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2
박건웅 지음, 최용탁 원작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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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을 다루었던 <지슬>이란 영화를 보았을 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도 멍하니 앉아 있던 기억이 난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슴 한켠에 싸한 바람이 불어왔었던 그 순간을 어쩌면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나를 또 그렇게 만들어버릴 것만 같아 두려워진다. 우리는 어쩌다가 저리도 아픈 역사를 품고 살아야만 하는지, 우리는 어쩌다가 한하늘을 이고 살았던 사람들의 가슴에 저토록이나 모진 기억을 심어주어야 했는지.... 여기저기 들쑤셔보면 저렇게 아픈 가슴 부여잡고 살아가는 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흔이 너무나도 많을 것이기에...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천번에 가까운 전쟁을 치루었다. 같은 민족끼리 니편 내편 갈라 서로 싸움질 한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있어서는 안되었을 전쟁 중의 하나가 6.25였다. 그 6.25를 배경으로 둔 사건이 바로 국민보도연맹사건이니.


1949년 10월 좌익 전향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것이 국민보도연맹인데 좌익세력을 색출할 목적도 있었겠지만 그들을 통제하거나 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기도 하다. 하지만 썪어빠진 실적주의 때문에 사상범이 아닌 민간인들까지 등록되기에 이르렀고, 6.25가 일어나자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그들 모두를 학살했다. 그것도 우리의 군과 경찰의 손으로. 자신들이 왜 죽어야하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죽어간 것이다. 주검마저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아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들의 유골이 그 때의 그 사건을 증언해주었다. 한쪽만 그렇게 했으면 그나마도 덜했을 것을 남쪽으로 내려온 의용군들조차도 보복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많은 사람을 학살했다. 그 처절함과 처참함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어 물푸레나무의 기억을 빌려 이야기해야만 했던 저자의 속내가 절절하게 전해져온다.


투박한 목판화 형식으로 그려서인지 이야기의 무게가 녹녹치않다. 그림일뿐인데도 그 장면장면을 바라보기가 쉽진 않았다. 그 한컷속에 담긴 의미가 너무나도 크고 깊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사건이 어디 이것뿐일까? 그 들춰지는 민낯이 부끄러워 외면했었을지도 모를 역사의 단면은 많다. 그 전쟁을 치루어냈던 나의 엄마는 지금도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신다. 그 때는 정말 너무했었다고. 어떻게 된게 우리쪽 사람들이 더 지독하게 굴었었다고. 거친 그림만큼이나 거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껄끄러운,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그런.... 손목을 묶이고, 발목을 묶이고 철사줄에 엮여 끌려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죽음의 순간에서도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2009년 11월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해 민간이 희생되었다는 걸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그 사건에 대한 조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너무 늦지 않게 그들의 영혼을 달래주어야만 한다. 오죽했으면 그림을 저렇게 그렸을까? 수많은 짐승들을 산채로 매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오래되지 않은 그 일과 묘하게 겹쳐진 만화속 그들의 죽음이 서늘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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