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 - 중국 최고(最古)의 지리.의학.역술.보물.신화의 판타지
전발평.예태일 지음, 서경호.김영지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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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지리, 의학, 역술, 보물, 신화의 판타지... 제목부터 쉽지 않다. 고전읽기에 도전한다고 생각했지만 말처럼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데 고전을 읽을거라 말한다면 이 책만큼은 꼭 읽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들렸다. 그리고 나 또한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마다할 책이야 있겠는가만 이상하리만치 '古典'이란 말은 도전정신을 불러온다. 왜 그럴까?  이 책을 한번은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아닌 다짐을 했던 건 아마도 신화를 보게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신화라는 게 그 성격이 참 특이해서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보니 그 흔한 서양신화보다는 왠지 동양신화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던 까닭이다. 읽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읽고 또 읽고.. 넘겼던 장을 다시 펼쳐 읽고..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길을 잃고 헤매기를 몇 번인지.. 이런 책은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지은이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문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한다. 그냥 읽기로 했다. 그냥 읽다보면 무언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겠지 싶어서.

 

중국 고대의 지리서라고 나온다. 그런데 순전히 지리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디에 가면 어느 산이 있고, 그 산을 또 얼만큼 가면 어떤 계곡이 나오고, 또 거기에는 이렇게 저렇게 생긴 동물이 살고, 그런 동물이 있는가 하면 이러저러한 식물도 산다. 또 그 산이나 계곡에는 이런저런 광물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소개되는 동물이나 식물이 기이하다. 동물의 생김새를 말하는데 이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식물 또한 그저 평범한 식물이 아니라 뭐에 좋고 뭐에 좋다는 약용식물이 많다. 기괴한 괴물들이 저마다의 성격 또한 달라 포악하기도 하고 사람을 잡아 먹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기괴한 것들을 잡아 먹으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요즘말로 치면 그야말로 초능력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판타지라고 말하기엔 좀 그렇다. 다분히 공상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 어딘가를 가면 이런 부족이 살고 저편 어딘가에는 또 저런 부족도 산다. 뭐랄까.... 걸리버가 되어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 그것도 아니라면 엘리스처럼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빨려들어간 듯한 그런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따라왔다.

 

원래 산해도경(山海圖經)이라고 한단다. 지도책인지 그림책도 같이 있었다고는 하나 지금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참고나 하자고 찾아보았다. 산해경은 모두 18권으로 산경(山經) 5권, 해경(海經) 8권, 대황경(大荒經) 4권, 해내경(海內經) 1권의 약 31,000로 이루어져 있으며 100여 개의 주변국가, 550개의 산, 300개의 水道와 주변국가의 山水의 지리, 風土物產 등의 정보를 수록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체적인 내용이 남산경, 서산경, 북산경, 동산경, 해외남경, 해외서경, 해외동경, 해외북경, 대황서경, 대황남경, 대황동경, 대황북경 등... 이런 식으로 분류되어져 있다. 각설하고  이 책은 정말 황당하다. 그리고 엉뚱하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책을 썼는지 궁금증만 더 커져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끌리는 매력이 느껴지는 건 또 뭐란 말인가?!  황당하고 기묘한 이야기만 있는가 했더니 왠걸! 사람사는 이야기도 보인다. 일종의 철학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그런 이야기 말이다. 여자만 사는 여자국과 남자만 사는 장부국이 세상의 이치와 도리에 맞지 않는다 여겨 그들에게 다리를 놓아줄 생각으로 일을 꾸몄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억지로 어떻게 해보려 했지만 역시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온다. 거기에 쓰여진 말이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세상에는 결함이 많은 법인데 어떻게 모든 것을 일일이 완전하게 만들겠습니까? 세상은 넓은데 무엇인들 없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들은 그곳에서 대대로 전해오는 격식을 만들어왔으니 굳이 하늘 아래 격식을 하나로 정할 필요가 있을까요?" 고대에 쓰여진 글이라고는 하나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들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 아닐까 싶어 하는 말이다.   

 

그렇게 기괴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쏠쏠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재미는 고대 중국신화를 만날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거였다. 일전에 중국의 이곳저곳을 돌아가며 보여주던 TV 다큐프로를 통해 눈과 귀로 중국여행길을 따라나섰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수많은 중국의 소수민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제각각으로 섬기던 그들만의 신을 소개받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장면들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 짓기도 했다. 역시 신화는 재미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런 신화들이 자연의 모습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자연을 떠난 인간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책을 읽는 기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역시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읽어준 내가 기특(?)하다. 틈나는대로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번에는 각장마다 따로따로, 하나하나씩,천천히, 읽어봐야지....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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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로망스
김민관 지음 / 고려의학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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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좀 읽은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 사람의 소설 한권쯤은 분명 읽어보았을거라 생각한다. (설사 흥미없었다해도 당시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었기에 한번쯤은 손길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처음으로 만났던 그의 작품은 <개미>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개미의 세계에 푹 빠져 마치 작가가 개미의 세상에 정말로 다녀온게 아닐까 하는 얼얼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 책을 읽는동안 나는 분명 '개미'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토록이나 오래전에 읽은 책의 느낌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걸 보면 참 멋진 작가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후로 다시 만나는 그의 작품마다 어떻게 이렇게 기발한 세계를 찾아낼 수 있는가 경이로웠었다. 그런데 이 책의 글쓴이가 바로 한국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꿈꾼단다. 그럴수도 있는 일이다,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게다. 다소 어뚱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던 것이 ' 각박한 삶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순수함 회복 에세이'라는 말이었다. 순수함 회복.... 그렇다면 글쓴이도 어느정도는 자연주의적인 면이 없지않아 있겠구나, 하는 나름대로 유추해낸 생각을 꼬리처럼 붙잡고 다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가끔 정말 이랬으면 좋겠다,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어떤 문제에 직면하게 될 때 이럴 땐 이렇게 이 문제가 풀렸으면 정말 좋겠다, 생각할 때도 많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라는게 언제 내 맘대로 된 적이 있었나? 안타깝게도 삶이라는 건 우리의 생각처럼 그리 녹녹치가 않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음직한 그런 일들이라고. 딱히 동화적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아도 가끔은 우리의 정신이 터무니없이 황당한 세계속으로 달려갈 때도 있다. 이상한 나라로 빨려들어간 엘리스처럼 말이다. 가끔씩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그 황당한 세계는 사실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었다.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게 많은 까닭이다. 가끔은 슈퍼맨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꾸기도 하고, 가끔은 그 옛날 육백만불의 사나이처럼 끝내주게 달려보고 싶은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쯤에서  왜 그런 엉뚱한 꿈을 꾸게 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의 일상은 너무 바쁘다. 빠른 것만을 쫓아가다보니 언제나 숨을 헐떡인다. 앞사람의 뒤꼭지만 쳐다보고 달리다보니 옆사람과 잠시 이야기 나눌 틈도 없다. 그러니 항상 지친다. 지쳤으나 지쳤다고 말하지 못한다. 누군가 너는 그렇게 항상 바빠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책의 부제처럼 - 만약 당신이 슈퍼맨을 동경한다면 - 한번쯤은 귀기울여봐야 할 목소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제목을 잠시 음미해보면 글쓴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싶어했는지 금방 눈치채게 된다. 물론 나처럼  지극히 '현실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자로 잰듯이 살아지는 게 아니다. 과학만이 진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다가 정말 글쓴이의 말처럼 우리는 순수함회복 운동이라도 해야 할지 모른다. 도대체 왜 이런 말들이 필요한 거냐고 묻는 이도 있을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묻기전에 짧은 글속에 담겨진 글쓴이의 목소리를 듣게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 잘쓴 이야기도, 그리 재미난 이야기도 아니지만 글쓴이의 안타까움이 조금은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특별하지 않은 20편의 이야기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뜻있는 많은 이가 묻고 또 묻는 게 있다. '우리가 지금 잊거나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라고. 그러나 늘 잊으며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 고의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너무도 많은 우리의 현실. '내'가 아닌 '네'가 먼저 해주길 원하는 것이 너무 많은 현실. 돌아보면 또 아프다. 생각하니 다시 아파온다. 당신도 생각해보라, 당신이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100가지 일들을. 그것을 채워나갈 때 어쩌면 당신이 잊은, 잃어버린 어떤 것이 곁으로 돌아와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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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바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8
미켈라 무르지아 지음, 오희 옮김 / 들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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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카바도라'라는 이상한 제목보다 더 시선을 끌었던 것은 '안락사' 라는 말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가 '안락사'와 '입양'이라는 것, 과연 세상은 '안락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 궁금했던 까닭이기도 했다.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와 그의 가족을 사랑으로 돌본다는 '호스피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자체가 쉽지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죽음을 안고 마지막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평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간혹 우리는 듣고, 말한다. 죽음과 삶은 하나라고. 그래서 모두가 숭고하고 존엄하다고. 그런데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픈 몸과 싸워가며 처절하게 살아내는 그 짧은 동안의 삶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과 그 고통을 바라보는 사람의 느낌은? ..... 지금도 우리는 주변을 통해 '안락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는 안된다느니, 그래야 한다느니, 그럴 수 없는 일이라느니... 이 문제에 있어서 내 생각은 이렇다.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안락사'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는 사고는 그들이 어떤 문화속에서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이지 싶다. 장례풍습만 보더라도 그렇지않은가 말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안락사'에 관한 문제는 오래도록 싸워야 할 과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내 삶의 마지막을 살고 싶진 않다. 가끔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미련없이 '안락사'쪽을 택하게 해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가족들에게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환자의 고통보다는 자신들이 겪어내야 할 마음의 고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걸 보게 된다. 할 만큼은 해 봐야 한다는 그 말 한마디에 환자의 고통은 처절해진다. 그리고 비참해지기까지 한다. 그 인간성이라는 것을 모두 잃고난 후에야 죽음이 허락되어지는 모순은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오래전에 읽었던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글이 생각났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요청을 받아들여 준 의사와 가족들에게 책을 읽고 있던 나조차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리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그 아버지의 마지막은 행복했을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랬기에 이 책속에서 상대방의 고통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기꺼이 내 주었던 보나리아에게 나는 진정한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비록 자신의 양녀에게 이해받지는 못했어도 그 여인에게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양어머니의 곁을 떠났던 마리아가 결국 다시 돌아와 양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설정속에서 알 수 없는 진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내가 마시지 않는 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마라"... 보나리아의 이 말을 이해하기까지 마리아에게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끝내는 평안함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된 보나리아의 마지막은 눈물겨웠다. 비록 양녀였으나 마지막까지 곁을 지킬 수 있었던 두사람사이의 끈끈함이 고여있는 듯 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 역시 자신의 몫이다. 그런 모든 일속에 상대에 대한 마음이 기본적인 배경으로 깔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표현하지 못했던 마리아와 보나리아의 사랑, 서로에 대한 그 마음을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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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함께하는 세상 여행 - 한옥연구가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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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내 머리속을 맴돌던 건 두가지였다. 하나는 '자긍심(또는 자부심)'이라는 말이었고, 또 하나는  다산 정약용이 지냈다는 '여유당'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한옥 (혹은 고택)을 돌아보면서 이 집에서는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느꼈던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유당'이었다. 지금 찾아가보면 그 옛날의 풍취는 느껴지지 않는다. 집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홍살문도 그렇고 느닷없이 펼쳐지는 배다리 모양이라니... 우리문화를 사랑하자 하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모두를 한데 합쳐놓는 걸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 억지스럽다고...  두번째로 '여유당'을 찾았을 때 그 뜬금없던 배다리를 보면서 얼마나 당혹스러웠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허황하다. 긍지를 느낀다는 말은 자신의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당당함을 말함이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자긍심'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녔던 이유는. 책 속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느낌을 전해받기도 한다.

 

한옥으로 세상 읽기한옥 밖에서 한옥을 본다 는 주제로 우리의 한옥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제 막 한옥에 대한 호기심에 눈을 뜬 내게는 멋진 여행이었다.  소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중국사나 세계사를 들춰내며 우리의 한옥을 다시한번 바라보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고 있음이다. 잘 몰라서 그랬겠지만 내가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구들에 관한 부분에서 그토록이나 커다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따로이 지면을 할애하면서까지 들려주었던 '여담'은 큰 울림을 주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나를 찾아왔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게되어 나름대로는 좋았던 부분이기도 했다. 토기 하나, 그림 한점을 보더라도 우리의 정신을 찾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은이의 말은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 같다. (그정도가 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나야할테지만 말이다)

 

아파트에서 자란 아이와 넓은 마당이 있는 곳에서 뒹굴며 놀았던 아이는 분명 다를 것이다. 집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한옥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조차도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속에서 끝없는 우리의 욕심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처음 '여유당'을 찾았을 때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그 '여유당'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던 사랑채였었다. 세상사는 것이 살얼음판을 밟는 것과 같으니 항상 조심하라는 뜻으로 지었다는 그 이름과는 너무나도 다른 풍경이었던 까닭이었다. 그토록이나 힘겨운 삶의 여정을 지나왔으면서도 저렇게 활짝 열린 사랑채를 갖을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세상사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해도 '타인'과 어울어지지 않으면 그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뻔한 진리를 내가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자연스러운 소통의 공간을 한가득 안고 있는 곳이 한옥인 것이다. 신이 함께 하는 집이면서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우리의 한옥이었다는 말이다. 찾아갈 때마다 작든 크든 마당이 있어 좋았다. 흙으로 만들었든 돌로 만들었든 얕은 담장이 있어 좋았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소통'이라는 그 한마디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한옥,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생각

                                                                                         

 

한옥의 성주신은 城主神이 아니라 星主神이다. 산으로 내려오신 하느님의 아들 단군이 이 땅에서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산신이 되어 사라져야 했던 우리의 역사가 아프다. 일단 자신의 하느님을 잃으면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은 역사도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한다. 지금도 우리는 다른 나라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다. 유대인이나 일본인이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건 그들이 한 번도 그들의 하늘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중국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던 우리는 이 시대에다시 미국이나 일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건 아닌지. 하늘을 다 내주고 겨우 돈벌이 굿판이나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한옥의 성주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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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 : 근현대 - 한 권으로 읽는 쉽고 재미있는 한국사 여행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
박광일.최태성 지음 / 씨앤아이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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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껄끄럽다는 근현대사를 어떻게 풀었을지 몹시 궁금하지만 아직 가보진 못했다. 얼마전 신문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열기까지 기획을 담당했다던 총책임자의 기사를 읽었었다. 이 박물관을 만들면서 정말 힘들었노라고. 보수와 진보의 의견대립이 엄청 심했었노라고. 그러니 박물관이 문을 열면 박물관장을 맡아 일하실 분의 어깨가 많이 무거울거라고. 하긴, 그럴만도 하겠다 싶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기사를 읽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겁게만 볼 일도 아니다. 우리가 근현대사를 껄끄럽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그것에 대해 평가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어 하는 말이다. 이렇다저렇다 내 식대로 평가하다보니 다른 의견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아직은 근현대사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던 분들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그러니 섣부른 평가보다는 왜곡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가슴속에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생각해보면 답사랍시고 참 많이 다녔다. 그런데 이 답사가 말처럼 그렇게 쉽진 않았다. 어떤 때는 정말 심심했고 어떤 때는 정말 지루하기까지 했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중에 '아는만큼 보인다' 는 말이 있다. 정말 그랬었다. 내가 찾아가고자 하는 그 현장에 대해 얼만큼을 알고 갔느냐에 따라 즐거움의 차이는 컸다. 단순히 밟고 있는 현장만을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과 얽힌 다른 이야기를 함께 안고 간다면 즐거움은 배가 되었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도 나는 정말 함부로(?)로 답사를 다니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맘대로 재미있는 곳, 재미없는 곳 점수를 주면서 다니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니 아직 나의 답사는 깊이가 빤히 들여다보인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는 듯 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첨부된 많은 사진이 그렇고 아울러 둘러보는 근처의 현장답사가 그렇다. 답사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 답사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고 있다. 거기에 맞춰 내용 또한 깊이 있게 다가온다. 한장의 사진, 한 곳의 답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주고 있다는 말이다. 직접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이 절로 일어난다. 내가 다녀온 곳도 많았지만 내가 놓친 부분도 있어 보는 내내 재미가 쏠쏠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며칠 전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선거를 끝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내 앞으로 달려온 우리의 근현대사는 내게 또다른 느낌을 전해주었다. 내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일도 그 안에 살아있으니 어쩌면 남다른 느낌이 찾아온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시 생각한다. 평가는 아직 이르다고. 그러니 왜곡되지 않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재미있는 답사였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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