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 속에 숨은 인문학 - 옛시의 상상력 코드를 풀다
이상국 지음 / 슬로래빗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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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는지 방송에서 '중국한시기행' 이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그 경치의 아름다움이야 말할 필요도 없었지만 사이사이에 낭송해주던 소식의 싯구절들이 참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소식은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당송8대가에 속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그 소식의 흔적을 따가갔던 일정이 아니었나 싶다. 文人이라하면 시와 글, 그림에 모두 능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을 터다. 그러니 3부자가 나란히 시대를 대표하는 文人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일 것이다. 소식의 호가 동파거사이니 우리 귀에 익숙한 소동파가 바로 소식이다. 재주정이나 서련정과 어울어지던 소식의 일화들이 재미있었다. 載酒亭, 소식이 술을 싣고와서 즐겼다는 곳으로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었다. 瑞蓮亭은 두 아들을 시험장에 보내놓고 애를 태우던 아버지 소순이 이 곳을 지날 때 한가지에 연꽃이 두개가 피어서 두 아들 모두 합격할거라고 기뻐했다는 곳으로 상서로운 연꽃이 피었던 곳이라하여 그 이름을 붙였다 한다. 보면서 문득 담양의 息影亭 이 떠올랐다.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았을 당시의 풍경을 떠올리며 그곳에서 잠시 머물렀었는데, 좋다는 중국의 풍경속을 주유하며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을 것이니 어찌 좋지 않겠는가 이말이다.

 

까놓고 말해 '詩'라는 건 참 어렵다. 은유적인 표현때문에 그 뜻을 헤아리기가 만만찮은 글도 꽤나 많다. 그래서인지 나는 너무 어려운 자신만의 말로 쓰여진 글이나 詩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다가 옛시라니.. 당연히 더 어려울밖에. 우선 한자를 알아야 하고 같은 한자라도 그 글자가 품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야하니 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단 한줄의 문구에도 수많은 뜻이 담겨있을 수 있다. 그 몇구절의 시구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때로는 역사의 현장을 담기도 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담기도 하며, 그때그때의 감정을 담기도 한다. 때로는 넓게, 때로는 깊게, 때로는 크게, 때로는 소심하게 숨겨져 있다는 말이다. 그것뿐일까? 한편의 옛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사람이 처했던 당시의 상황을 알아야하는 경우도 있고, 그때에 그가 머물렀던 곳이 어디였는가를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시를 지은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옛시의 풍미를 제대로 느낀다는 게 나같은 사람에게는 녹녹치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그 안타까움으로 이렇게 옛시를 소개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틈새마다 끼워넣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찬란함'이란 부제가 눈길을 잡는다. 어라? 읽다가 다시 꼼꼼하게 읽게 된다. 이런! 그러다가 실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일단 재미있다. 이렇게 해석할수도 있구나 싶어 지금까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짧은 지식과 비교하며 읽게 된다. 가시리, 처용가, 쌍화점, 만전춘... 단 네개뿐인 이야기가 상당히 큰 여운을 남긴다. 처용가만 신라향가이고 가시리, 쌍화점, 만전춘은 고려가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슬프디 슬픈 이야기였는데 그저 글로만 익혀놓고 치기어린 마음으로 옛가요를 외웠던 순간들이 부끄러워진다. 쌍화점의 끝부분에서 지은이의 촌철살인같은 글을 보게 된다. 신라의 사랑은 처용가에서 치명적으로 무르익었고, 고려의 사랑은 쌍화점에서 뼈와 살이 타들어 갔다. 조선은 처용가와 쌍화점을 두려워하여 그것을 가리고 욕하고 바꿨지만, 틈날 때마다 욕정과 불륜의 이 노래들은 튀어나왔다. 처용가를 유교의 관습 속에 끌어들이고 쌍화점을 통제 가능한 욕망으로 조절해 나간 것이, 조선의 관기 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189쪽) '詩' 라는 짧은 문구속에 담아내지 못할 것이 없구나!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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