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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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다보면 언제 이렇게 읽은거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겨우 이만큼밖에 못읽었나?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 전자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일단 책의 두께감이 주는 무게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모르는 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어버린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몰입도가 좋다는 말일수도 있다. 이렇다 할 극적 요소가 보이지 않는 듯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누가 이길까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마력이라면 마력일 듯하다. 형사와 범인의 대치 상황을 보여주는 소설치고는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잡히지 않는 연쇄살인범을 향해 "범인에게 고한다" 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수사관의 눈빛을 상상하게 된다. 


실종되고 살해당한 남자아이가 네 명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도록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경찰은 결국 매스컴을 이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할 사람이 6년전 처음의 실종사건에서 수사실패의 책임을 지고 좌천되었던 마키시마 형사다. 범인을 잡기 위한 경찰측의 미끼? 뭐, 그렇게 생각한다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수사관과 범인의 심리전이 펼쳐지는데 그 범인의 심리마저도 수사관의 입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추측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묻고 있는 것만 같아 왠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왜냐하면 현실속의 우리네 삶도 그렇게 내 식대로의 추론으로 남의 사생활을 들춰보고 싶어하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아닐까 싶어서.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정석대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옆사람의 동선도 체크해가면서 요령껏 저만 편하면 된다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뿐이라면 다행인데 그 일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함께 가야할 길임에도 불구하고 슬쩍 슬쩍 옆길로 새며 묻어가는 사람도 있다. 이 책 속에 녹아든 그런 부류의 사람에게 알 수 없는 연민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세상에는 누군가를 발판으로 삼아 자신의 출세를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누군가를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그 모든 것의 불합리와 부조리함을 싫어한다는 범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찌된 일인지 범인이 꿈꾸는 이상에 대해 동조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범인에게 고한다" 라는 말로 맞짱뜬 수사관에게 범인의 편지가 배달되고, 그 편지로 인해 두뇌싸움과 심리전의 치열함이 극에 달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카메라를 응시한 수사관의 눈빛에 비해 이야기의 흐름을 살짝 비틀기까지 하는 범인의 의연함 앞에 알 수 없는 당혹감이 생겨나기도 한다. TV화면을 통한 수사관의 비장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범인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설까? 이렇다 할 극적인 요소가 없이도 이만큼의 몰입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너는 포위됐다. 마침내 우리는 너를 추적해 냈다. 부디 오늘 밤은 두려움에 떨며 잠들기 바란다"  안으로는 자기 자신과, 밖으로는 썪어빠진 조직의 알력과 싸우며 마키시마가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향해 뱉어냈던 저 한마디속에는 수많은 것이 들어있다.  


형사 일을 하다보면 문득, 자신이 쫓는 범인에게 왠지 모를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 대개는 상대의 형체가 보이지 않아서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읽게 되는 처음의 두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내가 반드시 너를 잡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시작해도 될까 말까한데 처음부터 기가 죽어버린 형사의 태도는 뭐란 말인가! 그만큼 보여지지 않는 사람의 깊은 속내에는 들키고 싶지않은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말일터다.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은 여러가지 형태로 보여진다. わし(와시).. 마키시마가 상대해야 할 범인의 이름이다. 자기자신을 일컫는 일본말이기도 하다.마키시마에게 찾아왔던 공포는 결국 우리 모두가 느껴야 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아니었을까? 이 책속에서 드러내보이고 있는 많은 사람의 속내가 낯설지 않다. 껄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뒹굴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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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절대가이드 - 자신만만 떠나는 우리나라 완벽 여행 코스, 개정판 절대가이드 시리즈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 삼성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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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는데 있어 그만큼 자신있었다는 말일까?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다가온다.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대한민국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 한 권이라면 대한민국의 어디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거야 이 책을 읽고 보는 이들의 몫일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관광지가 이렇게 많았나 싶다. 아니 어쩌면 이 책에 소개되지 못한 곳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연휴나 휴가철에 찾아가는 곳은 한정되어 있는 듯한 이 껄끄러움은 뭐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주제로 정했을까 궁금했다. 사실 이런저런 주제를 달고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은 많다. 정말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 책의 목록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작금의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를 중심으로 했다는 말처럼 많이 보고 많이 들었음직한 곳들이다. 그렇게 해서 찾아갔던 곳이 모두 89개 지역이고, 동선을 따라 그 주변까지 훑어볼 수 있도록 하여 모두 700여개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일단 여행책자를 보면 대중교통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교통편이나 소요시간을 소개하고 있는가부터 찾아보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여행을 자동차로만 하는 게 아닌 까닭이다. 심지어는 일부러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을 하는 사람도 많다. 여행이란 것이 편하자고 들면 끝도없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며 그 곳만의 정서에 젖어드는 게 멋진 여행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교통정보를 가장 위쪽에 배치해두어서 보기에 편하기도 했고, 마음씀이 느껴져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먹을 것, 잠잘 곳이야 개인적인 차이로 인해 딱히 여기가 맛있고, 여기가 편하다, 라고 말하기엔 좀 그럴테지만 교통편만큼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장을 넘기다보니 나는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관광지를 많이 찾아다니지 않은 까닭도 있지만 솔직히 노는 걸 잘하지 못하다보니 답사위주의 여행만을 고집했던 이유도 있다. 내가 찾아다닌 답사지 역시 어느 정도는 관광지와 겹쳐진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진이 끝내준다. 충분히 유혹적이다. 사진 한장만으로도 그곳에 가고싶다는 충동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주요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근처의 가볼만한 곳을 추천하고 동선까지 체크한 것은 상당한 배려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근처 여행지에 관한 것은 정보전달 수준이다. 그만큼의 발품을 팔았을 걸 생각하면 대단한 일임엔 분명하다. 목아발물관도 그렇고 한택식물원이나 고운식물원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목록에 올라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한 미황사와 대왕암공원을 다시만나 반가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부피가 여행파트너로 동행하기엔 너무 크고 무겁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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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 속에 숨은 인문학 - 옛시의 상상력 코드를 풀다
이상국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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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방송에서 '중국한시기행' 이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그 경치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사이사이에 낭송해주던 소식의 싯구절들이 참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소식은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당송8대가에 속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그 소식의 흔적을 따가갔던 일정이 아니었나 싶다. 文人이라하면 시와 글, 그림에 모두 능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을 터다. 그러니 3부자가 나란히 시대를 대표하는 文人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일 것이다. 소식의 호가 동파거사이니 우리 귀에 익숙한 소동파가 바로 소식이다. 재주정이나 서련정과 어울어지던 소식의 일화들이 재미있었다. 載酒亭, 소식이 술을 싣고와서 즐겼다는 곳으로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었다. 瑞蓮亭은 두 아들을 시험장에 보내놓고 애를 태우던 아버지 소순이 이 곳을 지날 때 한가지에 연꽃이 두개가 피어서 두 아들 모두 합격할거라고 기뻐했다는 곳으로 상서로운 연꽃이 피었던 곳이라하여 그 이름을 붙였다 한다. 보면서 문득 담양의 息影亭 이 떠올랐다.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았을 당시의 풍경을 떠올리며 그곳에서 잠시 머물렀었는데, 좋다는 중국의 풍경속을 주유하며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을 것이니 어찌 좋지 않겠는가 이말이다.

 

까놓고 말해 '詩'라는 건 참 어렵다. 은유적인 표현때문에 그 뜻을 헤아리기가 만만찮은 글도 꽤나 많다. 그래서인지 나는 너무 어려운 자신만의 말로 쓰여진 글이나 詩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다가 옛시라니.. 당연히 더 어려울밖에. 우선 한자를 알아야 하고 같은 한자라도 그 글자가 품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야하니 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단 한줄의 문구에도 수많은 뜻이 담겨있을 수 있다. 그 몇구절의 시구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때로는 역사의 현장을 담기도 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담기도 하며, 그때그때의 감정을 담기도 한다. 때로는 넓게, 때로는 깊게, 때로는 크게, 때로는 소심하게 숨겨져 있다는 말이다. 그것뿐일까? 한편의 옛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처했던 당시의 상황을 알아야하는 경우도 있고, 그때에 그가 머물렀던 곳이 어디였는가를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시를 지은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옛시의 풍미를 제대로 느낀다는 게 나같은 사람에게는 녹녹치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그 안타까움으로 이렇게 옛시를 소개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틈새마다 끼워넣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찬란함'이란 부제가 눈길을 잡는다. 어라? 읽다가 다시 꼼꼼하게 읽게 된다. 이런! 그러다가 실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일단 재미있다. 이렇게 해석할수도 있구나 싶어 지금까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짧은 지식과 비교하며 읽게 된다. 가시리, 처용가, 쌍화점, 만전춘... 단 네개뿐인 이야기가 상당히 큰 여운을 남긴다. 처용가만 신라향가이고 가시리, 쌍화점, 만전춘은 고려가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프디 슬픈 이야기였는데 그저 글로만 익혀놓고 치기어린 마음으로 옛가요를 외웠던 순간들이 부끄러워진다. 쌍화점의 끝부분에서 지은이의 촌철살인같은 글을 보게 된다. 신라의 사랑은 처용가에서 치명적으로 무르익었고, 고려의 사랑은 쌍화점에서 뼈와 살이 타들어 갔다. 조선은 처용가와 쌍화점을 두려워하여 그것을 가리고 욕하고 바꿨지만, 틈날 때마다 욕정과 불륜의 이 노래들은 튀어나왔다. 처용가를 유교의 관습 속에 끌어들이고 쌍화점을 통제 가능한 욕망으로 조절해 나간 것이, 조선의 관기 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189쪽) '詩' 라는 짧은 문구속에 담아내지 못할 것이 없구나!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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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2
박건웅 지음, 최용탁 원작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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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을 다루었던 <지슬>이란 영화를 보았을 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멍하니 앉아 있던 기억이 난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슴 한켠에 싸한 바람이 불어왔었던 그 순간을 어쩌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나를 또 그렇게 만들어버릴 것만 같아 두려워진다. 우리는 어쩌다가 저리도 아픈 역사를 품고 살아야만 하는지, 우리는 어쩌다가 한하늘을 이고 살았던 사람들의 가슴에 저토록이나 모진 기억을 심어주어야 했는지.... 여기저기 들쑤셔보면 저렇게 아픈 가슴 부여잡고 살아가는 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흔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기에...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천번에 가까운 전쟁을 치루었다. 같은 민족끼리 니편 내편 갈라 서로 싸움질 한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있어서는 안되었을 전쟁 중의 하나가 6.25였다. 그 6.25를 배경으로 둔 사건이 바로 국민보도연맹사건이니.


1949년 10월 좌익 전향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것이 국민보도연맹인데 좌익세력을 색출할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들을 통제하거나 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썪어빠진 실적주의 때문에 사상범이 아닌 민간인들까지 등록되기에 이르렀고, 6.25가 일어나자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그들 모두를 학살했다. 그것도 우리의 군과 경찰의 손으로. 자신들이 왜 죽어야하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주검마저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아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들의 유골이 그 때의 그 사건을 증언해주었다. 한쪽만 그렇게 했으면 그나마도 덜했을 것을 남쪽으로 내려온 의용군들조차도 보복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많은 사람을 학살했다. 그 처절함과 처참함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어 물푸레나무의 기억을 빌려 이야기해야만 했던 저자의 속내가 절절하게 전해져온다.


투박한 목판화 형식으로 그려서인지 이야기의 무게가 녹녹치않다. 그림일뿐인데도 그 장면장면을 바라보기가 쉽진 않았다. 그 한컷속에 담긴 의미가 너무나도 크고 깊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사건이 어디 이것뿐일까? 그 들춰지는 민낯이 부끄러워 외면했었을지도 모를 역사의 단면은 많다. 그 전쟁을 치루어냈던 나의 엄마는 지금도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신다. 그 때는 정말 너무했었다고. 어떻게 된게 우리쪽 사람들이 더 지독하게 굴었었다고. 거친 그림만큼이나 거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껄끄러운,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그런.... 손목을 묶이고, 발목을 묶이고 철사줄에 엮여 끌려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2009년 11월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해 민간이 희생되었다는 걸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그 사건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너무 늦지 않게 그들의 영혼을 달래주어야만 한다. 오죽했으면 그림을 저렇게 그렸을까? 수많은 짐승들을 산채로 매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오래되지 않은 그 일과 묘하게 겹쳐진 만화속 그들의 죽음이 서늘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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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시 -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오사키 요시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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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모두 슬프거든. 아무리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우쭐거리며 사치미 뚝 떼고 걸어가는 사람도 누구나 채워지지 않는 빈틈 같은 걸 갖고 사니까. 다들 외로워...(-171쪽)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이나 인연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은 어떻게 구분되어질까? 그 모호한 기준앞에서 잠시 망설인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수많은 인연과 맺어진다. 그 인연이 오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고, 그 인연이 좋은 인연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우연한 만남... 그 우연한 만남이 아주 소중한 인연으로 자리잡게 되기도 하고 필연적으로 만나야만 할 인연도 있을터다. 만약 이 사랑이 정말 진심이었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서 반드시 재회하게 될거라고 유키코는 말했지만 십구년만에 다시 만난 유키코와 마지막으로 나눈 말은 '안녕'이었다. 십구년동안이나 미루어두었던 그 말... 길을 헤매다가 정말 우연히 만났던 유키코와 그토록이나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며 아픔을 나눠가지려 했었던 그 마음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유키코의 말대로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은 달라진다. 그렇게 유키코와 야마자키가 헤어지게 되었던 것처럼. 누구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선택의 기로에 서게되지만 선택의 기준은 항상 자기자신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게 된다.


파일럿 피쉬.. 물속에 미리 넣어두면 수조의 상태를 물고기가 살아가기 좋은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준다는 물고기. 그런 물고기가 정말 있을까? 물고기를 길러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속에도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도 모른채 살아간다면 왠지 아쉽고 또 억울할 것 같다. 이 책은 에로잡지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야마자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있다. 묘하게도 과거와 현재가 겹치며 하나의 이야기로 엉키는 상황에 마음을 빼앗긴다. 굳이 야마자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투명막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 남자의 일상이 낯설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 그 자체일 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떤 모습인지.


나이를 먹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그렇게 쌓여만 가는 그러면서도 두 번 다시 손이 닿지 않는 것들이 늘어가는 게 두렵다. 분명 지금 이 순간처럼 잊을 수 없는 행복하고 조용한 시간 하나하나가...(-189쪽)


한번 맺어진 인연은 헤어질 수 없다는 말이 여운을 남긴다.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 곁에 없는데도 꺼지지않는 불꽃처럼 그렇게 나의 시간속에서, 나의 기억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좋은 일일까? 좋든 싫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 삶의 언저리에서 언제고 내 삶속으로 파고들수 있는 것이 기억인 까닭이다. 글자를 통해 눈으로만 느껴지는 이 책의 깊이는 얕다. 그러나 그 글자밑에 숨겨둔 의미는 한없이 깊다. 십년만에 다시 읽은 책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그 깊이를 알 수 없음에 허를 찔린다. 내가 느끼는 일본소설의 매력이다. 그때와는 또다른 어떤 여운이 내게 남는다. 색다른 경험이다. 문득, 가슴 한켠으로 싸늘한 바람 한점이 지나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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