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기 - 신화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간보 지음, 임대근 외 옮김 / 동아일보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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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괴소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괴이한 이야기. 지괴소설은 그 바탕이 무속, 불가, 도가와 연관된 사상을 갖고 있다는 말이 보인다.  搜神記... 한마디로 말해 신을 찾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불사가의한 이야기들을 많이 보게 된다. 소설의 형식을 갖추지는 않았으나 후대의 문학에 많은 소재를 제공했다는 말에는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搜神記는 중국의 역사적인 시대배경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위·진·남북조 시대에 지괴소설이 대량으로 만들어졌던 것은 거듭되는 혼란속에서 불안해진 사람들에게 뭔가 믿고 의지할만 한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士나 仙, 혹은 음양사상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아마도 昨今의 우리가 무속이라 말하고 있는 그런 사상쯤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진시황이나 한무제 등도 방술을 믿었다고 하니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 볼 만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연과의 조화에서 궁극적인 가치를 논했던 노장사상이 그런 기이한 이야기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좀 아닌 듯도...

 

개인적으로 神話를 엄청 좋아한다. 학창시절에 처음으로 마주했던 게 아마도 그리스 로마 신화였을 것이다. 그 많은 신의 이야기가 어쩌면 그리도 재미있던지... 황당해보이는 것 같아도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어 나도 모르게 빠져들곤 했었다. 이 세상에는 신이 있고 사람이 있으며 그 중간쯤에 귀신, 혹은 기인이 있다. 책속에는 그 세 부류의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보이지만 아무래도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도술을 부리는 기인들은 사람들 곁에 머무르지 않고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랬던 까닭에 사람들은 기인들에 대한 환상을 지울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전설의 고향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찾아보면 우리에게도 그런 이야기들이 많다. 귀신을 볼 수 있었다던 남이장군의 설화처럼. 죽어서 신이 되었다는 김유신의 이야기도 그렇고, 위인에 관한 이야기속에서도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다는 설화 하나쯤 쉽게 볼 수 있다. <삼국유사>만 보더라고 그 비슷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가 있다. 우리의 삶속에는 과학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처럼 이 책속의 이야기들이 과학적이지 않다고하여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다. 그 이야기가 전해주고자 하는 바를 찾아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일전에 <산해경>을 읽으면서도 꽤나 시간이 많이 걸렸었다. 그만큼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신해경>도 그렇고 <수신기>도 그렇고 그 두께에 압도되는 첫만남의 순간이 재미있다. <산해경>은 그나마 그림이라도 있었지만 이 책속에는 단 하나의 그림도 찾아볼 수가 없다. 늘 사람곁에 머무는 귀신들의 이야기나 기괴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이미 내가 그만큼의 순수함을 잃어버렸다는 말일까? 알 수 없다.

 

우리나라 신화를 읽다보면 무슨 신이 그리도 많은가 싶다가도 다른 나라의 신화를 읽어보게 되면 그 나라 역시 많은 신을 모시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다. 그 나라의 신 역시 사람들의 생활속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무속(?)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왠지 껄끄러운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만큼 사람들은 현세의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해 신에게 의존했다는 말일 것이다. 신들의 영역이 따로 있을까? 우리 마음속에 모든 것이 존재할 것이다. 때에 따라 신도 되고 귀신도 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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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우 - 비밀을 삼킨 여인
피오나 바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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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ow.. 미망인, 과부. 똑같은 뜻인데 영어로 쓴 것과 우리말로 쓴 것이 주는 느낌의 차이는 참 큰 듯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냥 미망인이라거나 과부라는 제목을 붙였다면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에게 각인되어 모르는 새 정형화되어버린 것들이 많다는 뜻일게다. 비밀을 삼킨 여인이라는 소제목에서 보이듯이 이건 추리물이다. 책표지를 살펴보다가 뒷면에서 마주한 두 줄의 문장. "훌륭한 아내... 그게 이제 내 역할이다. 남편의 곁을 지키는 훌륭한 아내"  앞표지의 소제목과 딱 맞아 떨어지는 장면이 그려진다. 유괴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을 쫓는 형사와 기자의 발빠른 움직임, 그리고 유괴된 자신의 아이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워가는 모정의 비정함. 사실을 은폐하고자 하는 범인의 숨가쁜 시간들이 해결되지 못한 그 몇 년의 시간속을 왔다갔다 한다. 하나둘씩 밝혀지는 진실속에 담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참 묘하지만, 단순한 거짓말이 가장 어렵다. 큰 거짓말은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아마도 왠만한 사람이라면 크게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속에는 끝없이 거짓말이 난무한다. 아니 어쩌면 거짓말이라는 것이 필요악일지도 모르겠다. 사실만을 말하면서 그야말로 진실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면 할수록 쉬워져야 하는데, 거짓말을 할 때마다 점점 더 덜 익은 사과처럼 시고 떫은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만큼 거짓말 뒤에 따라오는 양심의 가책 또한 그 크기가 만만치 않다는 뜻일 게다. 범죄의 한 가운데에서 감정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글렌'과 '진'이라는 부부의 상황이 긴박하게 그려지는 소설의 중간부까지가 이 소설의 최고점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진정한 사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이 그들을 거기까지 몰고 간 것일까?

 

난 그 여자가 자신이 아는 것과 자신이 믿고 싶은 것 사이에 갇혀서 힘들어했다고 봐... 우리의 뇌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달라져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못한다는... 그 여자 '진'도 어쩌면 그런게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끝없는 욕망과 그것을 채워줄 수 없는 현실속에서 방황한다. 가끔씩은 그 답답한 현실을 박차고 나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 눈을 감아버린다. 다 너를 위해서였어, 라는 말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려 했던 남편 '글렌'의 말을 들으며 그 여자 '진'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사랑은 정말 이기적이고 개인적이다. 사건을 뒤쫓던 형사반장이 만나는 사람들의 감정 상태가 묘하게 시선을 잡는다. 문득 떠오른 말, 주홍글씨. 한번 낙인 찍힌 사람은 여전히 그 올무안에 갇혀 괴로워해야 한다.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앞에 마이크를 갖다 대며 끝없이 묻고 또 묻는 매스컴의 역겨움이 그대로 드러나 책을 읽는 내내 개운치 않은 느낌이 떠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이 눈앞을 스친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던 장면들이다. 뒷심 부족일까? 그렇게 껄끄러운 느낌으로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게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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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7-1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이건 스릴러 장르인가봐요 ㅎ 전 맘에 안들면 리뷰조차 쓰지않는 성격이라 ㅋ 솔직하게 쓰신 리뷰가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ㅎ

아이비 2016-07-14 21:30   좋아요 0 | URL
좋고 싫음은 아무래도 개인적인 견해일테니까요 ^^* 그래서 되도록 솔직하게 쓰려고 합니다만... 흔적 남겨주심에 감사드려요.

루쉰P 2016-07-15 00:18   좋아요 0 | URL
솔직한 게 좋아요 ㅋ 전 그럴 용기는 없어서 아예 안 써 버립니다. ㅋ 그냥 저 좋아하는 책만 써요 푸하

이런 흔적은 천번이고 만번이고 남길 수 있어요 ㅋㅋㅋ 앞으로도 좋은 리뷰 부탁드려요 ㅎ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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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보다 마음이 먼저 앞섰다. 마음이 먼저 앞서니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짜릿했다. 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다. 별다른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드는 그들만의 이야기에 묘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건 뭐지? 싶었다. 스톡홀름 증후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하게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앞으로는 조용히 살면서 다시는 누구도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계속 생존할 것이다. 초원에서의 그날 밤,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남다른 도덕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407)   이것은 분명 자기 변명이다. 세상에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을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은 아닐까?  죽여 마땅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처리다.  살아가는 동안 상처를 입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있을까?  또한 살면서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단언컨데 없다. 절대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남으로 인해 상처를 입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눈물 흘린다. 그럼에도 내게 상처를 입힌 사람을 죽여 마땅하다고 한다면 이 세상은 아마도 말 그대로 지옥이 되고 말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일전에 읽었던 <열차안의 낯선 자들>이라는 소설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열차안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죽여주자는 제안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어지던 그 책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거기서 그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사람들, 감정들 모든 것이 이중적이라고. 개개인의 마음속에 두 사람이 있어서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일부가 정반대의 모습으로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거라고. 솔직히 나는 그 말에 공감했었다. 복잡하고 미묘한 현대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가면 몇 개쯤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러나 모든 것은 철저히 주관적이다.  사랑도, 미움도 모든 것은 자신의 감정으로부터 시작되어진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거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는해도 각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감정만을 내세우며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후회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는 릴리의 말은 왠지 가슴 한켠을 서늘하게 한다. 자신만의 당위성에 갇힌채 오로지 자신만이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정도를 넘어선 피해의식은 결국 자신까지도 망쳐버린다. 릴리와 미란다의 모습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게 된다. 자가당착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삶을 그 안에서 보게 된다.  그녀는 정말 완벽했다. 아니 그럴 줄 알았다. 어쩌면 은연중에 나는 릴리의 당위성을 옹호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상처입기 싫어하는 마음이야 모든 사람이 다 같을테니까. 따지고보면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외로움이다. 조금의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릴리가 한순간 가슴이 아팠던 이유, 그것은 외로움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할 때 구멍난 것처럼 가슴속에 서늘한 바람 한점이 불어왔다. 내가 아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외로움.  눈길을 따라가던 마음속에 쿵,하고 뭔가 내려앉은 느낌이 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외로움! 그 외로움이 우리를 이토록이나 처절하게 막다른 골목으로 내치고 있었구나! 

 

책장을 덮으면서도 가슴속의 서늘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아직 채색되어지지 않은 하얀 책표지를 쓸어내렸다. 마음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의 현재가 서글펐다. 릴리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모두 우리 자신이었다고 인정해야만 한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세상을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이 전하고 싶어한 메세지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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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구멍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 클래식 3
반성희 그림, 이민숙 글 / 책고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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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 ...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이 가지고 있었다던 계영배에 새겨진 문구다. 잔에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돈... 중요하다. 昨今에 있어서는 더더욱이나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도 하다. 어디 옛날에만 있었던 일일까? 지금도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이가 많다. 아흔아홉 섬을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 그렇다. 돈이라면 정신을 못차리고 남의 아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현씨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런데  <동전구멍>이 옛날부터 내려오던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 중기에 이름없는 작가가 쓴 우리 고전이라는 말이 보인다. 아마도 끝없는 양반의 욕심을 풍자했던 어떤 이의 한풀이가 아니었을까?

 

탐욕스러운 역관이 있었다. 역관이라 함은 일종의 통역사로 사신을 따라 국경을 넘나들던 사람이다. 외국의 문물을 들여와 국내에서 팔아 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니 조선시대의 역관이라 함은 그다지 빈곤한 백성은 아니었을 터다. 그럼에도 끝없는 그의 욕심은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힘들게 했고 그로 인해 그를 향한 마을사람들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청나라에 갔던 현씨는 도술을 부리는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도인이 얼마나 신통한지 꽃잎을 날려 부채를 휘두르니 꽃잎이 모두 동전으로 변해 떨어지고, 작은 동전이 수레바퀴만큼 커지기도 한다. 그러더니 다시 바람을 일으켜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새끼줄처럼 엮어 수레바퀴처럼 커진 동전 구멍속으로 들어가 버리게 한다. 그것을 바라보던 욕심쟁이 현씨는 당연히 그 동전 구멍 안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되고... 그 이후의 일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사례다.

 

동전 구멍안으로 들어간 현씨는 결국 자신의 욕심때문에 동전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린다. 구멍을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작아지는 구멍에 끼어 버렸음에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나중에야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비는 현씨의 모습을 우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그리하여 착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改過遷善!  인생의 지혜는 경험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다. 당해야만 그 뜨거운 맛을 아는 것도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굳이 전래동화를 들먹이지 않아도 고전속에는 그런 어리석음을 경계하라는 교훈적인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욕심이다.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때문에, 비우지 못하는 자신의 욕심때문에 힘겨움이라는 짐을 어깨위에 늘 올려둔 채로 산다. 그저 옛날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켕기는 뒷맛이 씁쓸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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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 철학하는 아이 6
하마다 히로스케 지음, 시마다 시호 그림, 고향옥 옮김, 엄혜숙 해설 / 이마주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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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다 히로스케... 동양의 안데르센이라는 말때문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춥다는 북해도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났고, 추운 날씨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친화적인 아이로 자라났다고 합니다. 그런 성장과정이 그를 최고의 동화작가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현재까지도 저자의 작품은 '히로스케 동화'라는 애칭으로 일본의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말이 보입니다. 찾아보니 '일본의 고대 설화집' 을 비롯해 '찌르레기의 꿈(むくどりのゆめ)', '소망 하나(つのねがい)', '용의 눈물()', '울어 버린 빨강 도깨비(いたおに)' 등의 동화를 다수 펴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동화를 엄청 좋아하는지라 여간 기대가 되는게 아닙니다.

 

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 제목만 보더라도 무슨 이야기일까 짐작이 갑니다. 누구나의 가슴속에 품고 있을 하나의 꿈. 그런 꿈 하나가 있어 각박한 현실을 버티며 살아내는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느 마을의 끝자락,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골목 모퉁이에 가로등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땅에 단단히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늘 불안한 가로등은 매일 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바람이라도 몰아치면 모든 게 다 끝나겠지...' 늙어 쓰러지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거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곤 했던 그 가로등에게는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소원 하나가 있었습니다. 내가 쓰러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누군가 별처럼 밝은 놈이군, 그렇게 말해 주었으면.... 하는. 

 

계절이 바뀌고 이제 가로등은 자신의 모습이 쓸쓸하고 초라해 보이기까지 할거라고 서글퍼합니다. 어느 해 질 녘, 날아가는 풍뎅이에게 가로등은 물었습니다. 내 불빛이 별처럼 빛나느냐고. 이상한 가로등이라고 생각한 풍뎅이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하얀 나방에게 물었습니다. "나방아, 혹시 저 별처럼 내 불빛이 빛나 보이지 않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거지? 쏘아붙인 하얀 나방의 말에 가로등은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했지요. 별처럼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조용히 빛나고 있으면 되는거잖아. 그게 내 할 일이잖아. 내 역할은 그걸로 충분해... 슬프고 쓸쓸했지만 가로등은 힘을 내기로 합니다. 곧 폭풍우가 올지도 모르겠다고 가로등은 생각했습니다. 이제 완전히 어두워지고 주위는 깜깜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때, 골목 어귀에서 발소리가 났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이었지만 밝은 표정을 한 아버지와 아들이었습니다. 남자 아이가 가로등 옆을 지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아, 가로등이 저 별보다 밝은 것 같아요." .....

 

남자아이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내 가슴에 설레임이 일었던 것일까요? 나도 모르게 마음으로 만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가로등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가로등에게는 마지막 밤이었답니다. 몇 번을 반복해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겼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예쁠수가 있는지...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의 이야기였던 거죠. 우리는 저마다의 불빛이 다른 불빛보다 더 밝게 빛나길 원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득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이유가 있기에 그자리에 있는 거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묵묵히 제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많습니다. 누군가 봐주지 않아도, 나를 봐달라고 소리내지 않고도... 그럼에도 어느 순간 다른 모든 것보다 더 밝게 빛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저마다 제 빛을 내며 밝게 빛나고 있는데 스스로가 그것을 믿지 못하고 인정하려 들지 않는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바라보며, 모든 소리를 들으며 살아갈 수는 없는게 우리의 삶이겠지요. 한편의 동화가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네요. 혹시 나도 별이 되고 싶어하는 가로등은 아닐런지 돌아보게 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하마다 히로스케의 동화집을 한번 읽어볼 요량입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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