과거 비슷한 장면을 목격하고도 침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깨닫는다. "용기를 내야 할 순간에 용기를 내지 않으면 상처받는 건 그들만이 아니다." 이 깨달음은 하지를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게 만든다. 작고 쓸모없어 보이던 검지의 힘이 친구를 향한 용기와 연결되며 더 큰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이다.

《검지의 힘》은 외적으로는 판타지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청소년의 정체성과 관계, 상처와 성장 같은 깊은 주제가 담겨 있다. 특히 "서로를 일으켜 주는 덴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검지의 힘 정도만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좀 더 보듬고 아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의 목소리다.
하지가 자신의 검지 능력을 친구들과 나누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다. “줘! 라고 간절하게 말해. 그럼 내가 줄게, 라고 할게. 중요한 건 간절한 마음이야. 하나, 둘, 셋!” 이렇게 시작되는 ‘힘의 공유’는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서로를 연결하는 우정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슬정아, 호여준, 정영인, 유익표 같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하지의 세계는 확장되고, 검지는 ‘특별함’이 아닌 ‘함께함’의 상징이 된다.

작품 속 구절 “나는 사실 영웅보다 소시민이 좋다. 영웅들은 지구를 구하지만 소시민은 이웃을 구한다”는 말은, 거창한 서사보다 일상 속 작은 용기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검지의 힘》은 거대한 싸움이나 대단한 사명이 아닌, 곁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는 ‘소영웅’의 이야기다. 이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작은 영웅’의 자세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의 내면 성장도 섬세하게 그려진다. 하지의 고백, "근사한 삶을 살고 싶다. 내가 나여도 좋은 삶. 내가 나여서 좋은 삶"이라는 말은 자아를 찾아가는 모든 청소년의 내면을 대변한다. "단단한 자아 같은 건, 아직은 무리"라고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존재가 자극이 되고 거울이 되어 주며 성장해가는 과정은 진실하고 따뜻하다.
“여름은 식물을 자라게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항상 여름에 자랐던 것 같다…”라는 대목은, 견디기 힘든 순간 이후에 찾아오는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작동하는 점도 인상 깊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하지가 “검지야, 너의 힘을 보여 줘!”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제 더는 ‘힘’이 개인의 능력만이 아니라 ‘용기와 나눔’의 표현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손가락 중 가장 작고 평범한 검지를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다정한 손짓 하나로도 서로를 살릴 수 있다.“
《검지의 힘》은 엄지가 아닌 검지에 주목함으로써,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이를 향해 손을 내미는 힘, 즉 다정함의 가치를 전한다. 이 책은 평범한 존재들이 서로를 보듬고 아끼며 각자의 여름을 지나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청소년뿐 아니라, 일상에서 용기를 내야 하는 모든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어 줄 작품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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