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부적
이재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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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증산도가 뭔지 궁금했다. 말은 많이 들었으나 귀에 익었을 뿐, 그저 종교의 한 지류이려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조선말 시끄러운 세상속에서 전라도 고부 지방을 중심으로 강일순이란 사람이 일으킨 종교라고 나온다. '증산'은 그의 호로 증산교라는 말은 아마도 거기서 비롯된 모양이다. 그런데 동학과 함께 한국의 민중종교라는 말이 보인다. 동학이란 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봉준을 떠올리게 한다. 예로부터 세상이 시끄러우면 사람들은 불안함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린다. 그런 틈새를 이용하여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관음사상과 미륵사상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점들이 증산도나 천도교를 만들어냈다. 결국 현실의 힘겨움을 어떻게든 이겨내거나 거기로부터 벗어나길 바라는 기원인 것이다. "이제 온 천하가 큰 병이 들었다."고 선언하고, 새로운 삶의 길을 제시했다는 그의 말은 昨今의 세상속에서도 큰 울림이 될 듯 하다. 亂이 그칠 새 없어 천하를 원한으로 가득 채웠으니 인간세상이 멸망당하게 되었다는 말도 昨今의 우리에게는 그리 먼 느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증산도는 천도교 사상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는데, 최제우에 의해 생겨난 천도교는 인내천 사상을 중심으로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다만 거기에 이르는 방식만이 다를뿐이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크게 퍼져나갔던 동학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동학혁명운동부터 개화운동이나 독립운동, 신문화운동등의 중심이 되기도 했으니 믿음의 힘이라는 게 얼마나 큰지를 미루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증산 강일순의 일생을 다루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덮고나니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 책을 쓴 것일까? 이토록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개벽을 외치며 누군가가 나타나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까?

 

이 놈의 세상, 한번 확 뒤집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말, 이런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지 않았을까?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정말 있을까? 어쩌면 그렇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昨今의 현실을 아파하듯이 이전에도 그랬다. 그러니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우리의 꿈은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처럼 그렇게 이상한 현상을 겪지 않고도 인간의 욕망을 잠재우지 않는 한 현실은 항상 고달플 수 밖에 없으니 날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일전에 어떤 프로에서 <정감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선시대에 민간에 널리 유포되었다던 예언서... 사람들이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한 그런 것에 대한 믿음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흔히들 말하지. 지옥이 따로 없다고. 사는 곳이 지옥이라고. 사상이 바뀌면 신천지가 열린다는 책표지의 말에 시선이 간다. 어떤 생각,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 이 사회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昨今의 모습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만든 모습이기에.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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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은 왜 서울인가 서울 택리지 2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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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왜 서울인가... 묻고 싶다, 나도. 서울은 왜 서울일까? 그것도 그냥 서울시가 아니고 특별시란다. 서울... 지금 나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맞벌이를 하면서 돈이 모아지면 서울을 탈출하자던 꿈을 꾸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꿈은 진행형이다. 좀 더 도시로부터 멀어지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서울,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살고 싶은 곳도 아니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이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뿐이니까.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도대체 서울이란 도시의 특징은 뭘까? 흔히 말하는 그 정체성이 궁금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솔직히 서울이란 도시를 생각하면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 감히 내가 말해본다면 서울은 퀼팅도시다. 이것 저것 다 갖다 붙여서 누벼놓은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도시. 자기만의 색깔도 없고 자기만의 특성도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선은 모두 서울을 향해 있다. 나를 필요로 하기보다는 내가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그곳에 뭉쳐있는 까닭이다. 아니 그곳에 모두 모아놓은 까닭이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이 책을 보면서 내내 궁금했었던 것들에 대한 해답을 어느정도는 찾게 된다. 서울시가 우남시로 될 뻔 했었다는 기막힌 사연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왔다. 서울이 특별시가 된 이유도 그렇게 특별한 이유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울이 품고 있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서울이 요새화된 도시라는 건 알고 있는지? 물론 휴전중인 나라라는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이 무엇을 지향하며 발전해나가야 하는가를 알게 된다. 정말 책속의 말처럼 그렇게만 된다면 서울은 정말 살만한 도시가 될 수 있을까?

 

목차를 먼저 훑어보았다. 7개의 소제목을 살펴보면서 까닭모를 부끄러움이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서울 역시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중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 일제의 흔적을 아직까지도 지우지 못한 채 그 시대의 지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 훼철과 복원의 역사를 거치며 우리가 어떤 시행착오를 범했는지, 옛 선조들이 왜 그토록이나 서울을 사수하려고 했는지, 아울러 서울의 정체정에 대한 이야기와 그 옛날의 한성판윤과 지금의 서울시장에 대한 비교,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린 서울이란 도시의 미래에 대해.... 연식은 이천 년이나 마일리지는 육십 년이란 말속에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묻어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서울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보여주고 있는 사진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불러오기도 했다.

 

우리 문화에 관심을 두다보니 답사를 많이 다니게 된다. 그 중에서도 자주 가는 곳이 서울에 있는 궁궐이다. 5대궁궐이라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왜 경운궁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경희궁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바가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이 경복궁의 동십자각이다. 왠만하면 경복궁의 담장과 연이어 줄만도 한데 여전히 외롭게 홀로서서 지척에 있는 경복궁을 그리워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게라도 우리 곁에 남아 있어주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 한양도성으로 이름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서울 성곽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우리 문화재의 슬픔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한양도성이 옛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욕심을 버릴수가 없다. 서울의 변천과정을 사진을 통해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서울이란 도시를 여러 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 내게는 더없이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시한번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어볼 요량이다. 책표지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서울의 미래는 밝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서울이란 도시의 밝은 미래는 없어보인다. 서울을 떠나서는 대한민국을 논할 수 없다고 한다. 뭔가 새로운 변화가 찾아와 주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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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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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탈러 형사 시리즈... 형사? 그렇다면 추리물이겠군. 추리라는 장르는 잘 만나면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어 꽤나 괜찮은 느낌이 남게 된다. 그러나 그렇고 그런 추리물이라면 열이면 열 모두가 낚였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까닭인지 추리소설의 마니아가 아닌 나로써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1941년 10월 19일로 시작되어지는 이 소설의 첫장을 넘기면서도 내내 심드렁했던 나의 반응이라니.... 거기다가 배경이 독일? 시대적으로나 배경적으로 보았을 때 나치와 유대인의 어떤 기억을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는 섣부른 짐작을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나타난 악보, 더구나 60년 만에 공개된 세계적 작곡가의 친필 악보가 하나의 동기로 부여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소설의 문체는 그다지 튀지 않는다. 극과 극을 달리는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서서히 빨려들고 있는 나의 시선을 자각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60여년 만에 아들에게 전달된 오래된 서류봉투속의 악보. 시대적인 시각으로 그것을 들여다보던 많은 사람들의 속된 욕망은 그 악보로 인해 꿈틀대기 시작하고, 결국 그 악보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악행들이 저질러지고 말았다. 아우슈비츠에서 비참한 삶을 마감해야 했던 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아들에게 남겨놓은 유품속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담겨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감춰진 비밀 따위에 관심을 갖는 현대인들은 없었다. 단지 그것으로 인해 생겨날 이익만을 쫓았을 뿐이다. 그 유품을 빼앗기 위해 벌어진 연쇄살인은 단순히 눈으로 보여지는 사건만으로 끝나서는 안되는 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중반부까지 그 단순함만을 쫓아가고 있다. 그것도 아주 치밀한 긴장감으로.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라는 나치와 유대인의 상관관계를 얼만큼이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도 세상을 향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독일이란 나라를 보면서, 그 반성과 사죄로 유대인들의 아픔이 얼만큼이나 치유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단언컨데 우리에게 사죄는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일본보다는 낫다!) 이 소설의 흐름을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시킬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끝내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만약 이 소설속의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두고 그에 맞춰 말로는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한 사람이 있었으며 그것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보아왔던 포로가 있었다면, 그리하여 그 참상을 낱낱히 기록하여 자신의 아들에게 남겨두었다면,..... 미루어 짐작하건데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사는 곳을 바꾸고, 끝내는 자신의 과거가 밝혀질 어떤 기록이 자신앞에 나타난다면 그 역시 이 소설속의 인물처럼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촘촘한 글의 짜임새만큼이나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긴장감을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책장을 덮고 나니 갑짜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도 이 책속의 소리없는 외침처럼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싶어서. 한여름밤의 비밀은 그렇게 풀렸지만 우리에게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채 떠도는 비밀이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할때가 있다. 이 나라는,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영원히 투명해질 수 없는 나라일거라고. 때로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풀리는 문제도 많다. 덮어두면 언젠가는 썩게 된다. 부패된 것들은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어떻게 된일인지 우리는 그 냄새마저도 모른 척 참아내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아픈 현실이 아닐까 싶다. 스릴러 문학의 새로운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말이 보인다. 얀 제거스라는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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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좋아 - 그래 그래 스님의 행복을 부르는 메시지
승한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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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이 책에 그다지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자기계발서, 거기다 스님의 말씀이라면 더 이상은 어떻게도 할 수 없을만큼 좋은 책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내심 글보다는 그림이 많기를 바랬었는데 내가 원하던 그림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수많은 글보다 한장의 그림이 주는 의미가 상당한 깊이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책날개를 살펴보니 이 책이 어둡고 힘들었던 승한 스님에게 용기와 힘을 준 '말'에 대한 이야기라고 써 있다. 사실 이 책에 눈길이 갔던 것도 '무심코 던진 말, 가볍게 뱉은 말로 인해 때론 인생이 바뀌고 우주가 변한다는 말' 때문이었다. 내 입속에서 너무 쉽게 나왔을 수많은 말을 생각한다.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런 마음을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自燈明法燈明' 이란 말이 있다. 석가가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가르침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등불삼아 의지하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 의지하라는 말이다. 석가는 결코 자신을 등불로 삼으란 말을 하지 않았다. 석가가 그랬듯이 수행은 자기 자신의 몫이며, 그것으로 인해 얻을 모든 것도 자기 자신의 몫이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되어진다는 말이 진리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원수'는 무엇이고, 가장 큰 '은혜'는 무엇일까?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생각'이다. 생각에 따라 원수도 되고 은혜도 되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인식의 전환이라는 말이다. 이미 이룬 것, 이미 가진 것을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많다는 말도 보이고, 그렇게 된다면 남을 탓할 일도 없어질 거라는 말도 보인다. 결국 생각의 차이라는 말일터다.

 

'나'를 의미하는 한자 '我'자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다. 파자를 하면 '手'와 '戈'로 나뉘어지는데 손에 창을 들고 있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된다. 손에 창을 들고 있다는 것은 적으로부터 나를 방어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상대방을 공격한다는 의미도 담겨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나'란 놈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사람들은 대개 없는 쪽이나 부족한 쪽에 눈길을 주고 징징거리며 산다는 말에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사람 얼마나 될까? 있거나 넘치는 것 쪽에 눈길을 주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말에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살펴보면 내 주변에 감사할 일이 참 많았는데도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묻게 된다.

 

누군가 그랬었지. 올 해는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하며 살아갈거라고. 비워내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이 책속의 말처럼 그렇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그래 그래, 맞아 맞아, 옳아 옳아, 믿어 믿어, 힘내 힘내, 웃어 웃어, 알아 알아, 그럼 그럼.... 머리속에 저런 말을 하며 웃는 그림이 그려진다. 괜찮아 잘 될거야, 라는 노래 가사도 있듯이 우리에게는 긍정의 말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창을 들고 서 있는 '나'를 앞세우기 보다 그 창끝이 향한 '너'를 먼저 배려하여 '우리'로 거듭나는 삶의 풍조가 생겨나야 할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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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 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
심은희 지음 / 리스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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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 이제 그만 봐야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눈이 간다. 더구나 저렇게 멋진 사진을 앞세우고 달려오면 도저히 피할 길이 없다. 요즈음 나도 모르는 새 빠져든 프로그램이 있다. 겨울왕국 아이슬랜드를 보여주는 여행프로인데 가는 곳마다 장관을 이루는 그 나라의 풍경이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가 직접 간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뛰며 좋아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바로 저게 여행의 맛이지, 한다. 사람은 자연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지만 자연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솔직해진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삶의 쳇바퀴에서 잠시 내려서는 게 어쩌면 여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 어쩌면 여행을 핑게삼아 자신과 마주설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

 

책표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강가를 나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그러다가 한줄기 바람이라도 불면 제목처럼 그렇게 내 마음도 일렁일 것만 같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사진보다 글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역사를 주제로 떠난 여행은 아니었을텐데 아일랜드의 땅을 밟으며 내 나라의 역사를 오버랩시킬 수 있는 여행자의 마음이 알 수 없는 느낌을 전해준다. 아일랜드... 지금의 남한보다 더 작다는 섬나라, 800년동안이나 영국의 식민지였다던 나라, 우리처럼 하나이면서도 둘로 나뉘어 살고 있는 나라, 그러나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했다는 나라다. 유럽의 최빈국에서 10년만에 선진국으로 도약을 하게 만든 '리피강의 기적'을 두고 우리가 만들어낸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하지만 이 책을 벗삼아 여행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민족성에 놀라게 된다. 여러모로 우리와 닮았다는 아일랜드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한국을 동양의 아일랜드라고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민족의 자부심과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말을 보면서 과연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다시한번 돌아보게 된다. 일본이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나라이듯이 그들에게도 영국은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말이 왠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주식인 감자가 병듦으로 인해 7년동안 지속되었다던 대기근의 참혹한 역사로 10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구가 굶주림으로 죽어갔고, 끝내는 배고픔을 견딜 수 없어 다른 나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다는 그들의 슬픈 역사. 그러나 그들은 그런 슬픔의 역사까지도 부여안았다. 그런 슬픔과 고통의 역사마저도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 아픔의 현장속에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타닉호의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는 데 나는 몰랐다. 그랬었구나....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보존하여 널리 보급했기에 그들이 유럽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는 말이 과장된 것 같지는 않다. 세계 문학사에 빛나는 문호들을 엄청나게 배출했다니 말이다. 버나드 쇼, 예이츠, 사뮤엘 베게트, 조나단 스위프트, 오스카 와일드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인들의 이름이 보인다. 책속에서 언급된 예이츠의 詩, '이니스프리 호수 섬' 을 다시한번 찾아보게 된다. '나 이제 일어나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그 곳에 흙과 욋가지 엮어 작은 오두막집 하나 짓고, 아홉이랑 콩밭 갈고 꿀벌 치면서, 꿀벌소리 요란한 골짜기에 홀로 살리라....' 학창시절 이 詩를 읽으며 얼마나 가슴을 설레였던가! 더구나 우리가 너무도 쉽게 인용하는 묘비명의 주인공도 아일랜드의 극작가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라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생각하면서 더 이상 우물쭈물하며 살지 않기 위해 떠나왔다는 여행자의 말이 작은 울림을 전해준다.

 

멋진 여행이었다. 아울러 우리의 역사를 함께 더듬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한국을 동양의 아일랜드라고 부르기엔 아직 과하지 않나 싶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혹독한 고난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지금의 우리보다 그들의 삶이 모든 면에서 윤택해보인다. 무엇이 저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문학과 예술과 낭만이 살아 숨쉰다는 아일랜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자연이 함께 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된 아일랜드에 나도 가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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