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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 바람이 불었다 내 마음에 파도가 일었다
심은희 지음 / 리스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여행서... 이제 그만 봐야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눈이 간다. 더구나 저렇게 멋진
사진을 앞세우고 달려오면 도저히 피할 길이 없다. 요즈음 나도 모르는 새 빠져든 프로그램이 있다. 겨울왕국 아이슬랜드를 보여주는 여행프로인데
가는 곳마다 장관을 이루는 그 나라의 풍경이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가 직접 간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뛰며 좋아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바로 저게
여행의 맛이지, 한다. 사람은 자연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지만 자연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솔직해진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삶의 쳇바퀴에서 잠시 내려서는 게 어쩌면 여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 어쩌면 여행을 핑게삼아 자신과 마주설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
책표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 강가를 나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그러다가 한줄기 바람이라도 불면 제목처럼 그렇게 내 마음도 일렁일
것만 같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사진보다 글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역사를 주제로 떠난 여행은 아니었을텐데 아일랜드의 땅을 밟으며 내 나라의
역사를 오버랩시킬 수 있는 여행자의 마음이 알 수 없는 느낌을 전해준다. 아일랜드... 지금의 남한보다 더 작다는 섬나라, 800년동안이나 영국의 식민지였다던 나라, 우리처럼 하나이면서도 둘로 나뉘어 살고 있는 나라, 그러나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했다는 나라다. 유럽의 최빈국에서 10년만에 선진국으로 도약을 하게 만든
'리피강의
기적'을 두고 우리가 만들어낸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하지만 이 책을 벗삼아 여행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민족성에 놀라게 된다. 여러모로 우리와 닮았다는 아일랜드의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한국을 동양의 아일랜드라고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수많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민족의 자부심과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말을 보면서 과연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다시한번 돌아보게 된다. 일본이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나라이듯이 그들에게도 영국은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말이 왠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주식인 감자가 병듦으로 인해 7년동안 지속되었다던 대기근의 참혹한 역사로 10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구가 굶주림으로 죽어갔고, 끝내는
배고픔을 견딜 수 없어 다른 나라로 떠나는 배에 몸을 실었다는 그들의 슬픈 역사. 그러나 그들은 그런 슬픔의 역사까지도 부여안았다. 그런 슬픔과
고통의 역사마저도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 아픔의 현장속에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이타닉호의 이야기가
숨어있었다는 데 나는 몰랐다. 그랬었구나....
사람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보존하여 널리 보급했기에
그들이 유럽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는 말이 과장된 것 같지는 않다. 세계 문학사에 빛나는 문호들을 엄청나게 배출했다니 말이다. 버나드 쇼,
예이츠, 사뮤엘 베게트, 조나단 스위프트, 오스카 와일드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인들의 이름이 보인다. 책속에서 언급된 예이츠의 詩, '이니스프리 호수 섬' 을 다시한번 찾아보게 된다. '나 이제
일어나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그 곳에 흙과 욋가지 엮어 작은 오두막집 하나 짓고, 아홉이랑
콩밭 갈고 꿀벌 치면서, 꿀벌소리 요란한 골짜기에 홀로 살리라....' 학창시절
이 詩를 읽으며 얼마나 가슴을 설레였던가! 더구나 우리가 너무도 쉽게 인용하는 묘비명의 주인공도 아일랜드의 극작가라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라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생각하면서 더 이상 우물쭈물하며 살지 않기
위해 떠나왔다는 여행자의 말이 작은 울림을 전해준다.
멋진 여행이었다. 아울러 우리의 역사를 함께 더듬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한국을 동양의 아일랜드라고 부르기엔 아직 과하지 않나 싶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혹독한 고난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지금의 우리보다 그들의
삶이 모든 면에서 윤택해보인다. 무엇이 저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문학과 예술과 낭만이 살아 숨쉰다는 아일랜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자연이
함께 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된 아일랜드에 나도 가고 싶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