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처럼 미쳐?
박홍규 지음 / 돋을새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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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2007.  9.  7. ~ 2007.  9.  12.

세르반테스의 소설 중에 읽어 본 작품은 몇 년전에 "세비야의 도둑들"이란 얇은 문고판 서적을 읽어본 것이 전부였다. 그 유명한 '돈키호테'는 읽어본 적이 없음에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어떠한 연유일까..?

노동법학자 박홍규 교수는 법학계에서는 그의 고백대로 정말 '돈키호테'로 불리는 학자이다. 하지만 그의 노동법 논문은 예리하고, 다른 학자들에 비해 비교적 독창적이다.

법학교수 중에서 자기의 전공분야 외에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활발하게 남기는 학자가 박홍규 교수와 안경환 교수인데, 개인적으로도 이 분들의 외도(?)를 지지하고 있어서 두 분의 글을 즐겨 읽는 편이다.

안경환 교수의 글이 장미향기처럼 포근한 느낌이라고 한다면, 박홍규 교수의 글은 뭐랄까 코끝을 자극하는 레몬향같다고나 할까..?

이 책에도 여지없이 그러한 냄새가 베어 있다.

박홍규 교수는 나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첫장부터 박철 교수의 "돈키호테"번역서를 까고 들어간다. 박철 교수는 우리나라의 최고 스페인어 교수아닌가..? 박철 교수의 반박글이 무척 기대된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 몇 달전에 읽었던 홍신문화사에서 출판한 "법의 정신"의 악몽이 떠올랐다.

술술 잘 읽히다가도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글들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또 어떤 단락은 이해가 잘 된다. 이 무슨...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현학적인 담론을 싫어한다고 했음에도 저자 자신이 현학적인 담론에 빠진 상태에서 글을 쓴 흔적인 가끔 보이고, 간혹 교조적인 면도 느껴졌다.

돈키호테의 해석에 관하여 내로라 하는 많은 학자들이 달라 붙어 자신의 해석을 내어 놓았고, 저자도 그 반열에 합류했다는 보이지 않는 강박관념 때문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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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카드 - 전2권 세트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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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8.  31. ~ 2007.  9.  7.

책장을 열기 전에 몇년전에 재밌게 보았던 "본 콜렉터"가 오버랩되었다. 본 콜렉터의 저자가 쓴 소설이라 나름 기대를 가지고 책장을 열었다.

소설은 중반에 이르기까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범인은 초중반 사이에 암시가 되기는 하나, 범행의 동기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작가가 여기저기에다 덫을 많이 놓는 바람에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그랬기때문에 반전이 참으로 궁금했는데.... 결말에 이르러서 약간의 짜증까지 동반된 그 황당함이란 정말....

소설의 스케일을 너무 크게 하려는 의지때문에 해피엔딩으로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나 할까..

용어를 번역함에 있어 잘못된 선택(헌법불합치라고 해야 할 것을 "헌법비합치", 대화의 취지상 "소멸시효" 라고 번역해야 할 것을 "공소시효"라고 한 것 등)도 더러 눈에 띄어 별 것도 아닌데 심하게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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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세스 - 전5권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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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7.  29. ~ 2007.  8.  31.

법조계에 발들여 놓은지 어느덧 5년째가 되어 간다.

누군들 그러하지 않았겠느냐만... 나 역시 열정과 순수함으로 뭉쳐 있던 법대생 시절이 있었다. 법과 정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젊음의 열정, 순수함은 나도 모르게 점차 소시민적 속물성으로 변태되고 있다.

사람들을 그러한 과정을 '어른이 되어 간다'고 표현하면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며 위안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신들과는 다르게 열정과 순수함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외골수'라고도 하며, 혹은 '독불장군'이라고도 하며, 심지어는 '꼴통'이라고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쏟아냄으로써 그렇게 살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는 것은 아닐까?

람세스 열풍이 10여년 전쯤에 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너도나도 람세스를 읽었던 것 같으며, 신문지상에서도 상당히 서평이 많았으며 내 기억으로는 '지혜'라는 단어가 유난히 강조되었던 것 같다.

너도나도 읽는 책들은 조금 미루었다가 읽는 습성이 있어서 그 유명한 '람세스'를 이제야 읽게된 연유다.

사실, 람세스 소설에 대해서 상당히 기대가 많았다. 당시 상당한 베스트셀러였었고, 언론에서도 좋은 평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파라오 람세스는 너무 완벽하다. 제임스본드이며, 맥가이버이자 터미네이터이며 정의의 화신이다. 저자의 람세스에 대한 지나친 애정이 오히려 람세스에게 걸림돌이 아닌가 싶다.

'람세스'는 내 취향의 소설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람세스나 네페르타리와 같은 이상형의 리더를 갖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 아닐까?

불의에 감히 대항하지 않는 소시민으로 살고 있고, 살아 남기 위해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람세스와 같은 정의와 불굴의 영웅을 비록 소설에서나마 원하는 것이 아닐까?

모세의 기적은 자연현상을 사기친 것이며, 터미네이터 람세스의 일당 천 싸움과 기적은 진짜인 것처럼 묘사한 부분은 매우 의아하다.

작가가 모세에 관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려와서 소설에 삽입한 것이라면 이 소설의 정체성(판타지소설인가 역사소설인가)을 작가 스스로 모호하게 만든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아닐까?

한편 '소설 람세스'를 김홍신 또는 이문열이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는데, 이 분들이 더 잘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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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유전자 2 -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코디 지음, 오현수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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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2007.  7.  25~ 2007.  7.  28.

천주교와 기독교의 공통분모인 '神', 즉 '예수'를 소재로 하는 글들은 그 내용과 장르가 무엇이 되었던 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나 결국 '拙作'이냐 '凡作'이냐 '秀作'이냐에 귀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은 헐리우드의 영화 시나리오를 읽은 것 같다는 점이다. 어쩌면 작가는 이 소설이 영화화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영화적인 소설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凡作'에 가깝다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재미는 있으나 머리에 남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유전자 복제와 복제를 이용한 치료술에 관하여 무비판적인 추종이 느껴진다(그것이 비록 신의 유전자라 할지라도). 이 주제에 관하여 심도깊은 철학이 녹아 있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굳이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할 필요가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지 않는다. 종이낭비다. 출판사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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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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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7.  12 ~ 2007.  7.  24.

120페이지 정도의 얄팍한 소설책을 읽는 것에 맛들린 적이 언제였냐는 듯 어느때인가부터 두꺼운 책에 우선 손이 간다. 내가 왜 그러한 독서행태를 보이는지 도통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적 허영심이 아닐까 싶으며 두꺼운 책은 그래도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한 몫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열세번째 이야기'는 동네 서점에서 오로지 두꺼운 분량에 점 찍었을 뿐이다. 단지 그 이유다. 작가도 모르고, 그 흔한 언론의 서평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열 세번째 이야기'라... 첫 장을 열었을 때 뭔가 스펙타클하고 환타지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할 반전이 있을 것 같다는 흥분감도 일었다.

아.. 그러나 한장 한장 읽어가면서 기대감은 약간의 실망감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간결하고 읽기 쉽고 직관적인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소설의 장황하고도 지루하고도 관념적인 서술에 당혹감이 밀려왔다. 이 소설을 계속 읽어야 하나 여기서 중단을 해야 하나....

독서기간동안 이런 갈등으로 책갈피가 꽂혀 있는 페이지에서 책갈피를 빼곤 했다.

하지만 나는 지루함을 이겨냈다. 승리의 대가는 이 소설을 완독했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이 소설의 '이야기'가 꽤 재밌다는 것을 느꼈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전개와 서술을 간결하게 해서 상황전달이 잘 되었더라면, 그리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관념적인 묘사들을 조금만 줄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전개의 지루함이 이 소설의 장애물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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