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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 2006. 4. 6. ~ 2006. 4. 19.
우선, 이 소설이 무슨 이유로 명작이라고 하는지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둘째, 번역이 너무 엉망이다.
엄청난 공을 들여서 재번역을 했다고는 하나, 문장이 너무 길고 지나치게 수식이 많아서 수월하게 읽히지 않고 , 글의 흐름이 끊기게 번역을 해 놓아 독서의 흥미가 반감되었다.
항상 번역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역자들이 원작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역을 하고 문장을 끊어서 간결하게 번역한다면 훨씬 훌륭한 번역이 될 터인데, 대학교수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번역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특히, 남자만 상속할 수 있다는 상속속용어로 '한정상속' 보다는 차라리 '제한상속'으로 번역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한정상속(限定相續)'이란 법률용어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상속한다'는 의미인데, 전혀 의미가 다른 용어를 선택한 바람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미묘하게 거슬렸다.
각설하고,
이 소설의 제목으로 '오만과 편견'보다는 '결혼성공기' 또는 '오해와 화해'가 훨씬 잘 어울리지 않을까... 소설의 내용상으로나 읽는 사람을 위해서나...
소설에는 온통 남자의 돈얘기, 여자의 결혼 얘기밖에 없다.
자칫 여자 인생의 목표는 오로지 결혼인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상한 소설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래서 어쩌면 혐오감마저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러한 오해는 바로 저자가 살았던 시대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것일게다. 나 역시 그런 오해를 했었으니..
그러나 제인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그런 오해는 이해로 바뀌고, 더구나 제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면 완벽한 이해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오해가 이해로 전이되건 어찌되건... 이 소설의 본질이 제인판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나의 또 다른 오해일까?
이 소설에 나오는 남녀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비록 제인의 시대 이야기라 할지라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인의 시대에서는 여성들이 노골적인 정략결혼을 통해 그들의 부당한 처지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의 시대는 사람들의 의식이 그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달라져 여성들의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처지에서 여성들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의 정략결혼은 흔한 현상은 어떻게 해명해야 하는 걸까...
결혼은 결혼대로 하고 즐기는 것은 또 별개로 나름대로 누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오히려 부당한 처지는 현대의 남자들의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볍게 해본다. 페미니스트들한테 엄청난 공격을 당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이유는 다르지만, 제인이 살았던 여성들의 결혼조건과 지금의 여성들의 그것은 다르지 않다는 점이 아이러니한 보편성이 아닐까 싶다...
또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