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리포트 - 탈코르셋부터 소수자 차별 금지까지, 기자 4인이 추적한 우리사회 변화의 현장들
김아영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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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좀 볼까하여 리모컨을 눌렀더니 마침 '주부가 된 아빠들'이란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말일 터다. 그런데 역할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부가 된 아빠들의 표정은 행복해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가사와 육아를 여성만의 역할로 바라보던 전통적인 관념이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부터 그런 변화는 이미 감지되었다. 단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일 뿐이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버스를 기다리는 아빠의 모습, 수업이 끝난 아이를 기다리는 학교앞의 아빠들... 가부장적인 사회의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늘어난 수명으로 인해 기성세대가 많아진 탓인지 그런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는 게 어찌보면 옳은 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과도기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현실속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관념 차이는 엄청나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형태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쉽게 변하려 들지 않는 기성세대의 고집도 만만치않아 보인다. 그런 와중에 젠더갈등까지 더해지니 혼돈의 연속이다. 젊은 아들녀석에게 요즘 들어 부쩍 페미니즘에 대한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너 혹시 페미니스트냐? 하니 아니라고 한다. 군대문제를 시작으로 남녀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좀 황당해보이는데도 왠지 감정이입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어쩌다 그런 현상까지 벌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우선 페미니즘에 대해 뭔가 왜곡되어진듯한 요즘의 젠더갈등은 빗나가도 너무 빗나간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페미니즘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던 여성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론이다. 물론 처음에는 단지 여성에 관한 주제로 시작했지만 요즘의 페미니즘은 소수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여성들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참정권이었다. 그리고 두번째가 직장에서의 평등과 가정에서의 평등,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배제하는 것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갔다고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노동환경이나 임금수준은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으며, 가정에서의 평등은 앞서 말한 역할 바꿈과 일맥상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위는 주방에서 일해도 되고 아들은 안된다는 말은 이미 시대착오적인 말에 불과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솔직히 책을 읽기전에는 이 책에 대한 편견이 가득했다. 무슨 유행처럼 떠드는 말도 안되는 페미니스트들을 옹호하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 그러나 기우였다. 페미니즘의 정의가 왜곡되어져버린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이런 책이 나왔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페미니즘 운동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얼마전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불허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여대생들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한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한 장병의 이야기도 생각났다. 끝까지 군인으로써 남기를 원했던 젊은이의 바램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원래의 자리로 복귀시키라는 소송결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그녀를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거부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성전환수술을 하기 위해 휴가를 갔다는 걸 윗선에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자신과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목숨을 끊은 공군 여중사 사건 역시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만연한 까닭이다. 여러 이야기를 보면서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관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나라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라는 걸 그들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꾀하지 않는 그들만의 고질병은 언제쯤에나 고쳐지려는지. 伏地不動이란 말이 언제쯤이면 사라지려는지.../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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