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 - 기후 위기와 지리 발견의 첫걸음 5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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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3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최재희 지음/창비)

EBSi 사회탐구영역 강사이자 휘문고 지리 교사인 저자와 함께 <기후 위기를 지리적으로 바라보기>

지진과 화산활동 같은 지형에 의한 재해가 아닌 기후 요인에 의한 피해가 매년 놀랄 만큼 늘고 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면서 인간은 쏙 빼고 동식물이나 지구가 아파요!’라고 외치는 시대는 끝났다. 결국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중이다.

사계절 온화한 날씨를 보이던 우리나라도 이제 한여름 기온이 40도를 넘나들고, 겨울에는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연평균 강수량 1,200mm인 우리나라에 하루 1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빈번하고, 봄과 가을에 극단적인 가뭄이 발생한다.

이 책에는 여러 종의 멸종 위기종이 등장한다. 그러나 인류의 활동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이제 곧 인간이 멸종 위기종이 될 처지다.

 

지구는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올라가면서 일반적으로 열대-건조-온대-냉대-한대 기후를 보인다. 기후마다 나타나는 식생과 인문환경이 모두 다르다. 즉 분포하는 식물이나 동물의 모습이 다르고, 거주하는 인간의 생활양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이전의 모습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성에서 바나나가 재배되고 사과 재배 지역도 강원도까지 확대되는 등, 온대 기후였던 우리나라에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과 곤충, 어류가 등장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는 지역적으로 기온과 강수량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어떤 곳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데, 또 다른 곳은 극심한 홍수에 시달리는 식이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의 열대림 또한 위기인데, 화전 농업, 불법 채굴, 목초지 개간, 불법 벌목, 식량 마련을 위한 사냥 등으로 열대 우림에 사는 여우원숭이들이 서식지를 침해당할 뿐 아니라, 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는 열대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평균 기온을 높이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열대림의 또 다른 별명이 생물 종 다양성 보고(보물 창고)’.

열대림을 지키는 것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산소를 지키고, 다양한 생물의 삶을 지키는 것이고 결국 우리 인류의 삶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구온난화현상까지 겹치면서 도시 열섬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해서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이 힘들다. 고양이만 힘든 게 아니라 인간도 힘들다. 역대 최고치의 폭염 일수를 계속해서 경신하는 상황에서 더욱 여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취약 계층이다. 여름철 에어컨 가동이 늘면 전기 발전을 늘려야 하고, 그러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이런 순환이 반복되면 필연적으로 대기 온도 상승이 나타나고, 그러면 이상 기후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상 기후에 따른 폭염 일수 증가와 긴 무더위는 다시 도시 열섬 현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바다거북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사는 매부리바다거북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등껍질 때문에 사냥당하고, 보금자리인 산호가 죽어가면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바다의 아마존이라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길이 약 2,000km, 너비 약 500~2,000m로 한반도 면적보다도 넓다. 이 거대한 산호초 군락 역시 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라는 위협 앞에 흔들리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바닷물 온도 상승에 산호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산호의 죽음은 산호초에 기대어 사는 수많은 바다 생물에게 위협이 된다. 우리의 주인공 매부리바다거북의 주요 먹이인 해조류의 소멸로 바다거북의 먹이 활동에 큰 위기가 된다.

 

초원과 사막 사이의 경계 지대에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사막화 역시 기후 위기의 대표적 피해 사례다.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에서는 다마가젤과 같은 야생 동물이 멸종 위기에 도달했다면, 몽골에서는 유목민의 가축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귀염둥이 스벤’, 캐럴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의 루돌프는 사슴이 아니라 순록이다. 순록은 혹독한 추위 속의 황무지인 툰드라 기후에서 서식한다.

툰드라 지역은 여름철에 지표면과 가까운 땅이 잠시 녹을 뿐, 그 속까지 모두 녹지는 않는다. 이곳이 바로 1년 내내 얼어 있는 영구 동토층이다. 기후 위기의 관점에서 저자는 이 영구 동토층을 판도라의 상자로 표현하고 있다. 즉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재앙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구 동토층에 묻혀 있던 미생물이 활동하게 된다. 활성화된 미생물은 동물의 사체와 같은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지구온난화가 더욱더 빨라지고, 지구가 더워지면 영구 동토층이 녹는 범위가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이번 세기 최악의 팬데믹인 코로나19의 시작은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야생 박쥐에서 시작해 또 다른 야생 동물이 중간 숙주가 되고 결국 인간에게 전파되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가설이다. 그렇다면 박쥐가 재앙의 원인인가?

더 중요한 원인은 인간이 박쥐의 서식 공간까지 침범해 들어가면서 박쥐의 체액과 배설물에 감염된 2차 숙주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야생 동물을 식용으로 거래하는 행위,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 나아가 박쥐의 이동을 유발한 인간의 행위가 결국 감염병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각 챕터의 마무리는 기후 토론으로 벌어진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기후 위기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유기적으로 분석하는 힘을 키운다.

열대림의, 산호초 군락의 보존 VS 개발

도시의 고밀도화는, 극지방의 해빙은 기회일까 VS 위기일까

사막화 방지가 우선 VS 유목민의 삶이 우선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가열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야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감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사는 곳을 떠나야 하는 일은 사하라사막 주변에서 사는 다마가벨이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매부리바다거북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지구가 힘들면 결국 인간이 힘들게 된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인간 활동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인위적인 활동 탓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라면 역으로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도 오직 인류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바다거북은어디로가야할까? #최재희 #창비 #기후위기 #멸종위기인간 #지리적사고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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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감각, 10세 이전에 완성된다 -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가 알려주는 평생을 좌우하는 공부 베이스
조지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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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2 공부감각, 10세 이전에 완성된다(조지은 지음/쌤앤파커스)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가 알려주는 평생을 좌우하는 공부 베이스

우리 아이가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공부 잘하는 행복한 아이가 되는 법!

우리 아이의 공부 감각을 키워주는 법!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양학부와 언어학부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아동학과 언어학을 공부했고,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의 엄마가 된 이후에 이중언어 습득 관련 연구와 저술에 집중하고 있다.

 

공부에 관한 관심으로 세계 1등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런데 그 공부가 인생의 지혜와 행복과 거리가 먼 진학과 직업으로만 경도되어있다. 아이의 행복을 원치 않는 부모는 없지만, 미래의 행복을 볼모로 오늘의 행복을 뺏고 있는 부모가 많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학원 뺑뺑이를 시키고 옆집 아이의 성적과 비교하는 부모가 자녀교육을 열심히 하는 부모라 여겨진다.

 

아이의 행복한 인생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아이가 아니라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평생 학습의 사회이다. 학자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이고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감성 교육이 필요한 때다.

저자는 공부에도 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부 감각이 생생할 때 즐겁고 내실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 감각: 공부의 감각을 깨우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영어 감각: 정확하게가 아니라 풍부하게 공부하라.

미래 감각: 미래가 원하는 인재의 핵심 요소

소통 감각: 사교하며 공부하게 하라

행복 감각: 공부 감각의 완성은 행복이다.

 

의사나 전문직이 되어 높은 수입을 올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공부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우리 아이의 공부 목표가 되어야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공부를 위해 부모에게 꼭 필요한 것이 기다림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조바심을 내는 부모지만, 잠시 아이 교육에 대한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교육에 관해 공부해야 한다.

 

아이들의 공부 감각을 일깨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다. 공부 감각은 공부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논리적인 접근, 적극적인 표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형성된다. 무엇보다 지금 아이들이 발전시켜야 하는 감각은 주변 환경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 탐구심, 즐거움이다. 이 감각이 없어지면, 당장 학업에 두각을 나타내더라도 후에 공부가 더 넓고 깊어져야 할 때 벽에 부딪힐 것이다. 이 공부 감각을 찾는 첫 번째 단계는 아이가 무엇에 즐거워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이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중에서

 

#학습감각 학습 감각은 학원에서 기를 수 없다. 아이의 삶 속에서, 집에서 엄마 아빠와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세상을 향한 탐구심 속에서 키워나가야 한다.

아이가 자기주도학습 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아이의 주도성은 부모의 재촉이나 억압으로는 훈련되지 않는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학습 동기의 동력으로 삼는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땔감만 제공하는 것이다.

 

#영어감각 영어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이 영어를 재미있는 언어로 인식하고, 말하고 듣는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를 배척하지 않고 한국어와 영어를 조화롭게 쓰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울렁증이 세계 최고라 한다. 강압적인 영어 교육 환경에서 심어진 두려움은 아이의 인생 전반에 걸친 언어 학습에 치명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영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철자나 문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감각 지금 세상을 놀라게 하는 챗GPT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창작하는 AI 기술은 몇 년 뒤에는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미래 인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보를 적절히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의 핵심은 한국이 지금껏 소홀히 했던 관찰력, 통찰력이다. 그리고 경쟁이 아닌 공존과 공생이다.

 

#소통감각 대화가 없다면 학습도 없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말에 동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말을 들어주기는 해야 한다. 아이의 말을 한두 마디만 듣고 안 된다.”고 대답하는 소통 방식은 특히나 위험하다.

아이에게 정말 칭찬이 필요한 순간은 넘어지고 실수했을 때다.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부모한테서 듣는 칭찬은 평생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뇌 발달은 학습량과 큰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보다는 부모와의 유대감, 신뢰, 자율성 등이 훨씬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행복감각 유년기 교육이 핵심은 정서 교육이다. 정서 교육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들을 조이기보다 풀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도 공부를 노는 것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생이라는 공부를 즐길 힘이 필요하다.

 

다른 집 아이, 다른 집 부모에게 눈길이 팔려 내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명문대 입학만이 성공인 것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고, 아이의 성적에 불안해하며 아이들을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기계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꾹 참아가며 소중한 어린 시절을 희생하듯 보내서는 안 된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미래뿐 아니라 현재도 그려나가는 것, 엄마 아빠가 함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공부감각10세이전에완성된다 #조지은 #쌤앤파커스 #공부감각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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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메건 오로크 지음, 진영인 옮김 / 부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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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0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메건 오로크 지음/부키)

만성 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WHO가 정의하는 건강이란 질병을 앓지 않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를 넘어서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온전히 안녕한 상태. 여기 자기 인생의 절반 가까이 온전한 상태에서 벗어나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건강과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고통의 인생을 살아가는 기록이다.

 

예일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작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작가는 20대 초반부터 정체불명의 증상들에 시달렸다. 날카로운 전기 충격에 시달리고, 지속적인 피로와 브레인포그, 관절 통증과 악성종양 등 일상이 무너져내리는 시간을 견뎌내던 작가가 원하는 것은 진단이었다. 자신이 무슨 병으로 힘들어하는지를 모르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다.

 

실로 이 책은 병을 없애거나 무찌르는 대신 병과 함께 사는 이야기다. 병을 극복하는 미국적 정신은 놓아주고, 상호의존성을 찾는 이야기다. 신체는 언제나 다른 신체와 소통한다. 면역계는 보건 정책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과 정서에도 반응한다.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질병을 앓으면, 의료계의 갖은 결점에 직면하게 된다. 건강보다 생산성을 더 중시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부닥치며, 기존 체계에 들어맞지 않는 경험을 전달해야 하는 철학적 문제와도 마주한다. -메건 오로크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초기 진단은 증상을 완전히 설명해 주지 못했고,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한 탐구에 나선다. 의료계, 학계의 전문가와 동료 환자들을 만나 자료를 확인하고 소통하며 이 문제, 정확한 진단이 빠진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자기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진단과 치료법이 모호한 병, 극복하기보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병, 남들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병이 많은 이의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저자의 고통스러운 증상에 대한 진단은 실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가면역질환과 갑상샘 질환, 하시모토병, 라임병, 자율신경기능이상, 자궁내막증 등등.

자가면역질환은 신체가 어떤 이유로 자기의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드는 병이다. 또한 하시모토병이 자신의 감상선샘에 생긴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에 걸친 심각한 문제일 수 있음을 이해했다.

작가가 앓고 있는 많은 면역 매개 질환이나 염증 증상은 일정 시간을 두고 별안간 다시 공격해 온다.

항생제부터 가공식품이며 생활 환경 내 화학물질의 폭발적 증가까지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인해 이런 질병들이 광범위하게 늘어났다.

 

유전자와 바이러스와 스트레스와 면역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복잡한 결과가 질병이라고 해 보자. 그렇다면 진단의 명확성 대신 불확실성이 우리 세계에 고개를 내민다.

21세기는 의학이 질병 유발인자의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질병 서사도 극적인 시작과 궁극적 치유(혹은 비극적 죽음)로 구성되는 틀에서 벗어나, 더욱 섬세하게 변화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진화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다수의 환자는 건강과 질병 사이의 회색 지대에서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안녕한 상태와 증상이 있는 상태를 별 특징 없이 오갈 것이다. -<의사도 모르는 병> 중에서

 

작가의 이야기는 10년에 걸쳐 있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으로 병을 무찌르는 영웅담이 아니라 만성질환과 함께 지내는 이야기가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저자는 소리치고 있다. 재난을 맞아 실종 상태에 빠진 사람이 소리치는 것처럼.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겪는 현실의 존엄성을 품는 일. 바로 그래서 내 이야기를 전할 방법을 알고 싶었다. 내 언어를 찾아내려고 그토록 애썼다. ‘극복에 실패한 상황을 병적으로 취급하는 문화 속에서 만성질환을 심리적 문제로 치부하면, 환자에게 품위 있게 병에 대처하라고 가르치면서 오히려 그들의 품위를 앗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웃음 치료> 중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항생제 처방을 통해 힘을 얻었지만, 항생제가 장을 망가뜨리고 세균의 균형을 망쳤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통해 면역계의 변화를 원했던 작가는 분변 미생물 이식(FMT)을 선택했다. 독한 부작용도 겪었지만, 작가는 임신에 성공한다. 그녀의 나이 서른아홉 살에.

 

미국의 의료계는 나를 진단하는 일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수년간 내 탐구를 가로막았다. 내 병을 인정하는 대신, 내 몸을 의료계가 아는 확실한 질병을 앓는 순종적인 그릇처럼 다루고자 했다. 복잡한 병이 깃든 내 몸은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생애적 요소로 구성된 장소인데 말이다.

내 질병 서사는 목적지가 없다. 그보다는 나를 힘들게 하고, 놀라게 한 것들의 총합이다. 어렵게 만난 모든 사람, 내 몸에 대한 적응, 신체의 제약으로 선택하게 된 삶, 투병하면 얻은 앎, 버티고 인내하여 결국 진단을 받았기에 간간이 느끼는 자부심, 임신 전 아이를 고대하며 보낸 시간, 그 모든 것들. 지금은 아이가 있지만, 그 긴 갈망의 시간은 몸에 쓰여 있고 영혼에 칼로 새겨져 있다.

내 병은 언제고 무엇이든 올라올 수 있는 열린 창문으로 남았다. -<지혜 서사> 중에서

 

이 책은 분명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에 도달하는 핑크빛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무채색과 어두움이 어울리는 고통의 이야기다. 그러나 작가 본인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글이다.

10년이 넘도록 저자는 체위성기립빈맥증후군, 엘러스단로스증후군, 자가면역항체 양성, 피로와 브레인포그, 신경 문제와 결합 조직 문제가 나타나고 날카로운 전기 충격에 아직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 처음 듣는 병명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치유의 이야기는 언제 등장하는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독자가 흔히 갖는 희망을 계속해서 무너뜨리는 글이다.

 

질병을 극복한 이후 더욱 강해졌다거나, 질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더욱 지혜로워졌다는 식의 서술을 저자는 강력히 부정한다. 병은 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자가 질병과 함께하며 기록한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

아픔이 반드시 치유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아는 것,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닌 것,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질병과 함께 살아보는 것.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보이지않는질병의왕국 #메건오로크 #부키 #만성질환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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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 - 오늘도 잘 살아 낸 당신의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
성유미 지음 / 서삼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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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0 선생님, 항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성유미 지음/서삼독)

오늘도 잘 살아낸 당신의 마음을 토닥이는 다정한 심리학 편지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멸종당하지 않고 생존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성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생존을 넘어 과학 기술을 통한 풍요를 이루는 사이 빈곤과 소외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났다. 인간을 풍요로 이끈 사회성이 불러온 고통. 우리의 주변을 맴도는 소외와 고독 그리고 스트레스.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정신과 상담이나 아니면 항우울제 처방과 같은 약물치료. 과거에 비해 늘어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항우울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새로운 방식으로 내담자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제시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국제정신분석가이자 로아정신분석클리닉 원장인 저자가 주목한 치유로서의 시’.

 

진료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19개에 대한 답을 담은 이 책은 심리학은 물론이고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시를 함께 엮어내었기에 우울과 불안을 털고 오늘을 잘 살아낼 힘과 지혜를 전해 줄 것이다.

국제정신분석가 성유미 원장이 건네는 <심리학+> 처방전

 

19개의 상담 편지이자 위로의 편지는 내담자의 고민과 그에 관한 저자의 처방 그리고 위로가 되는 시로 엮여있다. 저자의 처방 역시 사회생활에 지친 마음을 다독이는 저자의 따스한 마음을 듬뿍 담고 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그냥 이유 없이 실은 사람이 있어요.

@사소한 일에도 자꾸 서운해지고 어린아이처럼 굴게 돼요.

@저만 잘해 주는 관계 때문에 지쳤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누가 답을 좀 알려 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갔다. 내 안의 어두운 생각에만 갇혀 자기를 갉아 먹고만 있을 때 저자의 이야기는 따사로운 빛줄기이자 힘이 되는 도닥임이 된다.

 

왜 나는 끝까지 해내는 일이 없지하면서 끈기가 없다고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내가 이 일에 재미를 느끼는가? 좋아하는가 ?’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 일이 재미있어지고 좋아지면 끝까지 하는 힘은 저절로 생깁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야 맙니다. 주변의 온갖 도움을 끌어서라도 해내고 싶어 하는 게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자신에게 끈기도 인내심도 없다며 자책해 왔다면 먼저 자책의 덫을 끊어 내길 바랍니다. 일을 벌이기만 하고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책, 자신은 늘 용두사미 격이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나자는 얘기입니다. “내가 끝까지 할 수 없는 것들, 하기 싫은 일들이어서 그만두는 게 옳은 결정이었다고요!” -<끝까지 해낸 일이 하나도 없어요> 중에서

 

자기 마음을 구겨 놓고 방치한 사람은 아무리 밝은 햇빛 속에서도 빛날 수 없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그러면 당신은 저절로 반짝반짝 빛날 거예요.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요> 중에서

 

한국 사회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빨리빨리’. 그리고 무엇이든 열심히해야만 하는, 그래서 제대로 가고 있는 사람마저 늦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 그러다 보면 자기 속도를 잃고 자기 방향을 잃고 밀리고 밀려서 세상을 살게 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와 있지?’ 하는 허무와 자괴감까지 들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누구를 살펴볼 것인가? 힘들어하는 나를 돌아볼 것인가? 아니면 앞서 달리는 사람을 따라가기 위해 남은 힘을 쥐어짤 것인가?

 

번아웃 증후군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아무에게나 오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몸이 마음의 뜻을 잘 존중해 준다면, 갑자기 퓨즈가 나가 버리듯 힘이 속절없이 빠져나가는 이상한 현상만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바로 루틴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일상의 평범하고 단순한 규칙을 미리미리 만들어 둔 뒤 매일 충실하게 반복하면 내 몸의 한계를 인정하고 알아주는 존중의 습관이 되는 것이지요.

 

목욕하고,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어 네 다리를 편다. _호메로스의 시

-<갑자기 탈진 상태가 되었어요. 아무것도 아기 싫어요> 중에서

 

현실에서 부딪히고 휘둘리며 스트레스만 남아 스러져갈 때 저자의 따뜻한 위로 한마디가 힘이 될 것이다. ‘항상 날갯짓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법이다. 더 멀리, 더 높게 날기 위해서 잠시 쉬어 가기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대로 잠시 좀 쉬자. 쉬는 동안 내가 흘린 것들을 돌아보자. 내가 좋아하는 곳, 음식, , 친구 그리고 나의 웃음. 그러면서 꿈을 꾸자. 꿈꾸는 건 자유니까.

 

그렇지만 잊지 마세요.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나친 기대도, 실망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럴 일이 없어요. 관심이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아니라 내 내면으로 향해 있으니까요.

잠시 친구에 대한 서운함은 걷어 내고 당신 자신의 내적 필요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필요하다면 친구와 연락이나 만남을 잠시 미뤄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고독은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니라 의미 있고 심지어 즐거울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그러다 보면 여전히 나눠 주기를 즐겨 하고 아무 계산 없이 상대의 행복을 바라던 당신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분명히요. -<저만 잘해 주는 관계 때문에 지쳤습니다>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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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의 힘 - 인공지능 시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법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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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69 메타인지의 힘(구본권 지음/어크로스)

인공지능 시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법

메타인지는 학습법을 공부하면서 개념 정도만 이해하고 지나쳤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것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갔었다. 디지털 인문학자인 저자는 바로 이 메타인지가, GPT로 뜨거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무기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새로 생겨난 중요 지식을 배워서 활용하는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능력, 바로 메타인지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지적·감정적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지식이 어느 때보다 소중해졌습니다.” -<저자의 말> 중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이제 더 이상 사회에서 활용되지 않는 세상이 왔다. 눈 뜨면 바뀌어 있는 세상을 리드하거나 따라가기 위한 전략의 핵심이 바로 메타인지다.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얻는 능력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즉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뇌과학·신경과학·심리학·인지과학 연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탐구해온 메타인지가 다루는 영역이다.

 

30년 정도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의 비밀을 알 수 있다. 그건 선행학습도 아니고 일타강사에게 받는 과외도 아니다. 바로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것이다. 모든 부모가 꿈꾸는 알아서 공부하는 학생’. 또 하나의 비밀이 바로 이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라는 것이다.

메타인지 metacognition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내가 모르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

 

김연아 선수는 아사다 마오의 장기인 트리플 악셀을 뛰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한계와 장점을 명확히 인식한 메타인지를 장착했기 때문이었고, 결국 금메달의 주인공은 아사마 마오가 아니라 김연아 선수였다.

 

과거에는 지식과 정보의 소유 자체가 핵심이었다면 오늘날 정보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의 소유가 아니라 새로 생겨난 중요 지식을 배워서 활용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능력, 바로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나를 아는 능력은 구체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고,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은 자기 능력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메타인지는 인간이 기계와 구별되는 유일한 능력이자 인공지능 시대에 반드시 갖춰야 할 경쟁력이다. -구본권

 

아이폰 이전의 블랙베리, 구글 이전의 야후 같이 가장 뛰어난 기술력과 막대한 자산을 보유했던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는? 객관적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는 대상 인지의 실패와 자신이 틀릴 리 없다고 굳게 믿는 인식 주체에 대한 인지 실패에 원인이 있다.

대상인지와 인식 주체에 대한 인지가 바로 메타인지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인지 실패의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메타인지 능력의 방향이 결정된다. 실패는 메타인지를 불붙이는 불씨다.

 

메타인지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해오던 내면의 인지와 감정 영역에 좌표 체계를 부여하고 메타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그 이전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던 자신의 위치를 마치 좌표 위의 한 점처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메타인지다.

 

인지적 구두쇠, 확증 편향, 사후 확신 편향, 인지부조화, 가용성 휴리스틱, 현재 유지 편향, 일반화의 오류, 매몰 비용 집착 등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연구는 우리의 인지와 사고를 왜곡하는 요인들을 계속 밝혀내고 있다.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부분의 순간 우리는 본능과 직관의 지배를 받는데, 스스로를 이성적 존재라고 과신하는 데서 거대한 착각이 생겨난다. 한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비로소 자신이 무엇의 영향을 받는지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메타인지 능력이다.

 

무지가 아니라 무지한 상태를 인정하지 않는 인지적 게으름과 오만이 문제다. 오만은 무지와 확신의 결합이다. 그래서 메타인지 능력을 높이려면 지적 오만에서 벗어나 겸허하고 개방적인 마음가짐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모르는 것을 꺼리거나 불안해하는 대신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배움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메타인지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지식의 속성과 구조, 지식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거대 기술기업의 정보 선별 알고리즘과 플랫폼, 그리고 현실의 제약이 사라진 가상과 실재가 뒤섞인 디지털 세계에서 편리함과 풍부함에 가려져 있는 인지적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메타인지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 디지털 문명은 인간의 지능과 주의력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정보홍수와 선택 과잉의 상황이다. 선택의 역설이 현재의 문제일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능력과 목표에 미리 선을 그려놓고 노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숨 길이를 아는 해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 자신이 가진 재능을 잘 다룰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지닌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아름다움과 행복감의 경험이다.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첫 단계는 무엇이 나의 인지 상태에 영향을 끼치는가를 아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를 아는 것이 메타인지의 출발점이다.

메타인지와 연결되는 자기성찰을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의례도 필요하다. 걷기나 달리기, 멍하게 휴식하기 등 고독하게 홀로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수적이다. 스스로에 대해서 또는 특정한 생각에 대해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 또한 중요하다.

 

나에게 주의를 돌리고,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 확인하라. 무엇이 나의 영향력 범위 안에 있고 무엇이 나의 영향력 밖에 있는지를 파악하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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