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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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목요일마다 온다. 그날이 나의 날이다. 난 써스데이다. 라고 시작되어지는 이 책의 제목은 아내들,이다. 아내, 들? 이라고? 주인공이 써스데이라고하니 일단 상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월요일부터 시작하여 일곱명의 아내가 있다는 말일까? 그런데 친절한 우리의 주인공께서 답을 알려주신다. 내 남편에게는 두 명의 아내가 더 있다고. 써스데이, 그녀의 말을 빌려보자면 자신을 만나기전에 이미 남편은 아내가 있었으며 자신을 만난 후 이혼을 하고 두번째 아내가 되었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세번째 아내가 있는걸까? 답은 간단했다. 남편이 아이를 원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아내였던 레지나는 아이보다 일을 중요시 여겨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했다. 그로인해 두번째 아내가 되었으며, 써스데이 역시 아이를 유산했던 까닭에 남편에게는 세번째 아내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무슨? 그럼에도 첫번째와 두번째 아내들은 그것을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이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거야? 그 질문에도 또 기가막힌 답이 따라온다. 남편은 일부다처제를 원하고 있다. 자신도 역시 그렇게 자랐다면서. 남편은 유타주 출신이다. 사족을 붙이자면 유타주의 첫 영구적 백인 정착인들이 일부다처제로 논란을 일으킨 몰몬교도들이었다고 한다.


써스데이는 다른 아내들을 만난 적이 없다. 남편의 아내들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말 것. 그것은 불문율이다. 그 때문에 아내들은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합의하에 이뤄진 상황이다보니 써스데이는 일주일에 단 하루만 남편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런 합의를 할 수 있었다고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써쓰데이에게 불만은 없었다. 남편의 양복주머니에서 어떤 청구서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해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에게 발행되었던 청구서를 보고 써스데이는 생각한다. 남편의 세번째 아내일 것이라고. 그리고 알고 싶어졌다. 남편의 또다른 아내들에 대해.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을 이용해 그녀들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 ( 이 장면에서 왠지 섬뜩했다. 현대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혹은 보란듯이 사용하는 인터넷이 우리에게 어떻게 반격하고 있는가를 기가 막히게 보여주고 있어서. 보안이나 위법성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 자신의 정보가 누군가에게 새어나가고 있을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다. 거짓된 정보로 접근을 하고 거짓된 정보만을 가지고 만남을 추진한다.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할 존재는 바로 자신인데도.) 그리고 써스데이는 그녀들을 만나러 간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희안한 느낌을 받게 된다. 어느샌가 써스데이에게 스며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왠지 그녀를 말리고 싶어진다.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이 책은 씨줄과 날줄이 교묘하게 얽혀 있어 초반에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스릴감이 있다. 이제 실마리를 잡았구나 싶었을 때 마지막 반전으로 허를 찌른다. 여자들의 욕망은 어디까지일까? 여자들의 사랑은 얼만큼의 깊이를 갖고 있을까? 경악할만한 결말마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설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빠져들고 말았다. 해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저자는 지금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말도 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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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어나려 흔들리는 당신에게 - 해낼 수 없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중년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양소울 옮김 / 멀리깊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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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는 알프레드 아들러 철학 전공자로, <미움받을 용기>를 쓴 저자이기도 하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은 상당한 이슈를 불러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사람은 누구일까? 1895년에 비엔나대학교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898년에 안과 의사로 개업, 안과의사로 일하면서 눈이 나쁜 사람일수록 탐욕스러운 독서가가 되기를 원한다는 놀라운 사실에 주목했고, 모든 인간의 발전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자신의 열등성을 극복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발견한 후 일반 내과에서 신경학과 정신의학으로 전환하였다. 아들러는 정신분석 운동을 일으킨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심리치료 및 성격 이론에서 개인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파를 창설한 최초의 인물로도 평가되고 있다. 아들러는 다양한 양식의 정신병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적 관심과 민주적 가족구조에서의 자녀양육을 강조하였다. 그의 개념 중 가장 중요한 열등감 콤플렉스는 자긍심의 문제와 인간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아들러는 출생순서에 따른 각 인물이 지니는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서도 논하면서 맏이와 둘째, 막내나 외동 등의 특성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도 하였다.(글참조:네이버지식백과)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고 한다.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나는 열다섯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다. 마흔 살이 되어서는 미혹되지 않았고 오십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다. 예순 살이 되자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없었고 일흔 살이 되니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상당히 이론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중년의 불안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중년이라 함은 보통 40~50대 안팎의 나이로 사전적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실제적인 중년의 나이는 50세~ 64세를 말한다고 한다. 실제적인 중년의 나이인 나는 불안한가? 불안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오래 살아야 하는 이 현실이 불안하고, 오래사는 동안 건강이 나빠져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될까 불안하고, 돈없는 삶으로 인하여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노년을 보내게 될까봐 불안하다. 그렇다고하여 현재의 내가 그 불안함으로 인하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해볼 때 나는 철저한 개인주의자다. 이기주의가 아니라 개인주의다. 남의 잣대에 나를 맞추려 눈치보지 않고 <미움받을 용기>라는 말이 나오기 이전부터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편이었다. 타인의 삶에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내 삶을 내 맘대로 살겠다는 데 남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한다면 그것은 영역침범이다. 남에게 잘하라고 말할 필요없이 나나 잘하면 그만이라는 간단한 논리다.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고 그 사람에게는 그사람의 삶이 있는 까닭이다. 나이가 들면서 크게 깨달았던 것중의 하나가 내가 생각하는만큼 남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 역시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 것이. 타인의 말과 행동이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과 내 말과 행동 역시 그들의 삶에 크게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 남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감사할 일을 찾기 시작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짐을 느끼게 되었고 가족에게도 불필요한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되니 어지간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이런 삶이 나를 버티게 해 주는 듯 하다. 이 책속에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속에 이런 말이 있다. 걱정이 걱정을 불러온다고. 우리가 하는 걱정중 열의 아홉은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걱정이라고. 그러니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불안해하는 중년의 마음에 대한 위로라고나 할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생에는 해야 할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밖에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257쪽에서 아들러의 말을 인용한 것도 보인다. 인간은 똑같은 사건이나 경험을 해도 동일하게 영향을 받고 획일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옛말에 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말이다. 앞에 아들러의 말처럼 인간은 똑같은 사건이나 경험을 해도 동일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그러니 누군가의 위로를 찾기보다는 스스로가 이겨낼 수 있는 맷집을 키우는 게 훨씬 더 맞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신의 삶은 자신만이 이겨낼 수 있는 오로지 자신의 몫일 뿐이다. 내 인생에 타인이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게 하라, 는 책속의 말이 시선을 끄는 이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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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없는 2주일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0
플로리안 부셴도르프 지음, 박성원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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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동안 '핸드폰 없이 살기'를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지만 과감하게 2주일 동안 '핸드폰 없이 살기'를 학생들에게 제안한 선생님이 있었다. 그 의견에 동참한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아이들의 반응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제비뽑기를 통해 반은 핸드폰 없이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아이들이 핸드폰 없는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다. 핸드폰이 있는 사람과 핸드폰이 없는 사람의 차이를 통해 핸드폰이란 첨단기계에게 우리가 빼앗기는 일상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핸드폰에 의존하는 삶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하지만 핸드폰이 마냥 나쁜 것만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좋은 의도로, 좋은 일을 만들어낼 때 첨단기계가 주는 기쁨과 긍정적인 면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중학교에서 독일어와 음악을 가르쳤으며, 현재 베를린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과 연구 책임자로 근무중이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쓴 소설이라 학교 수업 활용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독일의 각급 학교에서 필독서로 읽히고 있는 스테디셀러라는 말도 보인다. 얇은 책에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의 문화를 살펴보면 레트로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나 물건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듯 하다. retro풍이라는 것은 과거의 체제나 전통 따위에 향수를 느껴서 그것을 따르려는 복고주의를 말함이다. 그런데 그렇게나 좋다는 최첨단시대에 우리는 왜 복고풍에 열광하는 것일까? 느껴보지 못한 문화이기 때문에?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와도 속내를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의 외로움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서로 만나 얼굴보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거기에 투영된 것은 아닐까? 마음없는 형식적인 대화가 너무 많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인의 잣대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는 가면속의 내가 숨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을 누가 강요한 적은 없다. 그러니 지금의 현실과는 다르게 조금이나마 사람냄새나는 retro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더 좋아하고, 디지털보다는 아나로그를 더 좋아하는 까닭에 개인적으로는 핸드폰과 같은 첨단기계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잠시라도 핸드폰과 떨어져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거나 하는 것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불안하기보다는 불편하다는 게 맞는 말일 듯 싶다. 시계 기능이나 사전기능, 음악을 듣는 기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카톡기능도 많은 사진을 여러사람에게 한번에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을 뿐 카톡으로 수다를 떠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출시에는 와이파이가 꺼져 있는 까닭에 문자전송이나 전화통화만 가능하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짜증섞인 목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왜 카톡을 보지 않는거냐고. 그러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다음부터 연락이 필요할 때는 전화나 문자로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민폐 아니냐고? 카톡에 글 남기는거나 문자로 그냥 전송하는 거나 도대체 뭐가 다른거지? 핸드폰도 그렇고 navigation도 그렇고 최첨단 기계들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는 것처럼. 물론 필요할 때 좋은 의도로 사용한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을테지만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면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런 책에서 주는 메세지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 거짓된 세계에서 숨막힐 듯 불안하게 살고자 한다면 지금처럼 그냥 살면 되는 것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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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 조선의 586 - 그들은 나라를 어떻게 바꿨나?
유성운 지음 / 이다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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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586세대라는 말은 단순히 1960년대생이 아니라 80년대 대학을 다니고 운동권에 몸담았던 경우만을 지칭했던 말이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세대차이를 말하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생을 모두 포함하는 말로 변해버렸다. 그들의 자녀들이 지금의 2030세대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아픔은 있다. 등에 빨대를 두개 꽂힌채 살아가는 세대라는 말과 함께 끼인세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여러가지로 시대의 혜택을 받기도 했겠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에 끼인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세대로도 그려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현재 정치권을 쥐고 흔드는 586세대를 향해 일갈하고 있다. 하긴 60년대 초에 태어난 나조차도 현재 정치권의 기득권자들이 물러나 줬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저자의 말처럼 586의 나라가 되었다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은 불안하고 막연하기까지 하다. 마치 지금을 위해 그때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것처럼, 무슨 보상심리에 싸여 눈에 뵈는 것없이 행동하는 저들의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저들의 모습속에서 조선시대 사림의 모습이 보인다는 건 오로지 저자만의 생각뿐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들이 무엇을 믿고 저리도 방자한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40대가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고. 책을 읽으면서 조선의 사림들과 현재의 정치인들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하는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백퍼센트 공감했다. 누군가가 나서서 이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게다. 그들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40대에게 간곡하게, 그야말로 진심을 다해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읽혀져 책을 읽는 내내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586을 조선사림의 귀환이라고 말하겠는가.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을 '후조선'이라고까지 말하겠는가. '실력보다 계보를 따지고, 집권자에게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윽박지르고, 산 자가 아니라 죽은 자의 무덤을 찾아 ‘계승’을 맹세하고, 중화주의에 쩔쩔매는 조선의 잔재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조선의 장례를 치르지 않고는 민주공화정으로서의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는 이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배웠던 조선 사림의 뒷면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유성운이란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를 전공했다고 나온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정치부-사회부를 거쳤다. 기자생활 15년의 절반을 정치부에서만 보냈다는 걸 보면 그가 느꼈을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가 어땠을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시선과 그런 안타까움이 모여 이런 책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고려 권문세족들의 부패를 비판하며 자신들을 차별화했지만, 조선을 성리학 세계로 바꿔놓은 뒤에는 자신들만의 특권과 이권을 챙기는 데 몰두했다. 중화주의에 빠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는 눈과 귀를 닫은 채, 상업을 죄악시하며 나라 전체를 가난하게 만들고, 무인을 천시해 국방을 약화시키고, 신분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노비는 늘리고, 자신들의 특권을 대대로 보장해줄 ‘성스러운’ 족보 만들기에 골몰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치권은 어떤가? 조선 사림이 수양대군의 쿠데타였던 계유정난에 분노하고, 기묘사화라는 탄압을 통해 도덕적 명분을 획득하고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586은 박정희, 전두환의 쿠데타에 분노하고, 5.18과 19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명분을 얻고 정치 세력화에 성공했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HELL조선이라고 말한다. 노력해도 안되는 현실앞에서 좌절하고, 웬만한 것은 다 포기해야 하는 그들을 N포세대라고도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더니 거기에 내 집마련의 꿈까지 무너져버렸고, 이제는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말이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말이다. 그런데도 두 눈 크게 뜨고 LH사태를 바라봐야 했고, 허울좋은 주택정책으로 인해 작은 집마저 살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을 쳐야 했다. 그래놓고는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충고만 지껄여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긴 서글픈 단어가 노오~~~~~~력이란 말이다. 조선 초기 공신들의 부패와 탐욕을 성토했던 사림은 집권 후에 그에 못지않은 특권을 향유했고, 자신들의 불의와 영달에 대한 지적에는 "예전에도 그랬다"라고 변명했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다의 청문보고서 없는 임명 강행과 4대강보다 많은 가덕도신공항 예산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집권 이후 정의와 도덕을 독점한 것처럼 의기양양했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의 反面敎師 라는 옛말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지금의 집권세력을 비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 보여진다. 명분과 도덕을 앞세워 집권한 뒤 현실을 외면하고 실리는 챙기지 못하는 현 집권층에 대한 경고와 분노다. 국민들에게는 임대주택도 훌륭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화려한 스펙을 만들어주기 바쁜 그들이 조선의 무능한 양반 지배층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이가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 건국에 반대한 정몽주 등 재야 세력을 복권시키고 국가적 공인을 받기 위해 투쟁했던 사림은 정권을 잡은 뒤엔 자신들만 '정의로운 세력'이고 건국에 참여한 세력은 '불의한 세력'으로 끌어내렸다. 586은 대한민국 건국에 반대한 인사들을 '항일민족주의자'로 평가하고, 건국에 참여한 이들은 '친일친미반민족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는 말에 자신있게 아니라고 말 할 사람 몇이나 있을까? 뉴스를 통해 보여지는 저들의 모습이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만들어주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백성들이 문자를 알고 장사를 하여 돈을 많이 갖게 되면 다루기 힘들어진다는 오직 그 한가지 이유로 한글창제를 반대했으며 상업을 천한 것으로 매도했던 조선의 사대부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를 자신들만의 잔치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처연하다. 일전에 보았던 영화 <자산어보>에서 정약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섬에 들어와 만난 청년 창대에게 자신이 들었던 말을 고스란히 해 주던 모습.. "주자의 힘이 강하구나!" 그러면서 또 이런 말도 했었다. "나는 이 가슴에 서양학을 포함한 세상을 품었건만 이 나라는 이 한가슴조차 품지 못하는구나!" 상당히 강한 느낌을 전해주었던 말이다. 이런 책을 읽게 되면 우리가 배웠던 역사가 얼마나 편협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하다보면 열받는 정치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말이 길어졌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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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혁명 - 당당하고 품격 있게 나이 들고픈 어른들을 위한
김소형 지음 / 성안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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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진 요즘이다. 환갑의 나이면 아직 청춘이라는 말도 이제는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환갑잔치라는 말이 없어진 듯하여 하는 말이다. 누군가가 그랬었다. 지방으로 내려가니 예순이 넘은 나이인데도 청년회장을 해야했다고.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사람이 오래 산다는 건 축복일까, 재앙일까?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버릇처럼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었다. 사람도 물건처럼 유효기간이 있어서 적당한 때가 되면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 적당한 때라는 것이 70세정도라고. 그러면 그 말에 동의한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곤 했었는데... 아프지않고 오래 산다면 그건 축복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몸과 마음으로 늙어지는 게 아닌 까닭에 오래 산다는 걸 그다지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해도 일단은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는 찬성이다. 젊은이든 늙은이든 아프지 않고 사는 건 정말 축복일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운동에 빠진 사람도 많다. 운동뿐인가? 건강보조식품은 또 얼마나 먹어대는지.


나이들면서 우리의 몸은 말한다. 젊은 시절에 함부로 대한 것에 복수라도 하듯이. 60년 가까이 사용한 몸이니 이제 슬슬 고장날 때도 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럼에도 짜증난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마음은 여전히 20대인데도. 책을 읽으면서 지금도 오십견 후유증으로 고생중인 내 주변을 훑어보게 된다. 좋은 것만 찾아다니며 먹기보다는 평소에 즐겁고 편하게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육식보다는 채식, 흰밥보다는 잡곡밥으로. 한두정거장 정도는 기본적으로 걷는다. 건강보조식품에 그다지 관심도 없는데 운동조차 걷기만 하고 있으니 문제라면 문제일까? 갱년기증상의 하나라는 불면증으로 오랜 동안 고생을 하고 있지만 병원에서도 특별하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형식적인 말만 늘어놓는다. 그러니 스스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노력중이다. 혈압약도 그래서 먹기 시작했다. 혈압약을 먹으면 고지혈증약도 함께 먹게 된다. 당뇨는 아직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의사의 처방이라고는 하지만 속으로 불안한 게 사실이다. 이 나이에 이걸 이렇게 먹어도 되는건가 싶어서. 아마도 이 책은 이렇게 건강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모양이다. 나이들면서 찾아오는 대표급 병마들을 앞세우고 있는 걸 보면. 숨은 당뇨라는 인슐린 저항성, 만성 위장병인 식적, 뇌속의 시한폭탄이라는 미니 뇌졸증, 갱년기증후군, 혈탁, 폐 건조증, 혈액순환장애로부터 오는 냉기, 화병, 전신 비만보다 위험하다는 뱃살, 퇴행성 관절염을 방치하면 큰 병이 되는 건강 10적이라고 말한다. 뭐 그렇게 새로울 건 없어보이지만 새삼스럽긴 하다. 늘 우리 주변에서 들어왔던 까닭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이걸 먹으면 됩니다, 라고 말하는 건강보조식품도 엄청나게 많다. 저런 것들을 젊을 때부터 챙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가 말이다. 한두번 해 먹는다고 무슨 효과를 볼까 싶지만 그래도 안먹는 사람보다는 낫겠지 한다.


책속의 책으로 딸려 있는 <김소형 박사의 예방과 치유의 음식 황금비율 레시피 36>이라는 부록에서 건강청과 조제밥에 대해 알려준다. 이런 것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은 듯 하여 열거해 보겠다. 가정상비약 ‘생강청’, 당뇨에도 좋은 ‘호박조청’, 숨 면역력을 높이는 ‘무조청’, 기관지 특효약 ‘도라지청’, 맛있는 ‘아로니아청’, 활용도 만점 ‘매실청’, 환절기 보약 ‘인삼조청’, 천연 신경안정제 ‘대추청’, 새콤달콤 ‘오미자청’, 장에 좋은 수박 시럽 ‘서과당’ 등이 건강청이다. 또한 조제밥으로는 혈당 낮추는 ‘당뇨밥’, 미세 먼지 잡는 ‘방풍나물밥’, 역류성 식도염에 좋은 ‘식도염밥’, 가래, 기침에 좋은 ‘기침밥’, 식적 해소에 좋은 ‘위편한밥’, 혈압을 낮추는 ‘고혈압밥’, 냉기 잡는 ‘냉증약밥’, 피부 열 내리는 ‘아토피밥’, 굶지 않고 살 빼는 ‘다이어트밥’이 있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해먹었을 법한 것들로 보여진다. 과연 한의사다운 처방이다. 이런 걸 다 해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을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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