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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 X파일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9
크리스틴 부처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3월
평점 :
정직하게 살자? 만약에, 라는 설정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하자. 우리는 늘 그 '만약에...' 를 꿈꾸며 살고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만약에, 당신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박스 안으로 들어섰을 때 전화기옆에 지갑이 놓여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지갑을 열어보니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다. 당신은 그 지갑을 어떻게 처리할까? 만약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누군가 남의 가방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면? 만약에, 아무도 없는 길을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걸 보았다면? 물론 이런 가정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만도 않다.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럴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정의'에 대해 배워왔다. '올바른 도리'에 대해서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진하게 다가오는 현실은 그다지 정의롭지도 않고 올바른 도리만을 행하며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버렸다. 간혹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으라 한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인가? 정답은 없다. 그래서 이 책속에서도 말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라고. 가장 무서운 것중의 하나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라는 말도 있다.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냈을 때,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까워 할 뿐이다.
어릴 적 개그프로중에 부채도사라는 게 있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정해야 할 상황이 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분명히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결정은 내려질 게 뻔하다.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황은 아니었다해도 내 지인이나 가족이 결부되어 있다면 그 선택의 폭도 역시 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결정은 쉽게 내리지 못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독백처럼 말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짧다. 내용 역시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깊다. 짧은 이야기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속 아이들의 말처럼 컨닝은 단순히 학교생활에서만 스쳐지나가는 일화에 불과할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바늘 도둑 소도둑된다, 세살 버릇 여든간다 라는 옛속담만 보더라도 그렇게 단순하게 떨치고 지나갈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은 단순히 컨닝사건만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쉽게 '컨닝'이라는 것을 예로 들었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봐도 수도없이 컨닝의 순간은 존재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정당할수도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죽했으면 들킨놈만 억울하다는 말이 들릴까? 청소년문학으로 읽은 책이지만 어른이 보아도 손색없는 내용이다.
학교의 기자인 로렐이 우연하게 멋진 사건 하나를 학교신문에 싣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후 뭔가 또다른 사건을 찾아 헤매던 로렐의 시선에 걸려든 것이 바로 컨닝사건이었다. 단순하게 '컨닝'이라는 행위의 옳고 그름만을 논하고자 했던 로렐의 생각과는 달리 컨닝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져버린다. 그리고 누군가의 제보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기사거리를 쫓아가게 되지만 그 사건속에 얽혀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된다. 자신을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해 줄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그것을 폭로함으로써 다쳐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이야기의 배경을 학교가 아닌 사회로 바꾼다면 그것은 정말 끔찍한 설정이 아닐 수가 없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글이 따로 실려있는 건 이채롭다. 주제 자체가 깊이있는 토론을 불러낼 수 있으니 우리가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말인데,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앉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본다면 의미있는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생각